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나의 여정

고요

2025. 6. 24.

by 한상훈

잔잔한 소음이 24시간 끊이지 않는 곳에 살다 보면 소음을 소음으로 인식하지 못하는 상황에 이른다. 그러다 문득 모든 소리를 끄고 들리는 모든 작은 청각 신호에 반응해 보면 생각보다 고음의 소음이 작게 전파되고 있다는 걸 깨닫게 된다.


한국인은 다른 나라에 비해 피부가 깨끗하고 어리게 보이는 경우가 많다.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한 가지 큰 이유는 나라 전체를 덮고 있는 견고한 화강암을 통해 흙이나 석회질과 섞이지 않은 깨끗한 물 덕분일 것이다. 깨끗한 물로 씻고 마시기를 반복하니 석회질과 여러 오염된 물을 쓰는 나라보다는 더 좋은 피부와 건강 상태를 유지할 수 있게 된다.


나는 잠을 잘 때 밝은 곳에서 자던 시절이 있다. 큰 통창에 커튼도 두지 않고 그저 밖의 빛을 받도록 한 것이다. 그때까지만 해도 그게 큰 문제가 되리라곤 생각하지 않았다. 큰 창을 통해 들어오는 빛 덕분에 수면 리듬이 그렇게까지 방해받지는 않고 해가 뜨고 시간이 지나면 눈이 부실 정도로 강한 햇빛이 들어왔으니 말이다. 다만 수면의 질이 문제였다. 잠을 잘 때 충분히 어둡지 않았다. 도시의 불빛은 한밤 중임에도 꽤 밝았고 그것이 무척이나 밝았다는 사실은 커튼을 치고 났을 때야 알게 됐다.


눈에 보이는 선명한 자극이 아니면 사람은 그것이 내 인생에 무의식적 영향을 주고 있다고 해도 즉각적으로 반응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결과적으로 이유 없이 피곤하게 느껴지고, 이유 없이 피부가 안 좋아지는 것처럼 느껴지고, 이유 없이 스트레스가 생기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이유가 없지 않았다. 이유가 있었고, 이유가 누적되고 있었다. 24시간 작게 들리는 소음은 1시간 동안 들리는 큰 소음만큼이나 클 것이다. 그저 체감의 문제일 뿐. 마시는 물도 충분히 어둡지 않아 생기는 피로함도. 부족한 영양소로 인한 무기력도. 이유 없이 괴로운 경우는 어쩌면 없을지도 모른다.


세밀한 것에 집중해 보기 위해서는 충분히 고요해져야 한다. 아주 고요한 곳을 만들어야 세미한 소음이 들리는 법이다. 완전한 암흑 속에 있어야 세어 들어오는 빛줄기를 보기 쉬운 법이다. 인생에서 한 번쯤은 먹는 모든 것에 영양소를 기록해 본다면 내가 얼마나 불균형하게 식사해서 특정 영양소를 배제하고 살았는지 알 수 있는 법이다.


이러한 모든 것은 문제를 인식하냐 아니면 문제를 인식하지 못하고 문제가 내 삶에 영향을 주도록 방치하는 것이냐로 나뉜다.


종종 주변이 시끄럽다고 더 큰 음악을 들어 귀를 망치는 경우를 보곤 한다. 그에게 필요한 건 더 큰 소리의 소음이 아닌 소음을 막아줄 귀마개다. 자신을 보호해야 할 때 보호가 아닌 손상을 통해 답을 찾는 것은 현명하다 말하기 어렵다. 사람에게는 지루함을 달래줄 적당한 소음이 필요한 게 아닌 고요함이 필요하다. 요동치고 혼잡한 마음을 더 요동쳐서 정신없이 어떤 것에 몰두한 것처럼 보이는 게 아니라 고요함 속에서 집중해야 한다. 의도된 고요함. 의도된 음악. 의도된 빛. 자기 자신을 대할 때 타인과 외부의 환경에 따라 억지로 나를 맞추지 말고 의도적으로 고요하거나 의도적으로 시끄러워야 한다.


음악이 필요한 순간이라는 말을 종종 하지만 음악도 소음도 없는 완전한 고요함이 더 필요하다. 아무런 자극이 없는 순수한 물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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