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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상훈 Aug 06. 2020

내가 보는 IT의 미래

무료 와이파이는 전세계 인터넷 사용자와 시장을 얼마나 증가시키는가


세계는 여전히 개발될 여지가 많이 남아있다. 도로, 항만, 공장, 다리 등의 인프라가 부족한 국가도 수 없이 많지만 오프라인 시설이 올라가는 것은 무척 느리고, 많은 자본과 노동력을 필요로 한다. 반면 인터넷 서비스는 그렇지 않다. 초당 1메가바이트 이상의 인터넷 데이터 전송만 이뤄진다고 해도 사용자가 누릴 수 있는 혜택이 무궁무진하게 증가하며 이에 필요한 인터넷 인프라는 오프라인 인프라에 비해 비교적 쉽게 해결될 수 있다.

구글의 무료 와이파이 프로젝트 "프로젝트 룬". 2019년 케냐 상용화를 이뤘다.

IT 공룡기업들이 무료 와이파이를 제공하려는 건 이와 같은 맥락에서 해석될 수 있다. 구글, 페이스북, 아마존 등은 거대한 웹 인프라를 이미 구축해둔 상태이며, 해당 인프라에 접근할 수 있는 고객이 배수로 증가된다면 해당 기업이 가지는 가치는 배수 이상으로 증가될 여지가 있음을 생각해볼 수 있다.


인터넷 접근 가능인구에 대해서 살펴보자. 2020년 Internet World Stats 자료에 의하면 상위 20개 국가의 인터넷 사용자는 총 32억 1300만명+, 그 외 국가는 13억 2200만명+이다. 총 45억 3600만명이 인터넷을 사용할 수 있다. Worldometer에 따르면 2020년 8월 6일 새벽 5시 30분인 현재 전세계 인구는 7,802,949,196명으로 약 78억명이다.


여전히 전세계 42%의 인구는 인터넷의 혜택을 전혀 받지 못하고 있다. 그 뿐 아니라 인터넷 사용 가능한 45억명 중에서도 충분히 빠른 속도로 인터넷을 누릴 수 있는 국가는 이 중에서도 몇 개의 국가로 축소되며, 한국처럼 초당 10메가바이트에 육박하거나 그 이상의 전송속도를 보여주는 국가는 거의 존재하지 않는다.


출처: https://www.vox.com/2015/1/31/7952321/world-broadband-speed-map

2015년도 전세계 인터넷 속도 지도이다. 짙은 녹색으로 표기된 매우 빠른 인터넷의 국가는 손가락으로 꼽을 정도로 몇 개 되지 않는다. 중국, 인도 등 수 십억이 밀집한 아시아권부터 거의 발전이 되지 않은 아프리카, 그리고 높은 사용성을 기대하기 힘든 남아메리카 대륙까지 전세계의 인터넷 속도는 여전히 매우 느리다는걸 알 수 있다.


이렇게 미개척지가 많은 현상황은 IT기업들에게는 아직도 도전할 시장이 많다는 것을 의미하며, 해당 국가에 인터넷 인프라가 구축됨에 따라 생기는 시장은 수많은 기업들에게 이윤을 제공하고, 부가가치를 만들 토양이 될 것이다. 즉 4차 산업으로 대두되는 수많은 아이디어들, 블록체인, AI 등의 혁신적인 아이템들도 강력하겠지만 인터넷 인프라라는 근간이 되는 기술의 발전이 더 시장 발전과 세계적인 경제 성장을 이뤄낼 것이라는 건 분명하다.

페이스북의 무료 와이파이용 드론 '아퀼라'

요약하면 구글, 페이스북 등이 진행하는 무료 와이파이 프로젝트 및 각 국가의 인터넷 인프라의 발전은 전세계적인 저성장시대를 바꿀 게임체인저가 될 수 있다.




한국은 이에 대해 어떻게 준비하고 있을까? 한국은 전세계에서 가장 완벽한 인터넷 인프라를 갖춘 국가이고, 5G를 선도하고 있다. 다른 나라들이 굼뱅이처럼 인터넷을 대할 때 우리는 그 누구보다 빠르게 인터넷을 쓰는 문화를 구축했고, 젊은 세대부터 노년세대까지 애플리케이션과 인터넷에 대해 이해도가 높다.


