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니메이션 <펭귄 하이웨이> 리뷰 : 절반의 재해석

모리미 토미히코 원작의 소설은 어떻게 애니메이션이 되었나?

by 성상민

* 본 평은 '브런치 무비패스'를 통해 관람한 뒤 작성된 것입니다.


모리미 토미히코라는 소설가가 있다. <다다미 넉장반 세계일주>, <밤은 짧아 걸어 아가씨야>로 한국에서도 어느 정도 유명세를 얻게 된 이 소설가는 분명 '대중소설'을 지향하지만, 다양한 장르의 컨벤션을 소화할 수 있는 능력을 지니고 있다. <유정천 가족>에서는 일본풍의 어반 판타지를 만들기도 하며, <밤은 짧아 걸어 아가씨야>에서는 로맨틱 코미디, <다다미 넉장반 세계일주>에서는 평행세계를 활용한 판타지를, 그리고 <펭귄 하이웨이>에서는 꽤나 본격적인 하드SF를 지향하는 작품을 만들어 낸다. 마치 <공중그네>와 <남쪽으로 튀어!> 같은 서로 다른 결의 작품을 동시에 집필하는 오쿠다 히데오처럼, 모리미 토미히코 역시 이와 비슷한 선상 위에 서있는 것이다. 허나 그의 작품은 장르를 가리지 않고 공통점을 지니고 있다. 주인공이자 화자는 스스로 능력이 출중하다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어딘가 계속 삐끗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리고 그 주인공이 거니는 일상 속에서 비현실적인 상황이 발생한다. 모리미 토미히코는 화자와 '비일상' 사이의 거리를 조정하며, 장르의 관습에 대입하며 다양한 변주를 만들어 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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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펭귄 하이웨이>는 그렇게 탄생한 모리미 토미히코의 수많은 작품들 중에서 가장 이질적인 작품이었다. 비교적 처음 구성된 일상과 비일상의 거리를 그대로 유지했던 여타의 작품과 달리, <펭귄 하이웨이>는 화자와 사건 사이의 거리를 계속적으로 조절하며 끝내는 '삶과 죽음'을 SF의 차원에서 사고하게 만드는 시도를 펼쳤기 때문이다. 모리미 토미히코의 작품 중에서 가장 어린 주인공인 '아오야마'는 초등학생이지만 똑똑하다. 아버지에게 영향을 받았는지는 몰라도, 자신이 궁금하게 생각하는 대상에 과학적인 연구 방법을 적용하며 파고 든다. 매사에 침착하고, 감성 대신 이성을 강조한다. 무척이나 조숙하지만, 여전히 나이는 어리기에 그로 인한 불일치가 발생한다. 꽤나 정교한 연구 방법을 세우지만 관심사는 어린 나이에 흔하게 관심을 가질 수 있는 대상에 머물러 있고, 초등학생이라는 주인공의 처지는 모든 종류의 행동에 제약을 만들며 그가 내놓는 주장과 이론이 쉽게 타인에게 전달되기 어렵게 만든다. <펭귄 하이웨이>는 그 '어리기에 발생하는 시선의 제약'을 역으로 뒤집어 '어리기에 볼 수 밖에 없는' 영역을 바라보게 한다. 주인공이 동경하는 대상을 의도적으로 차원의 경계로, 다시 삶과 죽음의 경계에 놓게 만들며 탐구의 대상도, 탐구의 종결도 모두 주인공과 주인공이 놓인 사회 안에서만 유지할 수 있도록 설정한 것이다.


그렇다면 애니메이션으로 다시 탄생한 <펭귄 하이웨이>는 어떨까. 한국에는 개봉하지 않았지만, 극장에 개봉한 단편 애니메이션 <태풍의 노르다>로 두각을 드러낸 스튜디오 코로리도와 젊은 신인 감독 이시다 히로야스, 그리고 <다다미 넉장반 세계일주>의 TV 애니메이션 각본으로 참여한 우에다 마코토의 합작으로 탄생한 애니메이션의 장점은 '표현의 묘사'이다. 이미 스튜디오 코로리도는 <태풍의 노르다>를 통하여 짧은 러닝타임 안에 역동적인 2D 애니메이션의 묘사와 근래 일본 2D 애니메이션의 트렌드기도 한, 움직이는 오브젝트의 3D 묘사를 큰 위화감 없이 적절하게 이어낸 연출을 보여준 바가 있다. <펭귄 하이웨이>의 애니메이션 버젼 역시 제작사의 이러한 장점이 잘 살아나는 작품이다. 원작에서 드러난 감각적인 묘사를 최대한 가능한 차원에서 이미지와 오브젝트의 조합을 통하여 드러낸다. 펭귄들이 마구 등장해서 어느 한 방향으로 몰려가고, 후반부에 이르러 마을의 시공간은 뒤틀린다. 애니메이션은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사물과 인물의 움직임과 변형을 소설을 보지 못한 관객들에게도 쉽게 다가갈 수 있도록 묘사를 구현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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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전반적인 서사와 플롯으로 가까이 다가가면 애매해지고 만다. 소설 <펭귄 하이웨이>가 표면적인 가벼움에 비해 후반부로 갈 수록 하드SF를 지향하는 작품이었다면, 애니메이션 <펭귄 하이웨이>는 소설의 일부 장면을 덜어내며 다른 장르의 길을 걸어간다. 꽤나 세부적으로 마을에서 일하는 심상치 않은 변화를 드러내며 마을의 시공간이 변하고 있음을 드러낸 작품과 달리, 애니메이션은 갑작스러운 펭귄과 (루이스 캐럴이 만들어낸 세계관의) '재버워크', 그리고 '바다'라는 명칭이 붙은 정체불명의 투명한 구의 등장에 초점을 맞춘다. 동시에 존재감을 계속 드러내던 주인공 '아오야마'의 주변 인물들에 대한 묘사는 기능적인 차원으로 축소된다. 부각되는 대상은 오로지 주인공과 그가 동경하는 대상인 치과 직원 '누나'이다. 꽤나 밀도가 가득했던 공간에서 사건과 인물이 흐려지면, 원래 작품이 지녔던 밀도는 남은 이들에게 집중된다. 작중의 기묘한 사건들은 오로지 둘을 중심으로 이뤄지며, 해결되는 것도 둘의 관계를 통해서 해결된다. '하드SF'의 분위기는 양자의 관계로 중요한 요소가 풀어지는 '세카이계'의 정서로, 그 사이의 심오한 정서는 소위 '코스믹 호러'에 가까운 양상으로 전이된다. 애니메이션으로는 상당히 긴 러닝타임인 2시간 내외지만, 작품은 이 시간을 최대한 효율적으로 활용하기 위해 과감하게 소설 속의 이야기를 작지만 큰 축으로 각색을 시도한 것이다.


