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밍을 통해 제품과 브랜드 아이덴디티 확장하기
앨론 머스크는 현시대에 가장 혁신적인 아이콘이다. 혁신의 아이콘답게 그는 네이밍에서도 남다른 철학이 있었다. 그가 대외적으로 성공하게 된 계기는 페이팔이다. 그러나 페이팔은 원래 엑스닷컴(x.com)이라 불렸다. 결제 서비스와는 거리가 있어보이는 이 네이밍, 앨론 머스크가 지은 이름이다. 그의 책을 보면 엑스닷컴에 대해서 "짧고, 강렬하고, 기억하기 쉽다"는 점에서 좋아했다고 말한다. 일리 있는 말이지만 과연 그게 옳은 선택이었을까?
페이팔은 본래 콘피니티사의 결제 서비스였다. 엑스닷컴과 페이팔은 경쟁하던 중 합병하게 됐고, 처음엔 엑스닷컴으로 이름을 사용했지만 페이팔로 이름을 변경하게 됐다. 앨론은 자신의 회사명인 엑스닷컴을 계속 사용하길 원했으나 하지만 같은 팀원들 조차도 포르노 느낌이 나는 엑스닷컴보다는 신뢰도를 주는 페이팔을 선호했다.
물론 페이팔이 이름 때문에 성공한 것은 아닐수 있다. 하지만 네이밍 관점에서는 엑스닷컴보다 페이팔이 현명해보인다. 먼저 엑스닷컴을 검색하기 위해선 x라고 검색해야한다. x라고 검색하면 어떤 결과가 나올까? 연관 검색어로 x라는 latter에 대해 나오고, 사람들이 x를 여러번 넣기라도 한다면 바로 포르노 사이트들이 나올 것이다. 결제사를 운영하는데 연관검색어로 포르노 사이트가 나온다면 투자자들이 그 회사에 투자하고 싶었을까? 역사에 만약은 없지만 이름을 안 바꿨다면 우리가 기억하는 앨론 머스크는 작은 전자 상거래 회사 만들고 잊혀진 창업가가 됐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반면 현시대 미디어를 주름잡는 유튜브는 어떻게 네이밍을 했을까? 유튜브의 창업자 채드 헐리(Chad Hurley)와 창업 맴버들은 몇가지 규칙을 세워 네이밍을 진행했다.
1. 듣기 좋음
2. 외우기 쉬움
3. 두 음절
4. 알파벳 7글자 이내
5. 두 음절 각각의 의미가 소셜과 미디어를 담아야 함
위의 방법론은 네이밍의 기준으로 삼을만한 부분이 많이 있지만 앱이나 인터넷 서비스를 만들어야 한다면 몇가지 조건을 추가해도 좋다.
6. 검색하기 쉬울 것
7. 입력하기 쉬울 것
8. 이해하기 쉬울 것
9. 조합하기 쉬울 것
10. 줄임말이 쉬울 것
그럼 각각의 조건들이 왜 필요한지 살펴보자.
검색이 쉽다는 말은 꽤 깊은 의미를 가진다. 가령 애플OO 과 같은 형태로 네이밍을 한다면 검색엔진에선 언제나 애플사의 제품 결과를 우선 보여준다. 또한 동명, 비슷한 이름의 제품이 시장을 선점한 경우에도 마찬가지다. 아무리 마케팅을 하더라도 검색 결과로 나타나지 않으면 사용자는 해당 상품을 찾아볼 수 없다.
서비스를 입력할 때 사용자를 힘들게 하는 방법이 있다. 예를들어 숫자와 영어가 섞이면 된다. 모바일 사용자는 검색을 할 때마다 숫자 영어 변환키를 추가로 눌러야하고, 그 결과 오타율과 이탈율이 동시에 높아진다. 영어와 숫자가 섞여있는 네이밍의 또다른 문제점은 사용자가 제품명을 들었을 때 검색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5와 o를 혼동할 수 있고, 숫자를 영문 표기로 검색해서 검색이 이뤄지지 않을 수 있다.
기억에 오래남는건 어려운 단어가 아니다. 친숙한 단어가 오랫동안 기억에 남고, 말하기 쉽다. 내가 커피 전문점을 자주 가지만 영어로된 카페보단 조선커피라는 가본적도 없는 카페가 더 기억에 남는 것처럼 말이다. 조선커피라는 네이밍은 이름만 들어도 한국적인 느낌이 물씬나고, 설명할 필요없이 브랜드 이미지가 심어진다.
잘나가는 앱들은 자사의 네이밍을 활용해서 생태계를 만들기도 한다. 아이폰, 아이맥, 아이팟 등 사람들을 직관적으로 i로 시작하는 제품은 애플사임을 인식하고, 새로운 제품을 소개할 때도 좋고, 외우기도 좋다. 반면 나쁜 네이밍을 가지고 있으면 추가적으로 출시하는 제품마다 다른 이름을 부여해야한다. 처음 지은 네이밍으로 계속 손해를 보는 셈이다.
한국인들이 쓰는 유행어는 대부분 줄임말인 경우가 많다. 배민, 스벅 등 이름을 줄이는게 괜찮으면 줄여서 친근하게 표현한다. 3글자 이름은 줄이지 않고 그대로 읽히지만, 4글자 이상인 네이밍을 하게된다면 줄였을 때 말하기 편하고, 재밌어야 한다.
위의 조건들을 살펴보면 네이밍이라는 건 어찌보면 별명 붙이기와 비슷해 보인다. 잘 지은 친구 별명은 평생 그를 부르는 제 2의 이름이 되는 것처럼 자신의 회사에 별명을 붙인다는 마인드로 네이밍을 진행해보면 어떨까? 이름이 운명을 바꿀지도 모를테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