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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상훈 Sep 09. 2019

[에세이] 성장이 없으니 행복도 없었다

나는 편향적 기억력을 가진 것 같다. 힘든 시절의 기억은 모조리 지워버린다. 감옥같던 초등학교 시절, 아싸로 지낸 대학생 시절, 길고 힘들던 훈련소 시절들. 그래선지 당시 시간을 함께 보낸 친구들이 가진 기억을 나는 가지고 있지 않다. 모조리 다 지워버렸기 때문이다.


힘든 순간은 공통점이 있었다. 바로 내 노력이 결과로 이어지지 않는 시간들이었다. 훈련소와 교육사에서 열심히 보내서 좋은 부대에서 근무했지만 모든 노력이 결과로 이어지진 않았다. 밥먹기 위해서 바보처럼 서있는 시간들, 의미없이 혼나야 하는 시간들 말이다. 잘해보려고 노력했지만 그렇다고 밥을 빨리 준것도 아니었고, 군복무 시절이 빠르게 지난것도 아니었다.


나사빠진 사람처럼 지내는 방법은 간단하다. 내 노력이 아무 의미 없다고 믿으면 된다. 


한 번은 대학생때 아주 허름한 고시촌에서 살아봤다. 한 평쯤 되는 곳에서 몇개월을 살았는데 그곳의 사람들 모두 힘들어보였다. 나는 고시원 생활을 돈을 아끼고, 강해지기 위해 시작했지만, 그곳엔 갈곳을 잃은 사람들이 많았다. 그곳은 40~50대 먹은 아저씨들이 라면과 소주로 생활하던 곳이었고, 그 분들의 눈빛엔 피로가 가득해보였다. 


군대에서 자유를 잃고 지낼 때 공부할 수 있는 시간은 고작해봐야 몇시간이 전부였다. 나는 그 몇 시간동안 프로그래밍을 배우기 위해 노력했다. 다들 TV 보는 야간 연등시간에 독서실에 들어가 책상을 키보드 삼아 두드렸다. 머릿속으로 상상하면서 코딩을 했다. 책을 보고, 노트에 코드를 적고, 그것을 다음날이 되서 20~30분 안에 테스트해본다. 그게 나에게 허락된 성장시간이었다.


고등학교 때도 자유 적었다. 아침부터 밤늦게까지 학교에서 살았지만 그 어느때보다 행복했다. 매일매일 지식을 채우고, 약점을 없앴다. 문제집을 쌓아두고, 과목별로 3~5권, 약한 과목은 7~10권을 풀었다. 내가 점수와는 상관없이 전교에서 최고로 노력한다는걸 모두가 알고 있었다. 노력이 결과로 바뀌는걸 느꼈을 때 노력은 힘들지 않았다. 전교 330명 중 320등에서 시작했지만 전교 1등으로 마칠 수 있었던 건 성장에 대한 믿음 때문이었다.


환경이 끔찍한 곳에서 삶을 견뎌내는건 고통스럽다. 하지만 더 어리석은건 성장할 수 있음에도 성장하지 않는 이다. 성장없이 사는 삶은 느긋하고, 태평하고, 때론 부럽기도 하다. 하지만 성장하지 않을 수 있는 허영을 부릴 수 있는건 순간이다. 아무리 뛰어난 운동선수도 한 주 가까이 훈련을 쉴 생각을 하지 못한다. 정상에 오르기까지 수 십년을 연마했기에 잠깐 쉬는 것이지, 훈련하지 않는 삶은 그들이 꿈꾸는 삶이 아니다. 그들은 자신의 전성기가 10년 안에 끝날걸 잘 알고 있다. 마찬가지로 모든 사람들이 그렇다. 전성기는 순간이고, 성장할 수 있는 시간은 빠르게 사라져간다. 시간이 지나면 성장하고 싶어도 성장할 수 없고, 스포트라이트는 꺼진다.


성장에 관심이 없는 사람은 자신의 노력이 결과로 치환되지 않을 것이라 믿는다. 성장을 포기하고, 하루 더 게으름을 채운다. 사람을 채우는건 미래에 대한 기대다. 더 나은 삶을 꿈꾸지 않고 행복한 사람은 없다. 행복을 주는건 더 나은 삶을 줄 무언가로부터 얻는다. 그것이 돈, 애인, 권력이나 명예일 수 있다. 그러나 행복의 근원이 자기 자신이 될 때 가장 강력하게 살아갈 수 있다.


내가 버는 돈, 내가 얻는 명예, 내가 만들어낼 삶. 그것을 타인이나 환경에 달린 문제가 아니라고 믿어야 한다. 설령 그것이 내가 원치 않는 일로 일해서 발생했더라도, 앞으로 살아가야할 사람은 바로 나 자신이다. 내 삶의 책임은 모두 나에게 있다고 생각해야 한다. 내가 얻은건 내 손으로 만든 것이고, 내가 잃은 것 역시 내 삶으로 만든 것이다. 나라, 사회, 시스템, 가족, 학교, 군대, 회사. 이것들은 언제나 완벽하지 않을 것이고, 완벽한 날은 절대 오지 않는다. 내 삶은 내 손에 달려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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