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9. 8.
오후 늦게 잠에 들어 밤이 돼서야 깨어났다. 밖을 걷고 싶었다. 알게 모르게 시원해진 밤공기는 에어컨을 켜둔 방보다 시원했다. 강남역부터 신논현까지 걷다 보니 광고판에는 현재 날씨가 보였다. 섭씨 23도. 미세먼지 좋음. 지금이 23도구나. 꽤 걷기 좋은 선선한 날씨. 이게 23도구나 싶었다.
한 시간쯤 산책을 하고 집으로 돌아올 무렵, 나는 익숙한 밤 풍경을 보며 몇 년 전 만난 그녀 생각이 떠올랐다. 그녀는 나와 있을 때 몇 도였을까. 36도보다 더 높았지만 40도는 안 됐겠지. 분명 그보다 더 뜨거웠었던 것 같은데, 사람 몸이 40도 넘게도 유지될 수가 있는 것일까. 하는 온갖 생각이 떠올랐다. 정확한 온도를 재려면 그때 그녀의 입 속에 온도계를 넣어봐야겠지. 피부로 느끼는 것과 혀로 느끼는 온도는 분명 다르니.
그녀는 내가 만난 첫 번째 연상의 파트너였다. 친해지기는 무척 쉬웠다. 내가 하는 말과 삶의 방식이 그녀에게 무척이나 좋게 느껴졌나 보다. 그녀는 나처럼 글을 꾸준히 쓰는 사람을 동경했었다. 무척이나 감수성이 풍부해서 시집을 사서 보거나, 시집을 보고 울거나, 직접 시를 쓰기도 했었다. 농담으로 한 말 한마디마다 많은 고민을 하는 스타일이었다. 나이는 나보다 많았지만 모습은 문학소녀와 다를 바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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