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목식당 사장님들은 왜 백종원씨의 말을 듣지 않았을까
인지 편향이란 사람이 대상이나 개념 등을 인식할 때 사실 그대로가 아닌 형태로 받아들이는 것을 의미한다. 아래 예시는 생각나는대로 적은 대표적인 인지 편향의 예시들이다.
지식이 적을 수록 많이 알고 있다고 착각하는 현상. 보통 지식이 늘어남에 따라 자신이 모르는게 많다는 것을 깨닫고 자신감이 줄어든다. 초짜들이 자신감이 넘쳐 아는 척 할 때 쉽게 발견된다.
주변에 신념을 가진 사람이 많을 수록 자신도 해당 신념을 따를 가능성이 높아짐. 회의가 지속됨에 따라 잘못된 결론임에도 강력한 신념을 가진 사람이 계속 주장하면 모두가 따르게 되곤 한다. 자기 주변 사람들의 정치나 종교 성향을 닮게 된다.
기존에 자신이 알고 있는 정보를 새로운 정보보다 더 믿을만하다고 여김. 과학적으로 잘못된 사실이라 밝혀져도 사람들이 과거부터 믿어온 것을 유지하려고 한다. 선풍기 틀어놓고 자면 죽는다는 말이 틀렸다는걸 알려줘도 생각을 안 바꾼다.
타조가 머리를 땅에 박고 위험을 피하려는 것처럼 위험을 알려주는 정보나 신호를 무시함. 주식 투자자들이 주가가 바닥을 향해서 가고 있을 때 도리어 주식 확인을 자주하지 않는다. 위험 상황이 심각해지면질수록 정보에서 도망친다.
자신이 선택한대로 세상을 인식하는 현상. 자신이 좋아하는 팀은 반칙을 해도 기억하지 않고, 적 팀의 반칙에는 분노하는 사람들이 이에 해당한다. 자신이 찍은 당은 옳고, 다른 당은 죽일 놈들이다.
자신이 믿는 것에 대한 지식이나 정보를 계속 찾고, 반대되는 것들은 듣지 않거나 무시함. 정치에서 특정 당을 지지하는 사람들은 당에서 저지른 안 좋은 사건이 발생해도 비판하지 않고, 도리어 자신들은 옳은 당이라 생각한다.
사람은 생각보다 더 멍청하다. 소위 똑똑한 사람들은 확증 편향에 빠지곤 한다. 정치 뿐 아니라 지식이나 신념 등에 있어서 확증 편향에 빠진 이들이 많다. 이들의 똑똑함이 한 쪽만 보게 만드는 바보로 만든 것이다. 반대로 소위 멍청한 사람들은 보수주의 편향에 곧잘 빠진다. 이들은 새로운 정보나 지식을 무시하고, 반박하려 한다. 더 나은 방법이나 조언을 거부하며 기존의 지식과 방법을 고수한다.
이처럼 편향에 빠지는 것은 사람의 지능과 관련된 것이 아니다. 도리어 '나는 틀리지 않았다'는 확신이 편향을 만드는 경우가 많다.
'백종원의 골목식당'은 편향이 삶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정확하게 보여준다. 이 글을 보시는 모든 분들이 한 번쯤 봐서 알겠지만 골목식당에는 백종원씨의 조언을 거부하는 사장님들이 곧잘 보인다. 백종원씨가 피드백을 줘도 말을 듣지 않는 사장님들은 다음과 같은 답변을 곧잘 한다.
손님들이 다 맛있다고 한다.
내 레시피에는 문제가 없다.
내 식당에는 문제가 없다.
생각해보면 사장님들이 보인 각각의 반응들은 편향과 밀접한 영향이 있다. 사장님들의 음식이 형편없을지라도 식당을 자주 찾는 소수의 손님들 입맛엔 어느정도 맞을 것이다. 그리고 대부분의 한국 사람들이 식당에 대놓고 욕을 하기보단 맛 없으면 안 온다. 안 오는 사람들은 리뷰를 남기지 않기 때문에 결국 오는 사람들의 긍정적인 리뷰만 듣는 사장님들은 "손님들이 다 맛있다고 한다."는 말도 안되는 결론에 도달한다.
