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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나의 여정

욥이 나를 보았다

2025. 3. 25.

by 한상훈
무너진 집에 헐벗고 기도하는 욥

욥기서에 나오는 욥은 신과 사탄의 내기로 인해 이뤄왔던 모든 것이 다 사라졌다. 재산은 사라지고 아내와 자녀들은 모조리 죽었다. 그 와중에도 신을 욕하지 않아 온몸에 병이 나서 부서진 기왓장으로 몸을 긁지 않고는 견딜 수 없을 피부병으로 고통받았다. 그럼에도 그는 신을 욕하지 않았고 친구들은 와서 그를 위로했으나 친구들은 계속해서 욥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네가 무언가 잘못을 했으니 벌을 받은 게 아니겠냐?"


그러나 욥은 끝까지 왜 이런 고통이 내게 찾아온 것인지 알 수 없다며 고통스러워했다. 그렇게 친구들과의 논쟁이 한참 지나고 나서 신은 찾아와 욥에게 무엇을 했을까. 신이 욥에게 용서를 빌었을까. 신은 욥에게 세상의 진실을 보여주었다. 욥이 전혀 알지 못하는 세상의 모든 진실들과 숨겨진 것들을 보여주자 욥은 그제야 깨닫게 된다. 그러고 나서 신은 욥에게 그전보다 더 큰 복을 내려 풍요를 누리게 했다.





이 이야기에서 많은 이들은 물질적인 보상에만 집중해 왔고 신과 사탄의 내기에 집중했다. 그러나 이 이야기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은 욥이 깨닫게 된 진리가 그의 재산과 고통과 더불어 가족들을 모두 잃어버리는 슬픔보다도 컸다는 것이다. 욥은 무엇을 보았길래 신이 허락한 형벌에 대해 신을 탓하지 않고 오히려 자신이 작고 보잘것없다 했을까.


신은 분명 미래를 보여주었을 것이다. 욥의 이야기가 끝없이 흐르고 흘러 이 이야기를 듣는 모든 자들에게 전해지고 그것에 담긴 진리가 전달되는 것을 보았을 것이다. 그 미래 안에는 이 이야기 속 진리를 깨닫는 이들 한 명 한 명이 있었을 것이다. 바로 욥의 이야기를 듣고 이 모든 진리를 깨닫게 된 사람들의 얼굴 하나하나. 그가 남긴 이야기를 통해 누군가는 사람 목숨을 가지고 악마와 내기를 하는 신의 모습을 보았고, 누군가는 인간 삶의 쌓아온 모든 것보다 큰 신의 뜻을 볼 수 있다.


황금과 멋진 옷. 그리고 그 어떤 일도 하지 않으며 왕의 권력을 누리는 자들을 보면 나는 허무함을 느낀다. 인간이 이 땅에서 누릴 수 있는 가장 큰 권능이 고작 금붙이는 몸에 붙여 치장하고 사람들에게 머리를 조아리게 하며 땀 흘리지 않고 살아가는 것뿐이라는 점.


욥의 삶도 그러했을 것이다. 그는 동방의 가장 큰 부자로 알려진 자였다. 복을 받았고 신실하게 살았다. 죄를 짓지 않기 위해 혹시라도 죄를 지을까 두려워 자신과 자식들의 죄를 위해 번제를 올리던 사람이었다. 셀 수 없이 많은 말과 소와 양. 궁전과 같은 집이 그의 것이었다. 그럼에도 그는 그 모든 것을 다 잃고 나서 신이 보여준 진리의 모습을 보고 이것이 단지 신과 악마의 인간 목숨을 두고 한 내기에 불과하지 않았다는 것을 알게 됐다. 그랬기에 그는 이렇게 말한다.


"보소서 나는 비천하오니 무엇이라 주께 대답하리이까 손으로 내 입을 가릴 뿐이로소이다"

- 욥기서 40장 4절


욥은 이 순간까지도 여러 가지 이야기로 전해져 간다. 고난을 받았으나 더 큰 복을 받은 기복주의적 해석으로 보는 이들도 있고, 인간의 보잘것없음을 풍자하는 이야기로도, 신의 성품에 대한 이야기로도 쓰인다. 그러나 내가 본 것은 욥이 신을 통해 본 것 속에 깨달은 자가 있었고, 그 안에 나도 있을 것이다. 그렇게 욥은 나를 보았고, 나 역시 욥을 보았다. 그리고 이 깨달음이 있는 자 모두는 욥을 서로 본 자들이다. 욥이 본 미래엔 진리를 깨달은 자들이 구름과 같이 모여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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