<어벤져스 : 인피니티 워> 단평 : 10년의 선물

마블의 팬을 위한 선물, 팬이 아닌 이들에게도 느껴지는 준수함.

by 성상민

*스포일러성이 될 수 있을 부분이 일부 포함되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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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블'의 프랜차이즈를 달고 나온 영화가 다 거기서 거기라는 말이 많지만, DC 유니버스처럼 MCU가 되고 싶어 난리법석을 치다 침몰하는 시리즈를 보면 꾸준히 평균치를 유지하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닙니다. 또한 <캡틴 아메리카 : 윈터 솔져>부터 참여한 루소 형제가 없었더라면, 지금 같이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가 대중적이면서도 무게감있다는 소리도 듣기 어려웠겠죠. <윈터 솔져>와 <시빌 워>에서 안보와 자유 사이의 역설을 주제로 흥미진진한 이야기를 블록버스터의 문법으로 잘 풀었습니다.


그렇다면 이번 신작 <어벤져스 : 인피니티 워>는 어떨까요. 상당히 어려운 프로젝트긴 했습니다. 마블 영화야 원래 등장인물이 많긴 했지만, 이번 작품은 기존 <어벤져스>의 멤버들은 물론 <블랙 팬서>에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의 등장인물까지 모두 더해야 하니까요. 게다가 2008년 <아이언맨>으로 처음 마블의 본격적인 영상 프로젝트가 시작된 이래 10년 만에 맞이하는 '메가 이벤트'입니다. 제작진은 물론, 팬들의 기대감도 함께 클 수 밖에는 없어요. 성급하게 메가 이벤트를 꾀했다 망한 DC <저스티스 리그> 같은 반면교사도 있고요.


일단 아쉬운 점을 먼저 말할 수 밖엔 없습니다. 개봉 직전 수정하긴 했지만, 이 작품의 제목은 원래 <어벤져스 : 인피니티 워 파트1>이었죠. 제목을 수정해도, 이 작품이 2부작의 1편이라는 사실은 변하지 않습니다. 진정한 클라이맥스는 2019년에 찾아올 2편을 기다려야 하는 것이죠. 제작진들 역시 이를 모르지 않았던지, 최대한 밑밥을 많이 깔고 상당히 충격적일 수 있는 묘사를 많이 삽입합니다. 서브 플롯도 다양하게 삽입하고, 세밀하게 타임라인을 구성하는 것이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1편은 1편입니다. 바로 완결되거나, 정리되는 것을 기대했다면 실망할 수 있습니다.


게다가 계속 MCU에서 지적받았던 문제지만, 접근 난이도가 너무 높습니다. 아무리 못해도 <토르 : 라그나로크> <블랙 팬서>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VOL. 2>는 봐야 대체 이게 무슨 상황인지 조금이라도 이해가 갑니다. 물론 초심자를 위해서 배경이나 캐릭터의 감정을 설명할 수 있는 시퀀스를 초반부에 상당히 많이 배치해 완충 작용을 노리긴 합니다. (영화 시간이 150분인 건 다 이유가 있는 법이죠.) 마블의 다른 작품들에 비하면 비교적 빠르게 첫 번째 액션씬이 닥치기도 하고요. 하지만 이런저런 장치들에도 불구하고, 미묘하게 톤이 늘어진다는 느낌은 어쩔 수 없습니다.


차라리 추후 나올 속편하고 묶어서 5시간 남짓 되는 분량의 전편으로 생각하는 것이, 조금은 편하게 볼 수 있는 방향이 될 듯 싶고요. 또한 스토리의 임팩트를 강하게 삽입하고, 후편에서는 캐릭터 하나하나에 더 집중하기 위해서인지는 몰라도 퇴장하는 캐릭터가 은근히 많습니다. 뒤에서 다시 언급하겠지만, 메인 빌런인 '타노스'(조쉬 브롤린)의 막강함과 잔학성을 동시에 드러내기에는 탁월한 선택이지만 여러모로 '제작 효율성'을 우선시한 '살생부'라는 생각도 어쩔 수 없이 들긴 하죠.


거기다 스토리 전개와 시간에 쫓겨서인지, 연출 자체의 상상력은 부족합니다. 후편까지 함께 놓고 보면 평가가 달라질 수는 있지만, <인피니티 워>는 <윈터 솔져>나 <시빌 워>에서 느껴졌던 장르를 변용하는 참신함은 상대적으로 잘 느껴지지 않아요.


