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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나의 여정

웹툰 주인공

2025. 7. 8.

by 한상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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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렸을 적 좋아했던 웹툰 주인공들은 하나 같이 압도적으로 강력했다. 재밌게 봤던 웹툰을 떠올려 보면 단연코 '헬퍼'를 빼놓을 수 없다. 헬퍼의 장광남은 '베리' 강력했다. 대부분의 사람들을 보조리 이기고 남을 괴인.


그뿐인가. 초등학생 때 투니버스에서 했던 만화에서도 대단한 캐릭터들이 주인공이었다. '그 남자 그 여자의 사정'이라는 만화에서는 주인공은 전교 1,2등을 쓸어가는 남녀 주인공이었고, 그중 남자 주인공은 부잣집에 여러 사연이 있을뿐더러, 외모도 최고였다.


웹툰에서 그려지는 주인공들은 하나 같이 한 번쯤 꿈꿔본 인물로 설정되어 있다. 전교 1등. 학교에서 가장 잘 생긴 사람. 싸움을 제일 잘하는 사람 등. 뻔하디 뻔한 캐릭터라 할 수 있지만 마치 내가 그 주인공이 된 것처럼 즐겁게 주인공의 여정을 바라보게 된다. 그게 만화를 보는 사람들의 마음이 아니었을까.


나는 주인공이 되어보고 싶었다. 그리고 만화에서 묘사된 인물처럼 살아가기 시작할 때 꿈이 현실로 되는 중간 어딘가에서 기묘한 시절을 보냈다. 학창 시절 전교 1등을 찍어본 사람은 많이 있겠지만, 전교 꼴찌쯤에서 시작해서 1등이 된 사람은 드물다. 대학교에서 낮은 학점으로 졸업한 사람은 많지만 사회에서 수억 원의 연봉을 금방 찍어버린 사람은 드물다. 마치 웹툰 주인공처럼. 먼치킨 캐릭터처럼. 현실에서 보기 힘든 캐릭터가 되고 싶었던 것 같다. 그리고 그런 사람이 됐다.


먼치킨 캐릭터. 압도적으로 강력한 무언가가 있어 다른 캐릭터들은 비교도 안될 정도의 위압을 보여준다. 웹툰에서 동경하는 캐릭터를 바라보기만 하면서 그런 망상에 사는 것과 웹툰 속 주인공에 비견될만한 기이한 인생을 살며 먼치킨 캐릭터로 나아가는 길은 다르다. 재밌지 않은가. 사람들은 환상 속의 인물을 가상의 창작물에서 찾지만 때로는 현실이 창작물보다 더 기괴하고, 섬뜩하며, 압도적인 인물들이 나타나고, 가슴 떨리게 두렵기도 하다는 점.


동경하지 말고 달성하면 된다. 전교 1등이 된 웹툰 캐릭터를 동경할 필요가 없다. 내가 1등이 되면 된다. 그럼 그때부터 이 만화의 주인공은 내가 된다. 주인공으로 살기로 시작한 사람들은 다른 주인공이 다른 웹툰에서 어떤 일을 겪던 별 상관이 없다. 내가 속한 장르가 히어로물인지, 일상물인지, 로맨스인지, 스릴러인지.


자신이 선택할 수 있다. 주인공은 내가 된다. 웹툰에서나 나타나는 압도적 강함을 가진 캐릭터. 그게 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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