이러한 각색은 관객으로 하여금 영화의 초점을 오로지 주인공과 '누나', 그리고 그 사이의 관계에 집중할 수 있게 만든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초점을 맞출 대상 이외의 영역을 흐릿하게 만드는 선택은 원작에 서려있던 여러 문제적 요소도 역시 더욱 부각되는 결과를 만들었다. 영화가 부산국제영화제를 통해 처음 공개될 때는 물론이며, 일본에서 제기되는 문제는 주인공 이외의 존재에 대한 '대상화'였다. '냉철하게 과학적으로 탐구하는' 주인공은 관심을 쏟는 대상인 '누나'의 '가슴'에 계속 시선이 꽂혀있다. 누나 이외의 대상인 가족과 학교 친구들 역시 도구적인 존재 이상을 넘지 못한다. 주인공이 '누나'의 가슴에 꽂혀 있다는 설정은 원작에서도 엄연히 부각되는 설정이지만, 원작 소설에서는 점차 이야기가 결말에 다다를수록 서사의 초점을 점차 이동하며 확대하는 방향으로 본래 전하고 싶던 방향으로 다다를 수 있었다. 하지만 애니메이션 <펭귄 하이웨이>는 이미 초점이 주인공과 '누나'에게 맞춰진 상태로 확대된다. 애초에 모리미 토미히코의 소설이 일본의 대중 문화와 정서에 기초한 것은 물론, 전개 양상 역시 일본 특유의 사변소설과 신전기의 정서에 익숙치 않으면 접근하기 쉽지 않았다. 애니메이션의 각색은 이러한 한계를 더욱 극대화시키는 부작용을 낳은 것이다.


게다가 애석하게도 <펭귄 하이웨이>가 개봉하기 전 같은 모리미 토미히코의 원작인 <밤은 짧아 걸어 아가씨야>가 유아사 마사아키의 연출을 통해 애니메이션으로 제작되며 직접적인 비교 대상이 되고 말았다. <밤은 짧아 걸어 아가씨야> 역시 소설 자체가 일본 문화가 놓인 한계에서 쉽게 벗어나지 못한 한계가 존재하지만, 유아사 마사아키의 각색은 <펭귄 하이웨이> 보다 더욱 과감하게 원작의 특성은 더욱 세밀하게 짚어내고, 원작의 전개요소는 90분 내외라는 적은 러닝타임 안에 효율적으로 드러낼 수 있도록 파격적인 변화를 시도했다. <펭귄 하이웨이>가 현재 드러낸 각색도 마냥 나쁘지는 않지만, 그 각색이 근본적인 흐름의 변이를 만들지 못했기에 상대적인 어정쩡함은 더 눈에 들어올 수 밖에는 없다. 흠을 쉽게 잡을 수는 없지만, 소설이 애니메이션으로 재해석될 때 문학적인 표현을 영상으로 드러내는 이상으로 더 매체의 특성에 맞는 재구성의 과정이 필요했던 것을 아닐까. 각본가가 <다다미 넉장반 세계일주>의 애니메이션 각본 작업에 참여했던 이라는 것을 생각하면, '절반'을 더 나아가지 못한 것이 일말의 아쉬움을 남기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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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신 : <펭귄 하이웨이>의 배급사는 NEW(넥스트엔터테인먼트월드)지만, 수입사는 <너의 이름은.>과 <신 고질라>의 수입으로 단숨에 유명세를 얻은 미디어캐슬이다. 그리고 해당 수입사에서 수입하는 대다수의 영화가 겪는 고질적인 문제에서 <펭귄 하이웨이>의 한국 상영본 역시 자유롭지 않다. 상하좌우에 블랙바가 걸쳐 있고, 작품의 화질이나 명암, 사운드의 믹싱이 극장 상영 포맷이라고 하기엔 꽤나 미묘한 구석을 보이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미디어캐슬이 수입가 절감을 위하여 IPTV/VOD 포맷을 사온 뒤 극장에 개봉하는 것이 아니냐는 합리적인 의심을 보이고 있다. 계속 말을 빙빙 돌리는 해명이 아니라 정말 어찌된 영문인지를 설명해야 하는 것이 아닐까? 수입사는 다르지만 <달라스 바이어스 클럽>이 언론 시사회 후 VOD 용으로 팬 앤 스캔이 된 버젼으로 상영했다는 것이 밝혀져 몰매를 맞은 뒤 극장용 상영 포맷을 비로소 수입했던 역사를 생각하면, 미디어캐슬이 계속 벌이는 모습은 참 용케도 버틴다는 생각이 들지 않을 수 없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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