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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상훈 Dec 18. 2020

슬픔을 두려워하는 사회

달콤한 사탕을 먹는 세상과 나침반을 만드는 나

1932년 올더스 헉슬리의 책 '멋진 신세계'는 너무나도 멋져서 두려운 세상을 보여준다.


멋진 신세계의 모든 사람들은 행복하다. 이 세계의 모든 사람들은 인공 수정을 통해 태어나고, 태어나자마자 계급을 부여받는다. 인공수정으로 태어나기에 당연히 부모도 없고, 가족도 없다. 심지어 계급에 대한 불만도 없다.


왜 불만이 없을까?


이곳의 사람들은 모두 계급 수준에 받는 교육(세뇌) 받고 자란다. 그들을 체제에 따를  있도록 정신을 교육할  아니라 나쁜 생각을 하지 못하도록 정부는 그들은 언제나 기분 좋게 만든다. 대표적으로 촉감 영화가 있다. 사람들이 영화를   주인공의 촉감까지 느낄  있도록 한다. TV에서만 보던 아름답고 멋진 배우들과의 키스도 이곳에선 매일 즐길  있는 놀이다. 그뿐 아니라 촉감 포르노가 있어 사람들은 언제던 원하는 쾌락을 얻을  있고, 모든 성이 자유롭다.


그리고 '소마' 준다. 소마는 행복을 주는 약이다. 그러나 마약은 아니다. 멋진 신세계의 수많은 과학자들이 노력해 만든 최고의 걸작품이다. 이것을 먹으면   알만으로 인간이 느낄  있는 최고의 행복감을 주고, 안정감을 준다.


멋진 신세계. 이곳에선 모든 사람들이 주어진 일을 하고, 모두가 행복감을 느끼고, 모두가 불만을 갖지 않는다. 설령 불만을 가지고, 집회를 열면 어떻게 될까? 시위대를 소마로 만든 물대포를 쏴서 기분 좋게 만들어 버린다. 시위할 마음도 없애버리고, 불만도 사라지게 만든다. 모든 게 완벽한 사회다.


지적 장애를 의도적으로 받아 평생 단순 노동만 하는 사람들도 불만이 없다.  위의 계급들도 불만이 없다. 모두가 행복하다. 모두가 행복하면  괜찮은  아닌가?




두렵게도 멋진 신세계의 세상은 알 수 없는 불쾌함을 준다. 아니러니하게도 모두가 행복 하지만 인간성은 갈취된 세상 같다. 인간은 언제나 행복해야만 하는 기계인가. 주어진 일만 하면 되는 존재인가.


멋진 신세계처럼  세상도 모두가 행복해 지기 위해서만 나아간다. 현대는 촉감 영화까진 아니지만 1932년에는 상상도   여가들이 생겼다. 가상현실이  발전하고, 스마트폰으로 즐길  있는 것들은  많아진다. 이전에는 왕들도 보지 못할 수많은 콘텐츠를 이제는 공짜로   있는 시대가 됐다. 수많은 사람들이 헐벗고, 섹스를 하는 영상도 끝도 없이 나열해 있다. 우리 세계는 '멋진 신세계' 향해 가고 있다.


세상은 이제 더 많은 '소마'가 생겨날 것이다. 끝도 없이 즐거운 것들. 그럼에도 공짜인 것들이 세상에 가득 찰 것이다. 이제는 정보가 너무 많아져서 사람들은 책을 찾아보지도 않는다. 수 세기 동안 사람들의 인생의 나침반 역할을 해준 가르침들을 이제는 거들떠보지도 않는다. 모두가 행복하고, 하하호호 즐겁게 하루하루를 살아간다. 멋진 신세계가 도래했다.


과거 수많은 현인들은 즐거움, 쾌락을 두려워했다. 심지어 수 세기 동안 즐거움을 탐닉하는 것은 죄악처럼 여겨지기도 했다. 우리가 성인이라 부르는 사람들은 인간의 고통에 주목했고, 삶을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에 대해 수 없이 많은 고뇌를 걸쳐 철학을 완성해갔다. 이들이 만든 철학 위에 우리가 따르는 이념들이 있고, 종교가 있고, 인권이 있다.


그러나 이제는 그 누구도 슬픔에 대해서 이야기하거나, 분노에 대해서 이야기하거나, 삶에 대해서 이야기하기를 꺼린다. 꿈과 목표, 노력과 고통, 다 쉽고 재밌게 하는 것만 바랄 뿐 그 어떤 대화에서도 깊음을 느낄 수 없다. 1932년 헉슬리는 수 십 년이 지난 미래를 꿰뚫어 봤는데, 현재를 살아가는 사람들은 자신의 삶도 제대로 보고 있지 못했다.


세상은  '멋져' 것이다. 아마도 사람들은  즐거움에 집중할 것이다. 세상에서 이제 철학에 대해 떠들거나, 인생에 대해 떠들거나, 슬픔에 대해 이야기하는 사람들은 관심받기 어려워질 것이다. "누구나 공감할만한 이야기나 쓰라", "재미없는 얘기는 그만하라"라고 사람들은 말할 것이다.


사람들은 재밌는 이야기를 원한다. 그들의 5분은 달콤하겠지만 인간은 사탕을 먹기 위해 사는 존재가 아니다. 모두가 소마에 중독되어 헤롱 거리고 있을  소수의 사람들은 나침반을 만들 것이다. 시간이 지나   년이 지나도 인생의 길이 되어줄 나침반을 만들 것이다. 나침반 같은 , , 지식을 담고 싶다. 멋진 세계에서 길을 잃지 않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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