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천만 국민에 카페 10만 개
솔직하게는 기업을 운영하는 대표님들보다 자영업을 사장님들이 무섭다고 느끼곤 합니다. 이유는 통계에 있습니다.
대한민국의 카페 숫자는 10만 개를 넘어가고 있습니다. 골목마다 카페가 있는데도 카페를 창업하시는 분들을 보면 정말 대단한 강심장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최상위 프랜차이즈 커피 전문점들의 영업이익이 대부분 10% 이상 무너졌음에도 불구하고 카페를 창업한다니. 어떤 전략으로 주변 카페와 경쟁을 할 것이며, 상권이 좋아 보인다면 그곳에 신규로 생길 카페와는 어떤 경쟁을 할 생각인지 정말 궁금합니다.
그뿐일까요. 저는 카페에 혼자서는 안 가는 편입니다. 커피를 마시고 싶으면 집에서 먹거나 편의점에서 먹어도 충분하기 때문이죠. 요즘처럼 비싸지는 물가에 커피에 대한 비용 압박을 느낀 것은 저 같은 편의점 커피 러버들 뿐만이 아닐 겁니다. 결국 많은 카페 사장님들을 창 밖으로 보면 손님이 없어 스마트폰만 보시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습니다.
한국은 정말 기형적으로 무엇이 돈이 된다고 소문이 나면 수만 명이 움직이는 극한의 경쟁 사회의 모습을 보여줍니다. 역사적으로 계속 반복됐고, 동시에 그 결과가 좋았던 적은 거의 없다고 볼 수 있습니다. 대만 카스텔라, 벌꿀 아이스크림, 최근엔 탕후루까지.
그뿐인가요. 직업도 트렌드를 따라 수만 명이 쉽게 움직입니다. 교사가 좋다고 하니 교사에 산더미 같은 인파가 몰여 임용이 안 되는 상황이 나옵니다. 공무원이 안정적이어서 좋다고 하니 9급 공무원 경쟁률이 1000:1까지 올라가는 기현상도 생깁니다. 그렇게 빠르게 올라간 열풍이 지속될까요? 고작 몇 년이 지나지 않아 다 사그라집니다.
수요과 공급의 원칙을 생각해 보면 너무도 당연한 결과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한민국은 놀라울 정도로 레드오션인 시장에 들어가 남들이 망할 때도 "나만큼은 성공할 것이다" 같은 생각을 하는 건가 싶기도 합니다. 제 상식으로는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는데 과연 어떤 전략과 비전을 가지고 이러한 특수성을 지닌 국가에서 가장 뜨거운 레드오션에 들어가서 돈을 벌겠다는 것일까요.
제 생각에는 많은 대한민국 국민들은 '많은 사람들이 가는 길이 안전하다'라는 생각을 하는 것 같습니다. 그러나 역사적으로도 많은 사람들이 몰린 길이 안전하지도 않았고, 오히려 좁고 사람들이 찾지 못하는 어려운 길을 간 사람들이 더 탄탄한 인생을 살곤 합니다.
동일한 무기로 싸우면 결국 가격을 낮추는 치킨 게임 밖에 할 수 있는 게 없습니다. 이것은 기업에도 동일합니다. 무기를 바꾸거나 지형을 옮기거나. 조금은 위험하고 남들이 가지 않는 길에 오히려 안전한 미래가 있을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