이 사장님들은 그럼 맛 없다는 피드백은 받아본 적이 없을까? 분명 있을 것이다. 또한 '왜 손님들이 한 번 오고 안 올까?' 고민해본다면 음식, 응대, 서비스, 가격 등 무언가 문제를 찾고 개선하려는게 상식적인 행동이다. 그러나 망해가는 식당의 사장님들은 놀랍게도 자신들의 부족한 점들은 크게 관심이 없고, 백종원씨의 쓴소리에는 화를 내고, 분노하며, 때론 거짓말까지 일삼는다.
인지 편향은 인생을 망친다. 심지어 굴러들어온 천금 같은 기회도 날린다. 골목식당에 출연해 개과천선한 식당들을 보라. 대부분 그전보다 훨씬 더 장사가 잘되고, 좋은 이미지를 얻고, 어떤 식당은 전국에 여러 점포를 내기도 했다. 한국 요식업계에 가장 유명한 사람인 백종원씨에게 1:1로 피드백을 받고, 컨설팅을 받는걸 돈으로 환산하면 얼마일까? 적어도 천만원이 넘을 것이다. 그런데 거기에 더불어 TV 광고를 통한 전국 홍보 효과까지 더하면 얼마일까? 적어도 수 천만원의 가치가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편향에 사로잡힌 사장님들은 그 기회를 최악으로 마무리 짓곤 했다. 솔루션 거부, 거짓말, 가격 올리기 등 시청자들을 분노케 하는 상황이 매번 발생했을 정도다. 이들이 정말 간절했다면, 백종원씨가 밉고 그가 하는 말을 따를 수 없을지라도 적어도 방송에서는 피드백을 받아들이고, 그의 권위를 인정해야 한다. 만약 권위를 인정하고, 도움도 필요없다면 무엇을 위해 골목식당에 출연을 한 것일까? 자신은 옳았다는 걸 증명하기 위해서라면 굳이 백종원씨와 싸울 필요 없이 혼자 장사하면 될텐데.
편향에 빠진 사람들은 실수를 저지르고, 기회를 놓치며, 시간이 지나도 반성하지 못하곤 한다. 편향은 어느순간 신념이 되고, 자기 부정을 할 수 없는 사람이 되게 만든다. 반성하지 못하는 사람, 하루를 반추하지 못하는 인간은 결국 실패한다.
반면 기존까진 멍청하게 식당을 운영했더라도, 이제라도 제대로 배우겠다는 의지가 있던 식당들은 성공했다. 자신의 과오를 인정하고, 배우려는 사람들은 성공했다. 골목식당에서 백종원씨에게 배우려는 사람은 현명하다. 왜냐면 그가 조언한대로 모든걸 실행한다고 하면 그때부턴 책임이 백종원씨에게 넘어가기 때문이다. 식당이 백종원씨 조언대로 수정하고, 메뉴 개편했는데 망했다면 그땐 누구 책임일까? 백종원씨가 책임져야 한다.(바로 위의 식당인 '연돈'에선 조언대로 하고 망하면 백종원씨가 책임진다고 각서를 썼다.) 반면 성공하면 누가 혜택을 보나? 자기 식당이 잘되는거다.
잃는건 적고, 얻는건 많은 게임에서 모든 걸 잃는 선택지를 택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들은 누군가는 "멍청하다.", "관상보니 답나온다.", "이러니 자영업자가 다 죽는거다." 그러지만 사실 편향에 빠진 사람들은 비단 식당 사장님들에게만 있는게 아니다.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 모두가 편향을 가지고 살아간다.
나는 골목식당을 다시 보면서 자신을 돌아볼 수 밖에 없었다.
'만약 내가 전문가들에게 평가를 받는다면 나는 잘하고 있는걸까?'
'나는 지금 무엇을 준비해야 전문가들이 깜짝 놀랄만한 사람이 될 수 있을까?'
'내가 지금까지 옳다고 생각한 방법들, 지식들이 정말로 검증된 것들일까?'
'타인의 말을 들을 수 있고, 생각을 변화할 수 있다.'는 것은 모두에게 허락된 힘이 아니다. 많은 사람들이 아집과 고집에 빠져 자신의 말만 주장하는 시대에서 타인의 조언을 듣고, 발전하는 모든 이들에게는 기회가 있다. 아니. 들을 수 있는 귀가 있는 사람에게만 기회를 잡을 수 있는 힘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