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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나의 여정

역공

2025. 2. 12.

by 한상훈

흔히들 중국 해커니 북한 해커니 하는 말들이 있다. 해커들이야 항상 있었고 공격자들이 상대방 편의 봐주면서 공격하겠는가. 집요하게 취약점을 파고들어 무엇이라도 빼내는 것이 해커들의 패턴이다.


이러한 상황에 멍청한 지도부가 있다면 수비에만 집중하라고 할 것이다. 수비만 집중한다는 건 뭘까. 적이 선명하게 있는데 폭격에 맞아도 막기만 하라는 게 좋은 전략인가. 그건 말이 안 된다. 적이 공격을 하면 응징하지 않고는 힘의 균형이 유지될 수 없다. 그렇기에 정치 공학에서 가장 주요한 요소 중 하나는 보복인 것처럼 눈에 보이지 않는 적을 상대로도 보복은 중요하다.


나는 자발적이든 비자발적이던 노예의 삶으로 그들에게 이용당하며 사는 해커들에 대해서 특별한 감정은 없다. 그러나 그들은 적이다. 전투 상황에 적은 사살 해야 하지 않는다는 건 내가 죽을 위기에 놓인다는 걸 뜻한다.


그러나 정보의 세계에서는 그들 하나하나를 상대하는 건 아무 의미가 없다. 배럭스에서 찍히는 마린 메딕처럼 무한정 나오는 유닛과 같고 그들에게 물리력을 가해 통제하는 것은 어렵다. 주요한 전략은 그들이 공격에 신경 쓰기보다 방어에 신경 쓰도록 하는 것이다. 역공은 그런 가치를 가진다.


그들도 지켜야 할 것이 있고 그중에서 가장 소중한 것은 결단코 지켜야 한다. ‘그것’이 노출된다면 우리가 그들의 목에 칼을 들이밀지 않아도 그들의 군주가 그들을 사형시킬 것이다. 안타깝지만 지켜야 할 것을 무너뜨려야 하고 공격에 집중하지 못하게 본진을 공격해야 한다. 먼 과거 한니발이 로마를 멸망시킬 수 있었겠지만 회군해야 했던 것처럼. 적의 심장을 찔러 폐부를 강타하는 공격을 해야 적의 공격을 막을 수 있다. 공격이 곧 방어라는 말은 여기서도 유효하다.


이러한 상황에 공격을 멈추게 하려는 세력은 언제나 있었고 그들의 배후에는 그들 사이에 거래가 있었다. 가장 역겨운 인간상이라 할 수 있는 인간이 조국과 민족을 배반하고 자신의 이익을 취하는 이들 아니겠는가. 손에 쥔 은화 30냥에 예수를 판 유다로 비유할 수 있을까.


그렇기에 우리의 적은 항상 같았다. 밖으로는 꼭대기. 안으로도 꼭대기. 그러니 힘의 명령을 따라다니지 않을 수밖에. 권력 밖에서 행동할 수밖에 없었다. 얼마나 많은 이들이 ‘그’와 연결이 되었고, 그 덕으로 편안한 대궐집에 좋은 밥과 술에 그들이 그토록 좋아하는 끝도 없는 여자들까지.


만약 그때의 여자들과 그때의 브로커가 용기를 냈다면 세상은 달라졌을까. 어떤 일이 생길 수 있었을까. 정보가 새는 구멍이 이토록 많으니 그들이 해온 모든 것들이 다 감춰야 할 진실뿐이다.


역사 앞에 발악을 하고 있는 이들이여. 어쩌면 그들의 삶은 이미 지옥에 가있을지도 모른다. 이상한 일이다. 그토록 아등바등 살아왔고, 피를 마시며 몸집을 키웠는데도 여전히 지옥 같은 두려움 속에 그들은 살고 있다. 무엇을 위해 그 선택을 했을까. 똑똑하다는 이들이 코앞에 욕심을 따라 살다 보니 덫에 걸려버렸다. 헨젤과 그레텔에서 부스러기 과자를 따라간 것처럼. 그토록 대단한 사람들이 빵 부스러기만도 못한 것들을 주워 먹다 결국 덫까지 들어가 버렸다.


너희들은 그저 덫에 걸려 살려달라 애원하고 발악을 해라. 우리는 꼭대기 목만 따면 된다. 세상이 요동치며 아기를 낳는 산통을 겪고 있어도. 우리는 꼭대기로 향한다. 평화를 가져올 방법은 이것뿐. 수만 가지 전략 중 가장 빠르게 게임을 끝내는 건 킹을 쓰러뜨리는 것. 그것이 가장 적은 피를 흘리고 게임을 승리하는 방법. 우린 민간인을 지키며 꼭대기로 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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