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12. 5.
"칼을 도로 칼집에 꽂아라. 칼을 쓰는 사람은 칼로 망하는 법이다."
마태복음 26장 52절 중에서
우리나라에서 가장 강대한 칼로 알려진 사람이 있다. 조선의 제일 검이라고 불리는 한동훈 대표도 있겠지만, 그보다 이전에 권력의 핵인 대통령을 탄핵시킨 인물이 있다. 바로 윤석열 현 대통령이다. 그는 문재인의 칼로 고속 승진을 하며 좌파의 칼로 보일만큼 우파의 숨통을 끊어버렸으나, 아이러니하게도 보수로 향했고, 결과적으로 대한민국 제20대 대통령이 되었다.
국가에서 가장 두려운 칼이 두 가지 있다면 그것은 사법부와 군일 것이다. 사법부는 법의 이름으로 심판을 내리고, 군은 무력으로 심판을 내린다. 검찰의 우두머리로 행정부의 수장의 목을 베고 올라간 대통령의 자리는 그에게 어울리지 않았던 것일까. 칼로 흥했으니 이제 본인이 핏값을 치러야 할 때가 됐을까.
국민의 힘은 진퇴양난의 초읽기에 몰렸다. 윤석열 대통령의 정치적 자살로 인해 레임덕으로 인한 행정 마비는 불 보듯 뻔한 상태가 되었다. 내각 총사퇴 이야기가 나오는 것도 그들이 내각 총사퇴를 하고 싶어서가 아닌 이미 무너진 대통령 하에서 일을 할 수 없다는 것을 잘 알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사태 속에 국민의 힘은 탄핵 반대로 당론을 정했다. 탄핵에 동의하는 것도 탄핵에 동의하지 않는 것도 출혈이 큰 선택이었다. 그러나 탄핵만은 막겠다는 행보는 더 큰 보수의 암흑기를 가져올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사실 이와 같은 상황이 오기 전에 한국 보수는 총선 참패로 그들이 민중들의 편에 서지 못하고 있음을 보여주어야 했다. 총선 전까지만 해도 거대 여당이 출현할 것을 기대하는 사람들도 있었으나 결과는 초라했다. 야당이 여러 행정부 장관들을 비롯해 수많은 사람들을 탄핵해 행정 마비에 이르렀다고 윤 대통령은 계엄 선포 시에 말했다. 정치는 강대강의 힘 대결이다. 이미 여소야대로 총선에서 참패했기에 탄핵 소추가 줄줄이 올라와도 견제하지 못한 것이다. 성적표가 초라하니 바보 소리를 듣는 것이다. 힘의 균형이 무너졌으니 그것을 계엄과 군을 통해 입법부를 통제하겠다는 것은 45년 전에 끝났어야 할 과거의 유산이다.
안타깝게도 대통령의 참모진에는 칼춤을 추던 이들만 있을 뿐 정치적 전쟁을 현명하게 이끌 참모는 없었나 보다. 군주가 추락할 때 주변에 아첨꾼이 넘쳐나고, 이득을 보려는 장사치가 가득하다고 했다. 그가 괴로워하는 모습을 보며 이를 일순간에 해결해 주리라 계엄을 하라 한 이들이 주변에 있었을 것이다. 오히려 협치를 해야 하는 여야 지도부와는 서로의 이빨만 드러내 위협을 하고 있으니 이러한 망국의 상황에 도래했다.
나는 정치에서 선은 없다고 믿는 편이다. 인간이 만든 시스템에 온전한 선이 어디에 있겠는가. 누군가가 웃으면 누군가는 운다. 현명한 정치인은 웃는 편만 생각하는 것이 아닌 우는 편도 배려할 수 있어야 하고, 무능한 정치인은 우는 사람만 만든다. 아무도 웃지 못한다. 더욱 최악은 그들의 적을 웃게 만든다. 윤석열 대통령은 그의 가장 껄끄러운 적에게 큰 선물을 준 셈이다. 스스로 예쁜 포장지에 스스로를 넣어 적의 손아귀에 자신을 보냈다.
한국 현대사에 유례없는 탄핵을 완성하며 대통령의 자리에 올라간 그가 아이러니하게 탄핵과 하야라는 두 가지 선택지를 강요받고 있는 이 상황은 우연일까. 아니면 그가 만들어낸 미래일까. 그 많은 사주와 박수무당들의 도움을 받을지라도 코앞의 미래도 제대로 점치지 못하는 것이 인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