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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나의 여정

조용한 죽음

2025. 9. 2.

by 한상훈
Brad Mehldau - Everything Means Nothing to Me (Official Audio)


언제나 진정으로 바라는 것은 무엇이었나 생각해 보면 그건 안락사였던 것 같다. 눈을 감고 평안히 이 모든 소음에서 벗어나고 싶었던 것 같다. 지독하게도 반복된 죽음에 대한 유혹은 도저히 떨어지지 않았다. 보통의 우울증과는 결이 다른 것 같았다. 우울증은 기력이 없거나 행동하고 싶은 것도 없이 무기력해지는 것을 동반한다면 나는 삶 자체에 대한 흥미가 고갈되는 것만 같았다. 아이러니한 일이다. 건강한 인상이 좋아 피부를 꼼꼼히 케어하고, 좋은 옷도 사고, 낡고 오래된 옷은 버리고. 주변 모든 사람들과 즐거운 날을 보내도 도통 삶의 의미를 찾을 수는 없었다. 수지타산이 맞지 않았다.


삶의 모든 즐거움과 고통을 저울추에 올려 무엇이 더 컸을까. 즐거움이 압도적으로 컸다면 고통을 감수하면서라도 삶을 지속할 이유가 됐었을까. 아니 나는 즐겁지 못했다. 즐거운 것이 즐겁지 못했다. 나라는 인간은 깨진 항아리로 영혼의 일부분이 손상된 사람과 같았다. 도통 이 지구라는 공간에서 살아야 할 행복감이나 즐거움이 지긋지긋한 삶을 지속해야 할 명분이 되지 못했다.


그것에 대해 타인들이 공감을 해주길 바라지도 않는다. 그들이 내 삶에 공감하기 시작했다면 그들 역시도 나의 깨진 영혼의 모습을 체감한다는 것이고, 그렇게 깨진 영혼을 닮아가는 건 그들의 영혼에게 좋지 못한 일이다. 죽음을 원하는 갈망 따위는 없이 소소하게 장난치고 뛰노는 아이들이 나는 그래서 그토록 아름답게 보였던 것 같다. 내 조카들은 참 착하고, 좋은 부모님을 둔 덕분인지 모나지 않게, 사랑받고 자란 게 느껴진다. 어른에게도 예의 바르고, 또래와 잘 노는 법도 알고, 나이 때에 맞는 고민도 하며 무럭무럭 자라난다. 나는 그게 무척이나 아름답게 느껴졌다. 아이들이 건강하게 자라나는 나무처럼, 힘차고 속까지 단단하게 자라나는 모습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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