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한상훈 Apr 16. 2020

사이드 프로젝트 0원칙

어떻게 어디서 출발하는가

사이드 프로젝트를 시작하고자 할 때 막는 첫 관문은 바로 '무엇을 해야하는가'에 대한 고민이다. 뭘 할 수 있을지와 어떻게 할지 고민하고, 막상 고민 끝에 나온 결과도 신통치 않아 주저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그래서 나는 완전히 다른 방향으로 사이드 프로젝트를 접근해야한다고 주장한다.


1. 영감을 얻기

사람들은 아이디어에 대해 고민하는 일은 중요하게 여기면서 아이디어의 근원인 영감을 얻는 일은 소홀히한다.

영감이 없는 사람들이 아이디어를 쥐어짜봤자 나오는건 거기서 거기일 뿐 독특하고, 참신한 것은 얻지 못한다. 고인물에서 아무리 낚시를 해봤자 새로운 물고기가 잡히겠는가? 새로운 어종을 발견하려면 다른 바다로 나아가야한다.


영감을 얻는 첫번째 방법은 자신이 익숙하지 않은 정보를 접하는 것이다. 익숙하지 않은 정보를 얻게 되면 우리는 기존의 정보와 새로운 정보를 연결하며 이런저런 상상을 하기 쉽다. 전혀 모르던 시장에서 새로운 기회를 마주하는 것이다. 맨날 컴퓨터만 하는 사람이 자동차 시장을 알게 되고, 주식 시장을 알게 되면 기존에 찾지 못한 새로운 아이디어를 찾는게 쉬우면 쉬웠지 어려워지지 않는다.


영감을 얻는 두번째 방법은 영감이 있는 곳으로 가는 이다. 디자이너들은 작품을 만들 때 다른 사람들의 작품을 통해 영감을 얻곤 한다. 디자인 포트폴리오 사이트가 수 십, 수 백 개가 있는게 괜히 있는게 아니다. 각각의 사이트마다 다루는 컨텐츠의 형태와 구성이 다르다보니 방문하는 곳에 따라, 트렌드에 따라 새로운 작품들과 컨셉을 마주하게 된다. 다른 사람들의 신선한 자극을 통해 새로운 자극을 얻는 것은 현명한 전략이다.


내 경우에도 에어데스크를 개발하면서 디자인 모티브를 얻기 위해 디자인 사이트들을 다니며 영감을 찾아다녔다. 남들이 만든 것에서 좋은 힌트를 발견하면 나름대로 그것을 재구성하고, 발전시켜 새로운 디자인을 만들 수 있었다. 또한 사람들이 러프하게 만든 디자인을 보면서 상상의 나래를 펼치곤 했다. ‘내가 저 안에 기능을 넣는다면 어떻게 구성하고, 무엇을 제공하겠다.’ 마치 내 제품인 것처럼.덕분에 사이드 프로젝트 리스트가 절대 줄지않고, 언제나 늘어나게 됐다.


2. 구체화된 영감

타인을 통해서 얻은 정보나 자극은 대부분 강렬하지만 아직 자리잡지 못한 상태다. 이를 구체화하고, 만들고자 하는 것으로 변화시키는 과정이 필요하다. 이때 필요한게 노트와 팬이다. 노트에 자유롭게 드로잉하고, 레이아웃을 그리고, 그것을 통해 사람들이 어떤 감정을 느낄지 생각해본다. 단순한 제품의 모양을 넘어서 사람들의 반응을 하나하나 생각해보는 것이다. 이때 사람들의 표정은 어떨까? 흥분, 즐거움, 평온함, 강렬함, 경쾌함  무엇을 느낄까?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성적으로 무엇이 옳은지, 무엇이 수익을 나게 하는지 정도만 고민한다. 그러나 사람을 이끄는것은 감정이다. 내가 만든 제품이 사람들이 자기   켜보게 되는 제품이 된다면 어떨까? 아침에 눈뜨자 마자 확인하고 싶고, 켜보고 싶은 앱이라면 어떨까? 이것을 생각해보다보면 없던 힘도 생기곤 한다.


나는 이것을 감정의 동기화라 부른다. 사용자의 감정을 나에게 동기화시키고, 그것에 몰입한다. 이 과정 속에서 사람들이 느끼는 것이 크면 클 수록 내 안에 열망도 함께 커진다. 열망이 커지면 당연히 아무리 힘든 과정을 요구하는 프로젝트라도 끈기있게 해낼 수 있다. 결국 절대 포기하지 않는 상황을 스스로 만들 수 있게 된 것이다.


3. 감정에서 시작

이처럼 좋은 사이드 프로젝트는 설렘과 기대, 그리고 행복감이 동시에 들게 된다. "아이디어 찾는게 고민이에요." 같은 질문은 아예 존재할 수 없다. "어떻게 해야 더 빨리, 더 완벽하고, 더 멋지게 만들 수 있을까?", "어떻게 우리 팀원의 생산성을 높힐 수 있을까?"가 고민이 된다. 감정에서 시작하면 자연스럽게 일 자체에 대해 고민하고 탐구하는 자신을 발견할 것이다.


감정은 자원이다. 정신적으로 메마른 상태에선 모든게 스트레스가 된다. 마찬가지로 사이드 프로젝트가 당신의 오아시스가 되려면 지속적으로 감정을 채워넣어야 한다. 제품에 대한 사랑, 기대 그 무엇이던 이것은 곧 열망으로 바뀌어 당신을 미친듯이 일하게 만들 것이다.


어떤 이들은 이 과정이 습관처럼 베어있어서 열망을 스스로 얻으며(self-motivative) 산다. 반면 어떤 이들은 열망의 삶을 상상도 못하고 살아가기도 한다. 나는 후자의 사람들이 전자의 삶을 경험해보길 바란다. 열망에 차서 무언가를 할 때 얻는 에너지와 행복감은 일반적인 성취감과는 다르다. 얻어서 행복한게 아닌, 노력하는 내 자신에 대한 자부심, 뿌듯함, 좋은 제품을 만들어서 사용자를 기쁘게 하겠다는 마음 등이 섞여 놀라운 경험할 것이다.


이것은 단순히 사이드 프로젝트에만 국한된 이야기는 아니리라 생각한다. 꿈꾸며 일하는 사람들 모두는 꿈의 대상을 열망한다. 그 덕분에 그들은 힘든 일도 해낼 수 있다. 그렇게 믿는다. 결국 해낸다.


사이드 프로젝트가 조그맣고 별거 아니라고, 언제든 할 수 있다고 미루는 이들이 많다. 그들은 열망이 없다. 그 결과 열망은 버려지고 잊혀질 것이다. 물을 주지 않은 식물처럼. 바짝 마르고 생기를 잃을 것이다.


무엇이 새로운 도전을 이끌어내느냐?


영감을 얻고, 열망을 채우는 . 


그것이 사이드 프로젝트의 0원칙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나는 올해 얼마나 사이드 프로젝트를 했을까.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