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북도큐멘타 V - 공동의 기억 : 새석관시장> 단평

쇠락하고 오래된 기억의 장소, 어떻게 기록할 수 있는가

by 성상민

* 전시는 성북예술창작터에서 11월 25일까지 열린다.


몇 년 전부터 쇠락하거나, 사라질 준비를 (또는 이미 사라진) 공간에 대한 작업들이 급증했다. 가끔씩 서울역사박물관에서 역사전과 병행하는 형태로 제시되는 작업을 넘어, 전시-독립출판-영상 등의 다양한 방식을 통해 공간은 창작자와 큐레이터-기획자의 시선을 경유하여 관객에게 제시된다.

물론 사라지는 공간을 다루는 방식은 제각기 다르다. <잘 가, 동대문운동장> 같은 서울역사박물관의 특별전시는 공간의 특성에 맞춰 최대한 공간을 지나쳤던 시간을 보여줄 수 있는 사료를 중심에 삼는다. 이와 병행했던 전시들도 공간을 감싸는 외부적 형상에 초점을 기울인 작품들이 다수였다. 한편 이전부터 꾸준히 철거되는 공간을 조망한 독립 다큐멘터리의 영역에서는 김경만의 <골리앗의 구조>나 정재은의 <아파트 생태계> 등을 비롯하여, 공간에 머무는 사람들의 움직임과 심리에 기초한 작품들이 많이 감지되었다. 동시에 최근엔 장윤미의 <콘크리트의 기억>처럼, 공간의 사라짐을 에세이 영화의 문법과 이어내어 사적인 기억과 공적인 움직임을 결부지은 작품도 등장한다.


전시로 가면 어떨까. 서울시립북서울미술관의 <2017 서울 포커스 - 25.7>이나 권태현-염인화가 기획하고 구동희 등이 참여했던 <A Mode>가 그랬던 것처럼, 실험적인 접근이 상대적으로 용이한 전시에서는 전면적인 공간과 사람, 그리고 역사와의 관계를 해체-재구성한 시도가 두드러졌다. 공간에 축적된 역사에 대한 속성은 상징적인 존재를 통해 분절을 시도하거나, 다시 사적-공적인 공통성을 발견하여 새로운 맥락을 구축한다. <공동의 기억 : 석관시장>은 여기에 ‘아카이브’라는 요소를 더한다. 공간 구조상 1/2층으로 나뉜 전시장의 1층에서는 세운상가, 낙원상가와 흡사하게 상가형 아파트 건물이었던 새석관시장 건물이 세워질 당시와 동시대의 상가형 아파트 열풍을 먼저 ‘기사’의 집합으로 엮는다. 사진작가 김재경은 이를 다시 현재적 시점으로 사진으로 담는다.

그런데 같은 층에 배치된 작업 중 여기서 다큐멘터리 감독 마민지는 <역사란 무엇인가>라는 작업을 통하여 상당히 독특한 시도를 보인다. E.H.카의 ‘역사는 무엇인가’의 관점을 활용해 현재 새석관시장의 모습을 직접 찾아가 과거 새석관시장을 묘사한 기사를 대조하는 일종의 ‘퍼포먼스’는 그의 전작 <성북동 일기> <버블 패밀리>가 보였던 개인의 사적 기억과 공적 역사의 조합을 어레인지하는 길을 살짝 뒤튼다. 마치 김경만이 <미국의 바람과 불> 등의 아카이브-푸티지 다큐에서 시도했던 것처럼, 공식 기록과 실제 공간 사이에서 필연적으로 발생하는 간극을 조망하며 아카이브를 재해석하는 길을 보인 것이다.


이후 전시는 2층으로 이어지며 아카이브적인 성격을 강화한다. 도시건축집단 성북동-공공작업실은 건축 도면을 그리고 다시 이를 모형으로 만드는 작업을 통해 건물을 ‘건축적’으로 아카이브-분석을 시도하고, 정희우는 새석관시장에 아직 남아있는 가게들을 탁본 등의 방법을 통해 모아내는 작업을 선보였다. 김신아-미싱룸은 각각 인터뷰와 공간 답사를 통한 아카이브 영상을 선보인다.

단순히 인물-공간에 대한 역사 수집을 넘어, 다양한 직업과 특성을 지닌 이들이 저마다의 시선으로 공간을 기록하는 측면에서 소중한 가치는 있다. 그러나 동시에 고민이 되는 것은, 1층에서 몇 권의 기사 아카이브집을 모으며 새석관시장이 어떤 시대적-사회적 흐름 위에 탄생했는지를 보여주는 서두가 정작 마민지의 시도 정도를 제외하면 부분적인 요소를 건드린 채로 지나가는 부분이 상당한 지점이다. 애초에 전시 기획이 전시 제목 앞을 장식하는 용어처럼 ‘도큐멘타’의 차원으로 이어진 것을 생각하면, 그리고 기획의 글에서도 언급했듯 본래 이 전시의 기획은 리서치와 아카이브가 충실하면 족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동시에 기획의 길에서 재차 언급하듯 이 공간은 ‘재건축’ 시도가 진행 중인 공간이다. 시대적 가치에 편승하여 생긴 건물이, 다시 시대적 가치에 휩쓸려 사라질 위기에 놓인 것이다. 이를 마주하는 전시/각 창작물의 태도는 특정한 공간이 생기고 다시 사라지는 정치적인 양상을 더욱 깊게 마주했으면 좋지 않았을까.


어찌보면 이 간극은 (그리고 전시에 초청된 각 작품 사이의 간극은) 북서울미술관의 <25.7>와 예지동 시계-카메라 골목에 전시된 <A Mode> 사이의 차이와도 비슷한 것이다. 같이 쇠락하고, 잘 주목받지 못하는 공간을 기록하고 다시 재해석하는 전시지만 어떻게 정치적인 쟁점과 마주하며 공간을 바라보는 시선은 어떠해야 하는지를 묻는 것이다. (그러고 보니, <25.7>에서도 리슨투더시티 정도가 각 공간 사이의 연관성을 물은 기시감이 있었다.) 전시 기획은, 각 전시에 참여하는 작가들은 이 간극을 어떻게 이해하고 대책을 시도할 것인가. 결코 쉽지 않지만, 계속 물어야 하는 쟁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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