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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상훈 Apr 03. 2021

나를 막는 것 또는 나를 지켜주는 것

제가 개발자로 살면서 가장 빠르게 성장했을 때가 언제일까 돌이켜보면 아무에게도 의지할  없이 홀로 문제를 짊어지고 해결해야만   아니었나 싶습니다.


제 경우엔 이런 경험이 무척 많았습니다. 한 5년 전쯤 에어데스크 운영 초기에 큰 실수를 했습니다. 업데이트를 잘못해 사용자가 저장한 정보가 모두 사라지는 사태가 일어난 겁니다.(지금도 웹스토어에 가시면 당시 리뷰를 찾으실 수 있습니다.)


 결과 소중한  사용자 70% 떠났고, 많은 분들이 버그를 참을  없다며 분노했습니다. 어떻게 되돌릴 방법이 없냐고 물어보시는 분들도 계셨지만 군인이었던 저는 “죄송합니다. 최대한 빨리 고쳐보겠습니다.” 하며 진땀을 뺐습니다.


이후에도  번은 소스 코드를 모두 잃어버려 압축된 코드를 역으로 하나하나 풀어  줄이 넘는 코드를 복원했어야 했고, 심각한 오류가 생기면 새벽이라도 일어나 비몽사몽인 상태로 코드를 들여다봤습니다. 며칠 밤낮을 버그를 해결하기 위해 의자에 엉덩이를 붙이고, 화장실도 줄여가며 코드를 쓰곤 했습니다. 그렇게   지난 6년입니다.


3년 전엔 결제 시스템과 홈페이지를 만들던 때 저는 아무런 기술 없는 초보자였습니다. 그러나 먹고살려면 반드시 결제 시스템을 만들어 제 제품을 판매해야 했습니다. 전문가의 도움 없이 돈이 오고 가는 시스템을 만들고 검증하는 일은 제게 엄청난 두려움이었습니다.


하지만 불가능할  같던 시스템 구축과 제품 판매 로직을 만들고 나니 국내  해외 결제사의 결제 시스템을 익힐  있었습니다. 또한 당시 한국의 신규 결제사  하나인 P사의 대표님과 CTO님과 거의  주를 새벽까지 서로 피드백하며 노드 환경에서 작동될  있도록 코드를 맞춰가기도 했습니다.


제가 느끼기에 성장은 벽을 마주할 때 나타납니다. 벽을 넘기 위해 온갖 도전을 할 때 가장 빠르고 크게 성장합니다. 불과 3~4시간만 산을 올라 세상을 보면 낮은 곳에선 볼 수 없던 세상을 마주하게 됩니다. 불과 몇시간의 변화도 보는 눈을 바꿔주는데 몇 달, 몇 년의 노력을 쌓은 눈으로 세상을 보면 우리는 더 많은걸 볼 수 있게 됩니다. 그것이 전문가가 되는 길이고, 프로로 인정받는 유일한 길입니다.


벽을 두려워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벽이 우리들에게 이렇게 말하기 때문입니다. 너는 나를  넘어. 이곳이  한계야.”


하지만 저는 학창 시절 때 스스로에게 이렇게 이야기하곤 했습니다.


“내가 지금은 이 문제를 해결하지 못할지도 모르지만 3시간 후면 내가 이긴다. 너(문제)는 곧 지고 나는 너한테 앞으론 지지 않을 것이다.”


회사에서 처리해야할 중요한 문제를 홀로 해결해야할 때도 동일했습니다.


“니(문제)가 날 한 주동 안은 날 붙잡아뒀지만 이제 거의 다 풀렸다. 앞으로 나는 내가 시도한 모든 걸 기록해두고 모든 경우의 수를 하나씩 없앨 거다. 그러므로 넌 곧 풀린다.”


우리가 살면서 마주하는 문제는 사실 거대해 보이지만 이미 그 문제를 뚫고 넘어간 수많은 선배들이 있습니다. 뚫기 어려운 것일 뿐 불가능하지 않습니다.


벽은 나를 좌절시키기도 할 겁니다. 절망시키고, 눈물 흘리게 하고, 고통스럽고, 피곤하게 만들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벽을 넘어가면 나는 강해집니다. 그리고 나를 따라오던 수많은 경쟁자들이 벽을 넘지 못해 좌절하는 모습을 보게 됩니다.


벽은 고마운 존재입니다. 벽은 적이 아닙니다. 벽이 있어야 우리는 강해질 수 있고, 벽이 있어야만 당신은 그 벽 안에서 쉼을 누릴 수 있습니다.


작은 벽을 못 넘어 좌절하기엔 우리의 가능성은 훨씬 큽니다. 내가 존경하는 사람들이 넘었다면 나도 그 벽을 넘음으로써 대단한 사람이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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