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7. 11.
나는 뼈가 대칭적이지 않다. 얼굴뼈가 대칭이 맞지 않아 좌우의 턱의 높이가 다르다. 좌우의 턱의 높이가 다른 것은 한쪽으로 얼굴이 기울어 자랐기 때문이다. 오른쪽의 뼈는 과하게 발달해 길어졌고, 왼쪽은 짧아졌다. 이것을 보정하기 위해 가만히 있어도 내 머리는 오른쪽으로 기운다. 평형을 맞추기 위해서 머리가 정중앙에 둘 수 없는 것이다.
머리가 기울면서 그만큼 목에 긴장이 생긴다. 목에 긴장이 생기게 되면 나타나는 특징은 목 근육이 굳게 되고, 마사지를 하면 통증이 느껴진다는 점이다. 다른 모든 부위와 동일하다. 긴장하고 그 상태로 오랫동안 유지되며 그게 평형점이 되는 것이다. 목의 근육이 굳게 되면 그만큼의 비대칭을 상쇄하기 위해 머리가 커진다. 그래서 나는 우리 가족 중에서는 머리가 큰 편에 속한다. 가족 전체가 키가 작고 머리는 훨씬 작은데 나만 머리가 큰 이유가 비대칭에 기인했다.
머리의 비대칭으로 생긴 문제는 비단 머리에서 끝나지 않는다. 어깨의 대칭에 영향을 주고, 척추를 좌우로 휘게 만든다. 결과적으로 골반이 틀어지고, 골반은 다리 길이에 영향을 준다. 여전히 나는 왼쪽 다리가 오른쪽 다리에 비해 꽤 길어 가만히 서있거나 일상에서 활동하는 작업을 쿠션 없이, 신발 없이 보내면 왼쪽 발바닥만 통증이 발생한다. 다리가 한쪽이 길어 많은 힘이 가해지면서 생기는 통증이다.
덕분에 아침이면 족저근막염 환자일 때나 느낄 법한 불편하고 무거운 뻑뻑함이 발에 전해져 온다. 이 모든 게 고작 뼈가 조금 엇나가면서 생긴 비극이라니 참 우습지 않을까. 이것을 고치기 위해 치과를 7년 이상 다니고, 수술을 하고, 할 수 있는 걸 모두 다 했음에도 이 신체를 가지게 된 나는 죽을 때까지 유사한 상황에 놓일 것이다.
이걸 해결하기 위해 나는 자세와 스트레칭에 신경을 많이 써야 한다. 의식적으로 자세를 다시 조정하거나 매일 틀어진 골반을 정상으로 맞춰주는 활동을 하는 것이다. 스트레칭이라고 해서 적당히 한 두 번 하는 게 아닌 꽤 많은 에너지가 소모되는 시간을 보내고, 의지력을 소모해야 누군가에겐 평생 해볼 필요도 없는 균형점을 찾게 되는 것이다.
세상 모든 일들이 공평하지 않다. 남들 눈에 쉽게 살아가는 것처럼 보이는 사람도 그곳까지 가기 위해 매일매일 대부분은 하지도 않는 일에 시간을 보내야 하기도 한다.
우리는 물을 틀면 마실 수 있는 물이 어디서든 나오지만 누군가에겐 하루 2시간 이상 햇빛 아래를 걸어야 얻을 수 있는 게 물이기도 하다. 사람의 시간은 똑같이 흐르는 것 같지만 전혀 똑같이 흐르지도 않고, 매일 지불해야 할 세금 같은 시간도 다르다. 비슷해 보인다고 비슷한 삶의 무게를 지고 살 것이라는 착각을 버려야 한다. 무능력해 보이는 사람이 사실은 나보다 몇 배의 삶의 무게를 지며 힘겹게 살아가고 있을지도 모르고, 말로는 맨날 힘들다고 징징거리는 놈들이 사실은 깃털만큼 가벼운 무게로 징징 거리는 것일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