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나의 여정

창공

2025. 4. 3.

by 한상훈

운명이라는 이름으로 신은 우리를 인도하나 보다. 우리가 신의 언어를 어찌 인지하겠는가. 그가 인간의 발성기관을 가지고 공기를 진동시켜 소리를 만들어 전달하겠는가. 아니다. 신은 운명과 같은 사건과 직감이라는 신호를 통해 우리를 이끈다. 아무리 애써도 일이 안된다면 신의 입장에서는 막힌 길로 가는 무지한 인간을 돕기 위해 일을 망칠 수밖에 없다. 그 길에서 벗어나게 하기 위해 위험을 가져오거나 축복을 주는 방식으로 길을 이끈다.


성경에는 이 예로 요나가 있다. 요나는 명령을 거부하고 자신의 맘대로 하자 배를 풍랑에 휩싸이게 했고 결국 바다로 내던져지게 됐다. 거대한 물고기의 뱃속에서 요나는 지내며 명령을 거부할 수 없다는 것을 알고 나서야 요나는 명령을 따라 선지자의 길을 걸었다.


만약 어떤 인간이 미로에 갇혀 있고 소통할 수 없다면 어떨까. 당신은 하늘에서 그 인간을 보고 있지만 말을 해서는 길을 알려줄 수 없다. 출구까지 가게 하기 위해선 먹을 것을 미로의 곳곳에 두어 이끌거나 등 뒤를 쫓는 괴물을 두어 강제로라도 출구로 향하도록 이끌어야만 할 것이다. 이상한 방향으로 향하면 지진을 일으켜 두려움을 주거나 번개를 내리치거나. 큰 바람을 불어 경고할 것이다. 소통할 방법이 없으니 말이다.


직감은 신의 언어일 수 있다. 신은 영성을 통해 이야기하고 직감을 통해 사건을 만든다. 이유 없이 누군가를 만나고 싶거나 이유 없이 어딘가로 떠나고 싶거나. 이유 없이 누군가가 미워지거나. 이유 없이 변화를 하고 싶거나. 그 모든 직감 속에 신의 메시지가 담겨있을지 모른다. 드높은 창공에서 내려다보는 마음으로.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잡담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