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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나의 여정

의심이 없다

2025. 9. 6.

by 한상훈

내가 살던 곳은 촌동네였지만 대학교 무렵인지 고등학교 무렵인지 창고 벽면에 농구 골대를 달아 농구를 할 수 있었다. 아버지께서 달아주신 거였다. 농구를 하기엔 넓은 공간은 아니었지만 지나가는 사람도 하루 종일 몇 명 되지도 않는 길이다 보니 농구를 하는데 큰 문제가 되진 않았다. 다만 2명 이상 같이 게임을 한다거나(애초에 그럴 사람도 없지만) 3점 슛을 연습한다거나 하는 건 불가능에 가까웠다.


덕분에 나는 집에서도 농구를 연습하는데 어려움이 없었다. 주로 자유투나 드리블, 간단한 스킬들을 연습했다. 레이업과 자유투를 무척이나 많이 던지면서 머릿속으로는 꿈을 꾸고 있었다. 언젠가 이 시골이 아닌 곳에서 예전처럼 친구들과 즐겁게 농구를 하게 될 날을 말이다. 그뿐만 아니라 끝없는 고민을 풀기 위한 곳이기도 했다. 에어데스크를 만들던 시기엔 하루 종일 만날 사람도 없었기에 더욱 그러했다. 하루에 한 번 이상은 되도록 밖에 나가 산책을 하거나 공을 튕기면서 시간을 보냈다. 그게 유일한 탈출구 같은 느낌이었다.


지금 와서 보면 참 놀라운 시간을 보낸 것 같다. 그때 나는 무척이나 초라했지만 한 편으로는 당연한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내가 되려는 사람, 내가 꿈꾸는 인물이 되려면 이 정도는 당연하다.'와 같은 마음이 있었고, 동시에 무척이나 외롭고 괴로웠다. 경제력이 없었기에 무언가를 할 자유가 없었고, 언제까지 이 끝을 모르는 일을 해야 할지도 막막했었다. 참 이상한 모순 속에 살았던 것이다. 희망을 품으면서 동시에 절망을 품는다. 희망과 절망은 동전의 양면과 같았다. 항상 함께 다녔다.


그러던 중 나는 내 삶에 의심을 거둬주는 여러 순간들을 경험했다. 에어데스크를 더 이상은 하기 어렵다고 판단하게 됐을 때, 나는 시장에 나를 노출시켰고, 그 결과로 내가 어떤 사람인지 알 수 있었다. 물론 그 당시의 나는 자신과의 싸움을 하며 살아왔기에 타인과 협력하는 것도, 익숙하지 않은 시스템을 다루는 것도 모두 사회 초년생에 불과했을 것이다. 실력은 미흡했고 어떤 방향으로 삶이 나아갈지도 불분명했다. 선택했던 스타트업은 불안했다. 과연 미래가 이곳에 있을까. 자주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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