이런 한계들이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MCU는 MCU고 루소 형제는 루소 형제입니다. 가장 칭찬할 점은 수두룩히 등장하는 캐릭터들의 분량을 적절히 배분하고, 캐릭터들 사이의 관계도 꽤나 잘 잡았다는 겁니다. 전작들을 못 본 관객들에겐 살짝 지루할 수 있어도, 무수한 프랜차이즈 영화에 나왔던 캐릭터들을 적재적소에 배치하며 스토리와 액션을 함께 선사하는 것이죠. 특히 MCU에서 가장 이질적인 위치에 놓여 있고, 다른 작품들과 접점이 매우 적은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캐릭터들을 이어내는 감각이 좋아요. 작중 분위기가 무거운 것은 어쩔 수 없지만, 이 시리즈 특유의 경쾌하고 키치한 감각도 이 정도면 나름대로 노력해서 구현했다는 느낌도 듭니다.


또한 루소 형제의 전작들에서 느껴진 '공리주의의 모순'이라는 주제를 <인피니티 워> 역시 '타노스'라는 빌런을 통해서 잘 드러내고 있습니다. 스케일도 '지구적 수준'을 넘어 '우주적 수준'으로 커지고요. 하지만 스케일이 크다는 건 마냥 이벤트를 크게 늘리는 것에 그치지 않습니다. 스케일을 크게 늘린 만큼, '공리주의'라는 명목으로 행하는 일도 그저 '불순분자 감시'나 '히어로 관리'에 그치지 않고, '우주의 균형'을 운운하며 전우주의 생명체 반을 날려버리려고 하는 수준으로 가는 것이죠.


어떤 의미에선 '기차길 선택'같은 공리주의 사고실험을 극단까지 보내며 쉽게 '모두를 위해 소수를 희생하자'는 식의 사고가 얼마나 위험할 수 있는지를 보이는 영화적 표현 같다는 느낌도 듭니다. 이를 표현하기 위하여 '타노스'의 캐릭터성이 잔혹함과 자상함이 복잡하게 얽힌 식으로 구현되고 있고요. 그러다 보니 행동 하나하나가 더 충격적으로 다가옵니다.


동시에 <인피니티 워>는 '타노스'의 무시무시함을 드러내기 위해, 기존 히어로 영화에서는 쉽게 감행하지 않았던 길을 갑니다. 캐릭터들이 아무리 용을 써봤자 안 풀릴 일은 정말 안 풀리고, 예상하기 어려웠던 캐릭터가 너무 쉽게 퇴장하기도 하는 것이죠. 어떻게 이 시퀀스를 받아들이던 간에, 최소한 <인피니티 워>는 극중 주인공들이 느낄 '절망'을 상당히 높은 강도로 표현하고 있는 것입니다. 어떤 의미에선 <저스티스 리그>가 정말 필요했던 길이기도 하고요. 표현의 완급이나, 주제를 표현하기 위해 필요한 장면을 잘 구현합니다.


정리하자면, <인피니티 워>는 10년 동안 쉬지 않고 달려온 마블 팬들을 위한 '메가 이벤트' 영화입니다. 상당히 문턱도 높고, 전작들을 '정주행' 안 했다면 이해가 어려운 부분이 상당히 많습니다. '파트 1'이라는 한계나, 여러모로 '경직된 자세'도 아쉽긴 하죠.


하지만 이런 한계들을 감안해도 <인피니티 워>가 루소 형제의 호평받은 전작 <윈터 솔져> <시빌 워>의 맥락을 이으며, 블록버스터 히어로 영화의 감각을 살리며 나름대로 고민할 수 있는 주제 의식을 던지는 건 여전히 다른 영화들이 쉽게 못 따라오는 영역이죠. '명작'이라고 부르기엔 어려워도, 꾸준히 적정한 선을 유지하며 10년간 달려온 MCU의 팬들에게는 꽤나 귀중하고 멋진 선물인 겁니다. 설사 팬들이 아닐지라도, 여러 한계를 감안하고 너무 큰 기대를 가지지 않는다면 꽤나 준수한 블록버스터로 다가 옵니다.


추신. 상업 영화 중에서는 최초로 IMAX용 카메라로 모든 시퀀스가 촬영되어서 그런 걸까요. IMAX 리더 필름이 다른 영화들과는 '조금' 다릅니다. 마블 스튜디오 로고도 '10주년'을 맞이해서 '조금' 달라요. 쿠키는 스탭롤이 다 올라간 후 한 개 나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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