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나의 여정

고민의 의미

2025. 6. 23.

by 한상훈

진이 빠질 정도로 목표를 세우고 계획을 검증하는 일은 행동으로 옮기는 것만큼이나 많은 에너지가 소모된다. 그렇게 고민을 하고 계획을 세우는 과정을 걸쳐도 아무런 결과도 결론에도 이르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하곤 한다. 보통 사람들은 이 지점에서 계획이나 고민이 과했다고 생각해 포기하게 된다. 하지만 고민이라는 것은 높은 곳을 보기 위해 쌓아야 할 발판에 가까워서 무의미해 보이는 계획 수립의 시간들도 사실 유의미한 시간이다.


내 경우에는 사업 아이템을 고민할 때 몇 날 며칠을 온 에너지를 다 써서 검증해보곤 한다. 이전의 실패들이 있었기에 더욱더 다각도로 테스트해 보는 것이다. 긍정적인 이유에만 집중하는 것도 어려운데 현실적인 문제와 경쟁자 분석, 경쟁자가 실패한 이유 등을 다 살펴보다 보면 처음엔 훌륭해 보이는 아이디어는 처참히 부서지고 다시 바닥부터 시작해야 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생각 속은 폐허로 가득 찬 부서진 잔해만 남은 것 같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견고한 아이디어는 수많은 쉽게 생각나는 아이디어가 부서진 후에야 나타난다. 애초에 아무런 고민도 없이 고작 하루 이틀 생각해서 최고의 사업 모델을 찾을 수 있었다면 그것은 행운의 영역이지 노력의 결과도 아닌 경우가 허다하다. 노력의 결과가 아닌 것들을 사람들은 원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노력의 결과가 아닌 것들은 다른 사람들도 쉽게 해낼 수 있기 때문에 설령 아이디어가 훌륭하다 할지라도 경쟁자의 추격에서 벗어날 실력이 없다.


위대한 프로그래머는 쓰레기 같은 코드를 써본 적이 없을까? 수없이 많은 멍청한 코드를 쓰면서 더 나은 코드를 고민하고, 수시간동안 쓴 코드를 통째로 폐기하는 과정을 걸치면서 그다음 단계로 성장하는 법이다. 요리사들은 어떨까. 세계 최고의 셰프들은 그 단계에 오르기까지 실패한 요리가 없을까? 새롭게 시도한 요리는 언제나 시장에서 환영받고, 재료를 완벽하게 사용해서 낭비하는 부분이 없었을까? 아니. 수많은 실패와 고민이 아무 짝에도 쓸모없는 것처럼 보일만큼 음식물 쓰레기 통을 채우고 나서야 레시피 하나를 건질 수 있었고, 그 레시피 하나를 건져서 완전한 레시피를 찾기 위해 수많은 조합을 테스트해야만 상품성 있는 접시 하나가 나오는 것이다.


아무런 결과가 없다고 해서 그 과정이 의미 없는 것이 아님에도 결과가 눈에 바로바로 보이지 않는 것을 못 참는 이들은 성공할 가능성이 극단적으로 낮다고 할 수 있다. 대부분의 위대한 결과는 수많은 실패와 무너짐 속에서 배운 교훈들 위에 나타나는 것이지 어느 날 운 좋게 하늘에서 떨어지는 게 아니다.


세계 최고 수준의 사람들도 매일 같이 이 과정을 걸치면서 통째로 자신의 생각을 버리고, 계획을 수정한다. 자신의 계획이 완벽하다 하는 것은 오만이고, 짧은 시간 고민해서 얻어낸 것은 위험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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