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재훈 <무녀도> 단평 : 연필로명상하기의 새로운 시도

뮤지컬 애니메이션으로 제시되는 <무녀도>의 이야기

by 성상민


* 제 23회 부산국제영화제(2018) 비디오룸에서 관람하였습니다.


오랜 관심과 무척이나 길었던 제작기간 끝에 간신히 2011년 <소중한 날의 꿈>을 발표한 이후, 스튜디오 연필로명상하기의 행보는 ‘한국단편문학 프로젝트’로 요약될 수 있습니다. 이효석 원작의 <메밀꽃 필 무렵>을 시작으로 김유정 원작의 <봄봄>, 현진건 원작의 <운수 좋은 날> (이상의 세 작품은 <메밀꽃, 운수 좋은 날, 그리고 봄봄>으로 묶여 개봉합니다.), 황순원 원작의 <소나기>를 애니메이션으로 만들었죠.

<무녀도> 또한 한국단편문학 프로젝트에 속합니다. 김동리가 쓴 동명의 단편을 원작으로 한 작품은, 조선이 개화기에 놓이던 시기에, 무당인 어머니와 독실한 기독교인 청년이나 양아들 사이의 갈등을 통하여 전통적인 문화와 전래되어 들어온 외부 문화 사이의 충돌과 양자의 상호 파멸이라는 비극의 구도를 충실히 따라냅니다.

하지만 <무녀도>는 기존 연필로명상하기 작품에 비하면 상당히 이질적입니다. 무려 ‘뮤지컬 애니메이션’을 시도하는 작품이니까요. ‘뮤지컬’을 ‘음악극’으로 확대해 보면 <봄봄> 역시 판소리를 극의 중요한 전개 요소로 활용하는 작품이긴 했죠. 허나 <무녀도>는 본격적인 자세를 취합니다. 무당인 ‘모화’ 역에 소냐, 양아들이자 기독교 신자인 ‘욱이’ 역에 김다현을 캐스팅하는 등 이미 여러 뮤지컬에서 두각을 보였던 배우들을 중요역의 성우로 배치하였습니다. 원작의 내용을 무척이나 충실하게 애니메이션으로 옮기는 스타일은 비슷하지만, 뮤지컬이라는 속성에 맞게 스코어가 삽입되는 장면에는 과감히 하나의 씬으로 뚝 떼어네어 역동적인 연출을 시도하는 것이죠. 이전까지 ‘뮤지컬’을 표방했던 한국 애니메이션은 물론 극영화와 비교해도 손색이 없는 뮤지컬 연출입니다. 심지언 작화도 서양에서 자주 보이는, 각지고 명암이 확연한 스타일이 되었어요.

그러나 작품을 전체적으로 묶어서 생각해보면 아쉬운 점도 없는 것은 아닙니다. 그간의 연필로명상하기가 걸었던 흐름과 달리 본격적으로 ‘뮤지컬’이라는 어법을 통해 애니메이션 연출을 시도했다면, 뮤지컬 넘버를 아우르는 전체적인 서사나 연출도 그에 맞춰져야 합니다. 허나 뮤지컬 넘버 시퀀스와 그렇지 않은 시퀀스 간의 차이가 현격하게 드러납니다. 융합이 잘 되지 않는다고 할까요. 좀 더 대사나 나레이션을 절제하고, 원작에서는 잘 드러나지 않았던 디테일이 보충되어 본격적인 뮤지컬 애니메이션이 되었을지 모릅니다.

이런 아쉬움에도 불구하고, <무녀도>는 꽤나 진지하고 섬세한 자세로 ‘뮤지컬 애니메이션’이라는 장르에 도전한 모습이 흥미롭습니다. TV문학관 등이 보이던 평이한 리메이크를 넘어, 좀 더 ‘애니메이션’이라는 영역의 자유로움을 드러내려는 연출적 욕심이 돋보이기도 합니다. 이번 <무녀도>의 아쉬움이 앞으로의 작품 연출에 더 도움이 되고, 지금보다는 더 많은 관객들에게 다가갈 수 있길 바랄 따름입니다.

추신. 영화 기자 달시 파켓이 외국인 선교사 역으로 목소리 출연합니다. 이로써 달시 파켓은 비전문 외국인 배우로써는 한국 극영화, 애니메이션으로 모두 나오는 진기록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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