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의 근원을 발견하는 전략
이번 연도에 읽은 책 중 가장 삶에 도움이 많이 된 책은 댄 허스의 '업스트림'이다. 이 책을 심지어 다 본 것도 아니다. 앞의 부분을 정독하고, 뒷부분부터는 사업과 관련된 부분만 읽어보곤 했다.
책의 주제는 선명하다. 여러 가지 방법으로 표현했지만 내가 정리한 주제는 "문제의 본질을 해결하라."이다.
살면서 누구나 많은 문제를 경험한다. 개인적으로 경험하는 문제도 많거니와 우리가 일을 하면서 겪는 문제도 많고, 팀을 조직해서 하는 일이나, 또는 사회에서 경험하는 문제도 많다. 그럴 때마다 생기는 작은 문제들을 매번 고치는 일은 비효율적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선 문제의 원인, 문제라는 강의 상류(업스트림)에 가서 해결해야 한다.
쉬운 예를 들어보자면 한 근로자가 있다. 월급이 200만 원이라고 가정해보자. 그는 비싼 외제차를 사고 싶다. 낡은 중고차를 뒤져봐도 적어도 3천만 원이 필요하다. 200만 원을 아끼고 아껴도, 3000만 원이라는 거금을 모으는 건 쉽지 않고, 설령 차를 산다고 해도 유지비, 세금 등을 감당하면 월급이 모두 사라질 것이다. 그럼 어떻게 해야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까?
가장 근본적인 해결책은 수익을 폭발적으로 늘리는 것이다. 차를 산다는 선택지를 포기할 수 없다면 수익을 늘여 차도 사고, 유지비도 내고, 세금도 낼 수 있다. 더 싼 차를 찾아다니고, 더 낮은 세금을 찾아다니는 것보다 자신의 가치를 높여 이 문제를 해결하는 게 훨씬 현명한 방법이다.
더 근본적인 해결책은 무엇일까? 차라는 문제 자체를 재정의하는 것이다. 내가 원하는 게 외제차인가 아니면 외제차로 얻을 수 있는 자랑인가. 교통수단이 목적이라면 비싼 외제차를 무리해서 살 이유는 없다. 허영심이 차를 원하게 했고, 그것이 나를 고민하게 하는 현 문제라면 내 허영심은 어디서 출발했는지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허영심이 내 소득과 어울리지 않는 차를 원하게 만들었고, 그 허영심을 해결하지 않는다면 차를 갖는 것 자체로는 아무것도 해결할 수 없기 때문이다.
문제의 본질에 접근한다는 건 이런 것이다. 이 상황이 오게 된 진짜 원인은 무엇인가. 왜 나는 내가 1년 동안 미친 듯이 아끼고 아껴도 벌 수 없는 돈으로 차를 사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에 온 것일까. 그것을 먼저 생각해보지 않고선 이 문제는 해결될 수 없다. 고액의 자동차 리스로 차를 구하는 것은 문제 해결이 아니다. 잠깐은 허영심이란 문제에서 벗어난 것처럼 보이겠지만, 조금만 지나면 매달 청구되는 리스비에 인생이 깎여 들어가는 고통을 느낄 것이다. 문제의 본질을 해결하지 않고, 해결하는 척만 해서는 아무것도 이룰 수 없다.
많은 사람들이 자신들의 문제를 해결할 수 없는 문제라고 부르며 스스로를 속이고 있다. 다이어트를 하지 못하는 것을 "나는 원래 살이 잘 찌는 체질이야."로 말하고, 남들보다 게으른 것을 "나는 성공에 큰 욕심이 없어."라는 말로 바꿔 표현하기도 한다. 어떤 이들은 정말로 살이 잘 찌는 체질일 수 있고, 어떤 이들은 정말로 성공에 욕심 없이 유유자적하게 사는 사람일 수 있으나 실제로는 그 누구보다도 자신의 콤플렉스를 해결하고 싶은 사람들도 많다.
문제의 본질에 접근해야 한다.
'왜 나는 남들보다 음식에 의존하고 있을까.'
'왜 나는 남들보다 훨씬 게으르고, 하는 일 없이 살고 있을까.'
'왜 나는 에너지가 없고, 무기력할까.'
개인에 대한 문제를 업스트림의 관점에서 해결하는 방식은 문제의 근원을 생각해보게 만들고, 자신에 대한 통찰을 줄 수 있다.
나는 업스트림의 생각을 사업이나 직원 관리, 프로젝트 관리, 클라이언트 응대에도 생각해보곤 한다. 어떠한 문제가 발생했을 때 '어떤 점을 미리 준비했더라면 이런 문제가 발생하지 않았을까?'라는 질문을 하는 것이다.
'내가 만약 미팅 때 더 뛰어난 프레젠테이션을 준비했더라면 어땠을까.'
'내가 만약 계약 과정에서 세부 항목을 더 명확하게 기입했더라면 어땠을까.'
와 같은 질문은 현재 마주하고 있는 문제 이전에 내가 부족한 점을 자각하고, 반추할 수 있게 도와준다.
나는 스스로 생각하기에도 여전히 부족함이 많은 초짜 사업가이고, 미숙한 면이 많다. 그러다 보니 하루 종일 일을 하다 보면 실수도 하고, 내가 말한 부분이 틀린 부분도 많아 정정을 해야 하는 일도 생기곤 한다. 그러나 조금만 더 깊게 생각해보면 현재 경험하는 실수나 문제들은 예방 가능한 실수, 문제들이 훨씬 더 많았다. 조금 더 정교한 시스템과 나의 생활 패턴, 습관 변화만으로도 많은 부분이 해결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