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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상훈 Jul 01. 2020

무시의 힘

고맙습니다. 나를 무시해줘서.

나는 무시를 당하는걸 좋아한다. 


클라이언트가 계약을 취소할 때. 함께 일하던 동료가 떠날 때. 사랑하는 사람이 나를 차버렸을 때. 뒤에서 나를 흉보는 사람이 생길 때. 그들이 고맙다. 왜냐면 나는 이들 덕분에 힘을 얻기 때문이다.


클라이언트가 계약이 취소되면 나는 더 큰 클라이언트와의 계약을 위해 노력한다. 그래서 이전 클라이언트가 실수했다는걸 알려주고 싶다. 나라는 사람을 놓쳤다는 사실을 알려주고 싶다.


일하던 동료가 떠날 때도 기쁘다. 그들은 그들의 기회를 찾아 선택했기에 그 용기가 고맙다. 또한 나는 남아있음으로써 더욱 성공시키겠다는 힘을 얻는다. 떠난 이들이 후회할만큼 말이다.


사랑하는 이가 떠났을 때도 같다. 무척 오랫동안 마음이 아팠지만 그 덕분에 그녀는 나보다 나은 사람을 만날 수 있게 됐다. 또한 나 역시 더 나은 사람이 될 수 있다. 그리고 내가 앞으로 만날 사람과는 새로운 추억을 조금 더 성숙하게 만들어갈 수 있음을 안다.


나를 흉보는 사람도 고맙다. 그들을 생각하면 나는 지쳐있을 때도 힘이 생긴다. 그들에게 복수를 하고 싶은 마음이 아니다. 그들은 나에게 당당하고 떳떳한 삶을 살라고 응원해주는 이들과 같다. 나는 그들이 나를 흉본게 민망할 정도로 괜찮은 사람이 되고 싶다. 올곧은 사람으로, 의지 있는 사람으로, 매력있는 사람으로 알려져서 그들이 민망할만큼 멋진 사람이 되고 싶다.


나는 이들이 고맙다. 나를 무시해주고, 멸시해준 이들이 무척 고맙다. 


물론 나도 사람이기에 무시를 당한 그 순간. 갈등의 순간에는 무척이나 화도 나고, 슬프기도 했다. 때로는 분했고, 절망적이어서 밥도 못먹는 일들도 있었다. 하지만 그들이 고맙다. 특히 요즘처럼 모두가 나에게 잘해줄 때 그들과의 기억은 세상의 찬 바람 같고, 내 달콤한 잠을 깨워주는 차가운 냉수 같다.


나는 이들에게 복수할 생각이 없다. 이들이 나를 훗날 만났을 때 적의를 상실할 만큼 내가 괜찮은 사람이 되고 싶다. 나를 비난하고, 힘들게 했던 이들이 민망할만큼 사회적으로 성공해서 당당하고 싶다. 그들이 가진 나에 대한 생각이 틀렸다는 것을 증명하고 싶다.


현재가 영원할 것이라 믿는다면 나를 무시하는 이들은 날 슬프게하고, 괴롭힌 사람들일 뿐이다. 하지만 나는 3년 안에, 5년 안에 모든게 바뀐다고 믿는다. 앞으로 3년 안에 눈을 씻고 볼만큼 내가 발전해 있으리라. 앞으로 5년 안에 그들이 잘못 생각했다는걸 인정할만큼 성공하리라는 마음을 품고 살고 있다.


나는 이들을 다시 만나고 싶다. 내 삶이 그들보다 얼마나 나은지 못난지 증명하기 위함이 아니다. 나를 무시하던 이들이 어떻게 변해있을까, 그리고 나는 과거의 그 순간으로부터 얼마나 발전해왔을까 확인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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