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대한 애벌레
삼성전자 권오현 회장의 『초격차』
따뜻한 곳에서 맛있는 잎사귀를 갉아먹는 것으로 만족하며 영원히 애벌레로 멈춰 있으려 한다면 어떻게 될까요? 아마 세상에서 제일 몸집이 큰 애벌레가 될 것입니다. - 『초격차』 프롤로그 중에서
누구나 마음만 먹으면 그 누구보다도 게을러질 수 있다. 게으름은 아무리 강한 정신력도 설득할 수 있다. 아무리 똑똑한 사람들이라도 게으름은 협상하기 어려운 상대다. 개인의 삶을 송두리째 바꾸는 게으름의 힘은 인간을 한 마리 살찐 애벌레로 만든다.
삼성전자 권오현 회장의 책 『초격차』에서는 변화의 필요성을 말한다. 개인에게 있어서도 시대를 살아가기 위해서 끝없이 변화하고, 발전해야하는 것이 현 시대이다.
거대한 애벌레로 남아 있느 것에 만족하는 회사나 사업부서도 많이 보았습니다. 자신이 얼마나 거대한 애벌레인지 자랑하는 사람도 있었습니다. 그 사람들의 눈에는 하늘을 날고 있는 새들이 보이지 않는 모양입니다.
거대한 애벌레는 누구인가? 현 시대를 주름잡는 여러 잘나가는 기업들이다. 지금 잘 나가는 사람들이다. 그들은 너무나 많은 초록 잎사귀를 먹어서 자신의 비대함을 세상에 자랑한다. 내가 얼마나 많은 잎을 가지고 있는지. 얼마나 많이 먹었는지 이야기하다보니 하늘에 날고 있는 새를 보지 못한다.
수 많은 기업이 변화하지 못해 망했다. 수 많은 잘나가던 사업가들, 자영업자들, 개인들이 시장의 변화에 도태되어 적응하지 못했다. 시대가 바뀌고 있다. 코로나 19로 인해 오프라인 시장에서 언텍트 시장으로 대규모 변화가 이뤄지고 있다. 농담처럼 A.I가 세상을 지배하고 일자리를 빼앗아 간다고 하지만 자신의 직업과 사업은 안전할 것이라 생각한다.
실리콘 밸리에선 완전 자율 주행차를 2030년으로 보고 있고, 이로 인해 생기는 단순 운송업 종사자들이 시장에서 퇴출될 위기로 보는 의견도 있다. 그 뿐 아니라 캐셔, 상담사, 배달 등 진입장벽은 낮고 많은 인구가 종사하는 직업의 경쟁력은 하루가 다르게 떨어지고 있다. 그들이 만약 직업을 잃게 되고, 그 자리를 저렴한 A.I가 대체한다면 이들은 무슨 일을 해야하는가?
물론 누군가의 일자리가 사라지면서 새로운 일자리는 분명 생길 것이다. 그러나 새로 생긴 일자리가 누구에게나 허락된 일자리는 아닐 것이다. 기업이 최소한의 비용으로 최대의 이익을 보는게 당연한 것처럼, 그 누구도 바보가 아니라면 비싼 사람들을 쓰기보단 저렴한 A.I를 사용할 것이다. 그렇기에 지금 가진 것이 10년 후에도 지금만큼의 의미를 절대 가지지 못할 거라는 건 분명하다.
변화가 너무나도 많이 일어나다보니 도리어 변화를 인지하지 못하는 기현상이 일어나고 있다. 기술의 최전선에서 있는 사람들은 세상의 변화가 두려울 정도로 빠르다는 것을 알고 있고, 계속해서 역설하고 있다. 반면 기술에 무관심한 이들은 그 어떤 시대의 변화에서도 감흥을 느끼지 못한다.
앞으로 자랄 잎사귀는 아직까지 자란 잎사귀와 분명 다를 것이다. 생각해보면 지금은 삶의 일부가 된 유튜브가 불과 15년 전에는 존재하지 않았다. 지금은 잘 나가는 인터넷 방송인들, 인스타 인플루언서들도 존재하지도 않았다. 처음 아프리카 TV가 나왔을 때는 별창이라는 말로 비하하고, "나중에 자식 낳으면 어쩌려고 별창짓을 하냐"는 둥 비꼬고 경멸하는 사람들이 많았지만 지금은 어떤가? 어린 나이에 말도 안되게 많은 수익을 버는 사람들이 우리의 일상과 대화를 채우고 있다.
시대가 계속 변화하고 있다. 누구 하나 이 직업이 옳고, 이 직업이 최고다 말하기 힘든 수준으로 빠르게 변화한다. 이걸 해야하는지 저걸 해야하는지 누구도 확언하지 못하기에 변화하고, 적응해야한다.
어떤 이들은 특정 직업이 미래를 보장해주지 못하기 때문에 할 필요가 없다라고 말하기도 한다. 하지만 나는 다르게 생각한다. 그 어떤 직업도 이제는 미래를 보장해주지 못한다. 그 어떤 회사도 정년을 보장하지 못한다. 최고의 직업이라던 교사도 저출산으로 인해 임용이 이뤄지지 않고, 이미 있는 교사들의 정년도 점점 불투명해지는 세상이다. 누가 어떤 직업이, 어떤 직장이 최고라 말할 수 있을까?
거대한 애벌레는 제일 먼저 새에게 잡아먹힌다. 얼마나 살쪘는지 말하기 보단 나비가 되어 새에게 먹히지 않는게 우선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