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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상훈 Jun 24. 2020

굼뱅이와 미친놈

일을 못하는 사람은 왜 그렇게 굼뜬것인가

나보다 느리게 운전하는 놈은 굼뱅이들이고, 나보다 빠르게 운전하는 놈들은 미친놈들이다. - 작자 미상


살면서 이보다 정확하게 운전자를 묘사한 말을 들은 적이 없다. 하지만 운전에서만 이럴까? 일터에서도 똑같다는걸 요즘 느낀다. 


다른 사람은 모르겠지만 나는 나보다 일 못하는 놈들을 멍청이, 굼뱅이, 무능력자로 생각하고 나보다 일 잘하는 사람은 업계 선배, 멘토, 유능한 사람, 대단한 사람으로 생각하곤 한다. 업무를 못하는 사람을 만나면 '왜 저렇게 일을 못할까?' 생각했다. 내가 누군가의 눈에는 못할 거라는 생각은 못했다. 언제나 나는 평균 이상의 준수한 사람이라는 생각을 하며, 나보다 못하는 모든 동료들을 멍청이로 생각했는데 그런 내가 멍청이였다.


하루는 한 성공한 사업가 친구에게 내 상황을 하소연하면서 능력이 부족한 직원들을 욕한 적이 있다. 그때 친구의 조언은 잊지 못할 큰 울림을 줬었다.


"능력이 떨어지는 사람도 제대로 쓸 수 있어야 리더다."


일을 못한다고 내가 답답할 필요가 없었다. 감정적으로는 답답할 필요 없이 그저 나는 직원들이 각자 가진 능력의 100%를 이끌어내기만 하면 됐다. 그들의 능력을 넘어서는 것에 대해서 요구할 필요도 없었다. 어찌보면 직원을 믿고 기대하진 않지만 냉정하게 평가하는 길이다.


냉정한 평가에 따라 업무를 분담하는 건 결과적으로 감정을 보호하고, 팀원에게 분노를 표출하는 일을 무척 줄여주었다. 답답한 마음도 사라졌다. 그전엔 팀원들을 가르쳐서 일을 해내게 하려고 했다면, 이제는 내가 어떻게 해야 최고의 결과를 만들 수 있을까만 생각해보곤 한다. 동료 한 명 한 명을 기계처럼 대하고, 기계처럼 평가하고 일을 부여하게 됐다.


이 전략의 한가지 좋은 점은 나는 이 조언을 따라서 굼뱅이를 굼뱅이라 비난하지 않는다. 그리고 미친놈을 미친놈이라 비난하지도 않는다. 굼뱅이가 굼뱅이 일을 하는건 당연한 일이고, 미친놈이 미친놈처럼 일을 하는게 당연한 것처럼 말이다.


사람의 차이를 인정한다는 건 이런 게 아닐까 싶다. 누군가는 굼뱅이보곤 빠르게 달리라고 말하는걸 즐기겠지만, 이미 굼뱅이는 전속력으로 달리고 있을지 모르는 일이다. 굼뱅이의 전력을 넘는 걸 요구한다면 그 굼뱅이는 죽을게 분명한데 나는 아직까지 굼뱅이에게 기차의 속도를 요구했었다.


이제는 표준 속도를 맞추려 노력한다. 팀원들에게도 표준 속도를 요구하고, 내 자신에게는 리더로서 필요한 속도를 요구한다. 오랫동안 합을 맞추며 서로의 속도을 찾아가는 것이야말로 진짜 팀워크가 아닐까? 그런 생각이 드는 하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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