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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상훈 Aug 14. 2021

두려움

창업센터 그곳은 예쁘게 꾸며진 젊은이들의 무덤

대학을 졸업하고 고향 집에서 에어데스크를 개발할 때 나는 두려웠다. 프로그래밍이 즐거웠지만 내가 만든 코드가 너무 부족하면 어쩌지 하는 두려움. 이렇게 수년을 일해도 성공하지 못하면 어쩌지 하는 두려움. 촌구석에서 살아남기 위해서 인터넷을 다 뒤져가며 좋은 코드에 대해, 나은 코드에 대해 배우고 또 배웠다.


개발 6년 차이자 창업 6년 차인 나는 여전히 두렵다. 나보다 한참 나이 많은 대기업 개발자들을 가르치고 있고, 사람들이 한 시간에 수 십만 원씩 들고 와서 컨설팅을 받거나 코드 리뷰를 부탁할 정도로 실력이 쌓였지만 여전히 두렵다. 이 두려움 때문에 나는 남들이 보지 못하는 코드의 뒷면과 시스템의 문제를 볼 수 있게 된 것이라 생각한다.


난 여전히 세상이 두렵다. 수년의 스타트업을 하면서 나약한 비즈니스 모델이 얼마나 철저하게 시장에서 외면받는지 목격했다. 능력 있는 팀도 기술적인 이유로, 대표의 능력 부족으로, 시장의 트렌드 변화로, 운용자금 부족으로 묻힌 기업이 수 없이 많다. 세상은 모른다. 창업 센터, 그곳은 예쁘고 깔끔하게 꾸며졌지만 젊은 창업가들의 무덤이라는 사실을. 2년 안에 90퍼센트의 창업가는 투자한 모든 시간과 돈을 잃는다. 대박을 꿈꾸며 카지노로 떠났던 사람들이 파산한 것처럼 창업가들의 젊음은 예쁘장한 센터에서 닳고 무뎌진다.


모든 걸 쏟아부어야 한다. 이곳에선 이게 정상이다. 워크 라이프 밸런스는 존재하지 않는다. 직원에게는 워라벨이 있을지라도 기업가에게 그런 건 존재할 수 없다. 특히 밑바닥에서부터 기어올라온 사람이라면 더욱이 그래야 한다. 나 역시 모든 걸 쏟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지치고, 포기하고, 사업이 문을 닫고 있다. 어느 시대에나 위기는 왔고, 위기에서 살아남은 기업은 다음 시대의 선두에 설 수 있었다. 버티면 이기고, 이왕 버틸 거라면 완벽한 승리를 계획해야 한다. 기업가는 답을 찾아내는 사람이지 문제를 불평하고 변명하는 사람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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