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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상훈 Mar 27. 2021

성공의 판돈

무엇을 포기하고 성공을 쟁취할 것인가


1992년 바르셀로나 올림픽이 끝나고 미국인을 비롯해 전 세계인들은 마이클 조던 광풍이 불었다. 조던 광풍의 원인은 당시 마이클 조던의 압도적인 기량과 성과 덕분이다. 그는 소속팀 시카고 불스를 연속으로 우승 시켰고, 리그 최고의 선수에게 부여되는 MVP를 연속으로 수상하며 최고 중 최고의 선수임을 증명했다. 그 뿐 아니라 바르셀로나 올림픽에서 다른 나라들을 수 십 점차로 박살 낸 미국 드림팀의 리더였기 때문에 미국인들에게 있어선 자랑스러운 존재이자 존경의 대상이 됐다.


전설적인 NBA 선수들(좌측부터 래리 버드, 마이클 조던, 매직 존슨)


"Be like Mike!(조던 처럼 되고 싶어요!)"라는 말이 TV 광고에서 수 없이 나왔다. 당시 미국을 비롯한 전세계 사람들의 열망이 고스란히 담긴 말이었다. 이는 사회 현상 수준으로 커졌는데, 이 어마어마한 인기를 누렸을 때 한 기자는 조던에게 물었다.


게토레이의 Be like Mike 광고



"사람들은 당신처럼 살고 싶다, 되고 싶다고 말합니다.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이에 마이클은 이렇게 답했다.



"사람들은 딱 하루나 딱 한 주만이라도 마이클 조던이 되고 싶다는데 1년 동안 저로 살아도 좋아할지 궁금하네요."



마이클의 답변엔 그의 인생이 쉽지 않다는걸 내포하고 있다. 스포트라이트와 화려한 모습은 삶의 일부일 뿐 이를 위해 자신이 겪어야 하는 수 많은 노력 또한 사람들이 원할까에 대한 답변이었다.


마이클 조던은 전국민의 관심을 받았기에 사생활 하나하나가 노출되고, 어딜 가더라도 구름 같은 사람들이 모여서 쉴 때는 외톨이처럼 홀로 호텔방에 머물곤 했다. 그러면서도 최고의 모습을 보여야 했기에 새벽이면 코트로 가서 훈련을 시작했고, 찾아오는 기자들에게 성실하게 답변을 해야했고, 수 많은 팬들 앞에서 최고의 모습만 보여야 했다.


모두가 조던과 같은 성공의 달콤함은 원한다. 그러나 성공의 이면에 있는 고통, 노력, 자기 관리, 포기해야 할 것들에는 크게 관심이 없어 보인다. 심지어 성공에 미쳐 자신의 모든 돈을 털어 넣고, 빚까지 끌어오는 창업자들도 비슷했다. 성공의 결과물에만 빠져 반드시 받아들여야 하는 고통을 버티지 못하고 좌초되곤 한다.




굳이 마이클 조던이 되지 않더라도 사회가 인정하는 위치에 올라서기 위해선 어마어마한 노력이 필요하다. 손님에게 최고의 음식을 대접하는 일류 셰프가 되기 위해선 수 없이 많은 음식물 쓰레기를 치워야 하고, 수 년간 설거지를 해야 한다. 엄격한 상하 체계가 있는 주방에서 하루 12시간이 넘는 고강도의 일을 수년간 하며 성장해야만 다다를 수 있는 대단한 위치다.


그러나 사람들은 TV에 나오는 화려한 셰프들의 모습만 보곤 한다. 요리 잘하고, 멋지고, 돈을 잘 벌고, TV에 폼나게 나오는 모습은 그들이 주방에서 일한 시간에 비하면 찰나의 순간이다. 셰프는 주방의 불 앞에서 안 좋은 공기를 마시며 서서 일하고, 소리치고, 일한다. 레스토랑이 곧 자신의 얼굴이기 때문에 매일 매일 최선의 모습으로 손님들에게 식사를 제공해야 한다. 그들은 손님들이 호화로운 식사를 할 때 끼니도 제 때 챙겨 먹지 못하고 시간이 지나서야 짧은 식사 시간을 가진다.


한국을 대표하는 이연복, 최현석, 애드워드 권 셰프와 같은 분들을 담은 영상들에서도 잘 나오지만 일류 셰프들은 시간이 없어 끼니를 컵라면으로 때우고, 캔커피를 마시며 하루를 버틴다. 그들이 최정상에 올라섰음에도 그 위치를 지키기 위해선 어쩔 수 없이 포기해야하는 것들이 이렇게 많다.

