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차가 올 때 퇴근하기
오늘도 막차가 다닐 때쯤 나는 사무실을 나선다. 관리자도 없고, 일하는 사람도 없다. 아무도 없을 때가 되서야 퇴근을 한다. 공유 사무실이라 사람들이 많아야 하지만 다들 저녁을 즐기러 간 시간이다.
특히 토요일과 일요일은 무척이나 조용하다. 마치 아무도 없는 학교에서 새 소리만 들리는 것처럼, 텅 빈 사무실에서 가지는 나만의 시간은 무척이나 기분좋다.
강남역 4거리의 복잡함과 그 많은 시위들도 이 시간이면 조용해진다. 강남역 8번 출구 앞 서초 삼성 타운의 가로등을 아름답게 빛난다. 이곳에서도 나처럼 아무도 없을 때까지 일하는 누군가가 있겠지.
멋진 곳에서 일할 수 있는 것은 행운이다. 좋은 분위기와 좋은 사람들. 똑똑하고 멋진 사람들과 일할 수 있고, 번뜩이는 아이디어와 열정으로 가득찬 사람들과 일하는건 최고의 행복이다.
누군가는 일이 행복이라 말하기 어렵겠지만 나에겐 더 소중하게 느껴진다. 왜냐면 나는 에어데스크를 창업하기 위해서 군대 사이버 지식 정보방에서 코딩했었다. 그 뒤로 평택 고향집에서 혼자 끙끙대며 1년 가까이 개발했다. 하루하루가 자신과의 싸움이었지만, 그보다 더 힘든건 함께 일할 사람이 없다는 외로움이었다.
프로그래머라는 직업을 택한건 올해로 5년째다. 그 중 2년은 군대에 있었으니 제대로 일한건 3년 정도 된다. 그 중 2년은 혼자서 프로그래밍을 공부하고, 알바하면서 사업비를 충당했다. 하루 12시간씩 3개월 동안 프로그래밍을 했고, 피씨방 알바를 하면서도 코드를 짰다. 알바로 버는 100만원도 안되는 돈으로 한 달을 살고, 사업을 진행했던 삶이 엊그제 같다.
그렇기에 나는 팀원들과 일하는 것에서 행복감을 느낀다. 5년 만에 많은 것들이 바꿨다. 이제는 강남역 10분거리에서 살고, 5분거리 사무실로 출근할 수 있게 됐다. 원하는 만큼 일할 수 있고, 능력있는 사람들과 시간을 보낼 수 있게 됐다.
밤 11시쯤 퇴근하면 새벽 4시 무렵까지 쉬기도 하고, 코드도 쓰고, 책도 볼 수 있다. 그리고 다시 아침이 오면 새로운 하루를 시작한다.
나는 요즘에서야 한 주에 70시간을 일하는 것이 그렇게 힘들지 않다는걸 느낀다. 같은 일을 해도 누구와 어떻게 일하는지에 따라 달랐다. 에어데스크를 만들 때는 아무도 없는 곳에서 만들다보니 하루하루가 무척이나 힘들었지만, 이제는 그렇지 않다. 같은 시간을 일해도 어떤 곳에서 어떻게 일하느냐가 많은걸 바꿨다.
힘든 시간을 오랫동안 겪어서일까. 요즘 누리는 세상의 빛은 모든게 아름답게 느껴지곤한다. 몰아치는 일들도 기회로 보이고, 타이트한 하루하루가 감사하게 느껴진다. 삶이 이렇게 지옥과 천국을 왔다갔다 할 수 있다는걸 보면 쉽게 포기할만한건 아닌거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