기억나죠... 그런데 이젠 없네요...

또한 한국은 과거 싸이월드부터 현재의 네이버, 카카오에 이르기까지 혁신적이고 시장을 선도하는 웹 애플리케이션 및 플렛폼을 만들 수 있는 나라이다. 그렇기 때문에 한국의 인터넷 비즈니스가 성장하고, 각 기업이 전세계를 대상으로한 비즈니스 모델을 구축할 수만 있다면 다가올 인터넷 사용자 붐에 따라 해당 기업들은 큰 수혜를 받을 수 밖에 없다.

구글이 어디 국가인지 따지고 쓰는 사람들은 없다.

웹비지니스는 국가에 국한되지 않고 제품 자체에 의존하는 경우가 많다. 가령 개발자들이 모두 사용하는 깃허브는 어느국가에서 만들었는지 개발자들도 관심이 없다. 그러나 해당 기업은 전세계 모든 개발자들이 애용하고, 사용하며 앞으로 IT 인프라가 더 정교화될 것을 예상한다면 해당 서비스는 더 큰 부를 축적할 것이 분명하다.


그 뿐 아니라 인터넷 사용자 총 숫자 증가는 구글과 같은 IT 공룡에게는 누구보다 기쁜 소식일 것이다. 구글은 이미 검색 시장을 점령했고, 알파벳의 자회사인 유튜브를 통해서 미디어를 정복하고 이젠 온라인 스트리밍 시장까지 도전하고 있다. IT 인프라가 구축되지 않은 국가에서 유튜브와 같은 서비스를 만들 수 있을리 만무하기 때문에 인터넷 후발 진입 국가들은 각각의 서비스를 사용하는 비율이 압도적으로 크기 때문에 일방적으로 공급하고, 소비하는 구도의 시장을 예상해볼 수 있다.


이처럼 시장이 변화할 것이 분명하다면 한국도 많은 스타트업을 지원해 전세계에 영향력을 줄 수 있는 인터넷 서비스를 만들어야 한다. 파도가 멀리서 들어오고 있는데 아직 서핑 보드도 만들지 않은 꼴이다. 네이버, 카카오와 같은 대기업이 전세계에 진출하는 것만 중요한게 아니라 수 많은 한국의 작은 회사들이 세계 시장을 대상으로 서비스를 만들어야 한다.


한 명의 웹 개발자이자 인터넷 비즈니스 종사자로서, 그리고 한 명의 창업가로서 한국의 스타트업 투자 환경은 인터넷 비즈니스에게 그렇게 호의적이지 않다. 많은 VC를 비롯해 정부 지원 사업에서는 눈에 보이는 결과물을 얻는 것을 바라고 있고, 전세계를 상대로 하는 SAAS, PAAS, IAAS와 같은 형태의 비스니스에 투자하는 것을 꺼리고 있다.


한국의 개발자들의 능력이 부족해서일까? 아니면 한국은 IT 불모지이기 때문일까? 전혀 그렇지 않다. 도리어 앞으로 10년간 그 어떤 국가보다 혁신적인 제품을 만들기 쉬운 환경을 갖춘 국가라 할 수 있다. 전세계 어느 국가보다 빠른 인터넷 속도와 사용자의 높은 이해도는 혁신적인 제품이 살아남기 위해서 반드시 필요한 조건인데 이 조건은 한국만이 갖춘 강점이기도 하다.

산업혁명의 파도가 오고 있다.

내가 보고 있는 이 미래는 너무 선명해서 다른 미래가 보이지 않을 정도다. 핀테크, 블록체인, AI는 어떤 식으로 진화할지 예측하지 못하지만 적어도 인터넷의 성장은 너무도 선명해보인다. 이렇게 뻔히 보이는 미래를 위해서 나는 한국의 개발자들이 전세계를 대상으로 할 서비스를 만들어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것이 작은 사이드 프로젝트건 아니면 제대로 하는 창업이건 다 좋다. 그 중 살아남은 몇몇의 기업은 한국의 IT 공룡이 될 것이고, 엄청난 부를 국가에 가져달 줄 것이라 예상한다.


파도가 들어오고 있다. 서핑을 준비해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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