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체적 난국과도 같은 영화가 탄생하고 말았다
구도 자체는 단순합니다. 어떤 시골 마을에 온갖 이권을 노리고 탐욕스레 달려드는 이들과 총으로 맞선다는 이야기죠. 웨스턴 무비에선 흔하게 볼 수 있는 이야기고요. 그런 구도를 간만에 한국 대형 영화에서 가져온 작품입니다. 클리셰가 되긴 했어도 잘만 뽑아내면 좋은 호응을 들을 수 있는 만큼 원래 각본이 호평을 받았다는 것이 이해는 갑니다.
문제는 나머지입니다. 김한민이 각색을 한게 문제인지, 이 영화의 연출이 궁극적 문제인지는 모르겠지만 스토리 전개부터 연기, 편집, 장르적 재미에 이르기까지 그다지 건질 부분이 없습니다. 스토리는 장르의 클리셰만 가져와도 흥미로울 수 있는 이야기가 중간에 갑자기 구멍이 나고, 쓸데없는 요소들이 덕지덕지 붙으며 누더기꼴이 된지 오래입니다. 캐릭터들에 대한 묘사도 한예리가 맡은 인물의 '바보지만 힘은 장사인 개그용 캐릭터'처럼 그다지 잘 드러나지 않아도 될 지점만 크게 묘사하지 정작 균형을 이뤄야 할 조진웅 일당에 대한 이야기는 뭉텅이로 빠져 있는 느낌을 줘요.
이런 상황에서도 배우들의 연기에서도 감흥이 느껴지지 않습니다. 안성기, 조진웅, 한예리, 손현주 등 연기를 잘 한다고 인정받은 배우들이 대거 출연하지만 전부 도구적인 연기에 머무르고 있습니다. 그리고 후반부로 영화가 접어드는 순간 도구적인 연기도 무너지며 어딘가 연기 지도 자체가 안 되었다는 인상이 강하게 들고 맙니다.
편집은 뭐만 하려고 하면 바로 플래쉬백으로 전환되며 맥을 줄줄이 끊고요, 건 슈팅 액션이 주를 이루는 작품 답지 않게 총격전 묘사를 자꾸만 피하려고 듭니다. 작중에서 안성기를 '람보'라고 부르듯 안성기의 캐릭터는 람보마냥 먼치킨스러워 지루함을 상쇄하기 위해선 폭력의 쾌감이라도 주어져야 하지만, 계속 핵심적인 지점을 피해가는 영화의 흐름과 편집은 액션을 보는 재미도 빼았습니다. 대체 이런 영화에서 어떤 볼거리를 찾을 수 있을까요?
그야말로 총체적 난국입니다. 중간중간에 나오는 시퀀스들 몇몇이 (헛)웃음을 주지만 애초에 이건 웨스턴 무비에 가까운 액션 스릴러입니다. 웃긴 시퀀스 말고 장르에 충실하려고 노력하는 모습이 안 보이면 안 되죠. 그렇다고 [비밀은 없다]처럼 자신만의 색깔이 드러나도록 장르를 재구성하지도 않았습니다. 그냥 게으른 영화도 아니고, 카메라를 급류 위에 놓고 움직이는 대로 찍은 작품이라 부르는게 더 맞지 않을까요. 한국판 웨스턴 무비를 보고 싶어 한다면 몇 년 전 개봉한 독립영화 [철암계곡의 혈투]가 훨씬 낫습니다. 최소한 이 영화는 아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