'극한직업'에 나온 최현석 셰프
이원일 셰프의 경험담


의사는 어떤가. 모두가 선망하는 직업, 학부모가 가장 원하는 직업, 사회적으로 인정받는 최고의 직업 중 하나다. 그러나 의사가 되는 것은 쉬울까. 중고등학교의 치열한 경쟁을 모두 이겨내고 상위 1% 이내의 수재들만 의대에 진학한다. 거기서 끝나지 않고 의예과, 본과를 거쳐 지옥 같은 인턴, 레지던트 기간을 지나야 전문의가 될 수 있다. 무려 10년이 넘는 시간을 공부하고, 또 공부하고, 병원에서 먹고 자면서, 견뎌야만 한다. 특히 레지던트 기간은 그중에서도 가장 힘들다고 알려져 있는데 약 4년의 기간동안 병원에서 거의 상주하는 수준으로 근무하며 전문의가 되기 위한 경험과 지식을 쌓는다.


그러면 끝인가? 전문의 시험을 봐야 하고, 논문도 2편이나 써야 한다. 만약 나에게 의대에  점수를 준다고 해도 나는  길을 택하지 못할만큼 대단한 노력과 인내를 지나야   있는게 전문의 타이틀이다.


극한직업 ‘암 병동 24시’


의사가  후엔 그럼 어떨까? 놀고 먹고, 쉽게 인생을 살아갈까? 의사가 아무리 대단하더라도  많은 환자들의 죽음을 목도해야 한다. 고통스러워 하고, 슬퍼하는 가족들의 얼굴을 봐야 한다. 응급실에서 울려 퍼지는 울음 소리와 신음 소리를 들으면서 치료를 해야할 때도 있다. 환자 몸에서 나오는 배설물을 처리해야하기도 하고, 분노한 가족들에게 멱살을 잡히기도 하며, 실수라도 하는 날에는 의료 사고에 대한 막중한 책임도 져야 한다. 의사라는 사회적으로 높은 위치에 올라서도  무게에 걸많는  많은 짐을 지어야 한다.


학생들이나 젊은 층에서는 아이돌, 스포츠 스타들을 동경하곤 한다. 한국의 아이돌 지망생은 2018년 기준 100만 명이나 되고, 그중 데뷔는 단 324명뿐이라고 한다. 10만 명 중에 324명이다. 아이돌 중에서 사람들 속에 단 한 번이라도 기억될 곡을 만드는 팀은 몇 팀이나 될까. 몇 명이나 자신의 이름을 TV 채널에 보여줄 수 있을까. 상위 0.3%에 들어야 한 곡이라도 받을 수 있고, 그중에 대부분은 대중들에게 단 한 번도 알려지지 못하고 사라진다. 젊음을 바쳐서 춤, 노래에 투자했음에도 말이다.




큰 성공을 원한다는 건 판돈이 큰 도박장에 들어가는 것과 비슷하다. 그 중에서도 승률이 매우 낮은 하이리스크 하이리턴의 도박장이라 볼 수 있다. 10년에 가까운 시간(또는 그 이상)이라는 판돈을 내지 않고는 게임에 참여도 못할뿐더러 내가 재능이 없거나, 노력이 부족하거나, 사용할 자원이 모두 떨어지면 판을 떠나야 한다.


큰 성공은 엄청난 값을 치뤄야 함이 당연함에도 불구하고, 값을 안 치루면서 성공을 추구한다는 사람들을 보았다. 자신이 파는 음식이 어느 나라 음식인지도 모르는 사장님들, 죽기 살기로 노력해도 부족한데 몇 년이고 시간만 축내는 온갖 시험 준비생들. 다 성공의 값을 우습게 보기 때문에 우스운 노력을 하고 있다.


도대체 얼마를 판돈으로 걸었는가? 시간, 돈, 인생 중 얼마를 걸고 성공을 바라는고 있는가? 큰 성공을 바란다면 모든 걸 걸어야 한다. 모든 걸 걸어도 실패한 사람들의 시체가 도처에 깔려 있다. 그걸 보면서도 성공을 가볍게 여긴다면 다음 실패할 사람은 누군지 안 봐도 뻔히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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