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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상훈 Sep 19. 2021

무시의 힘

왜 분노하면서 왜 바뀌지 않는가

누구나 자신을 깔보는 사람을 싫어한다.

특히 자신의 약점을 기준으로 평가받기 싫어한다.

나 역시 그랬다.


크지 않은 키, 검은 피부, 넉넉하지 못했던 환경, 마른 몸, 가늘고 많지 않은 머리숱, 실패한 대학생활, 많지 않은 친구, 해결하지 못했던 군 복무.


고등학교 1학년 때 우리 반은 수많은 선생님의 무시를 당했다. 공부를 못하는 열등반이었고 대부분의 반 친구들은 열심히 공부를 하기보단 떠들고 놀기 바빴다.


열등반이라고 무시를 당하는 게 싫었다. 선생님들이 우리 미래를 평가하는 게 싫었다. 그래서 더 공부했다. 고등학교 3년 동안 성적을 수능 500점 만점에 150점을 올려 전교 최고 점수로 졸업했다.


고1 당시 나와 반 친구들은 모두 선생님들이 우릴 무시하는 것에 대해 화를 냈지만 거의 대부분의 친구들은 점수를 바꾸지 못했다. 계속해서 학교 모든 반 중 가장 낮은 점수에 머물러 있었고, 끝까지 개선하지 못한 친구들이 많았다.


나는 친구들에게 궁금했던 것이 왜 분노하면서 변화시키지 못했냐는 점이다. 왜 다른 사람들이 자신의 가능성을 비하하고, 멸시할 때 화만 낼뿐 개선하지 못했는지 묻고 싶다. 내가 바뀌지 못하면 나를 비하하던 사람들의 말이 옳았다는 걸 증명하는 일이다. 나는 그 사실을 받아들일 수 없었다.


많은 사람들이 쉽게 분노한다. 타인이 나를 경멸하는 말, 무시하는 말, 미래를 깎아내리고, 답이 없다는 말에 분노한다. 하지만 정작 그 순간에만 화를 내고 현실을 바꾸지 못한다. 나이를 먹어도 똑같이 살곤 한다. 직장 상사가 나를 무시할 때 상사의 말이 틀렸음을 증명하기보다는 상사를 욕하며 자신은 바뀌지 않는다. 자신은 좋은 대학은 못 갔지만 뛰어난 인재라는 걸 증명하지 못한다. 자신은 열정 있다 말하지만 열정을 증명하지 못한다. 쉽게 분노하고, 쉽게 자신의 부족함을 증명한다.


그러나 세상은 놀랍게도 사람들을 대놓고 무시하지 않는다. 나이를 먹을수록 사람들은 대놓고 욕을 하거나 무시하기보단 뒤에 숨어 이야기하고, 수군거리고, 삶을 평가하고, 직장과 수익을 평가한다. 뒤에 숨겨진 평가는 시간이 지나면 알게 된다. 나이를 먹으면 먹을수록 결과물로 증명한다. 선생님들의 낮은 평가가 옳았음을 증명하는 이들과, 선생님들의 무시가 완전히 틀렸음을 증명하는 이들이 있다.


왜 무시를 당하면서도 자신을 바꾸지 못하는가? 스스로를 바꾸지 못하면 나를 비하하는 이들을 계속해서 마주하게 될 것이다. 세상에서 살아갈 모든 시간에서 계속 나타날 것이다. 세상에서 존중받지 못하면 세상에서 만나는 이들뿐 아니라 결국 가장 가까운 사람들에게서도 존중받지 못한다.


어떤 친구들은 “사람은 바뀌지 않는다.” 말한다. 아니다. 사람은 바뀔 수 있다. 바뀌기로 결심한 인간은 바뀐다. 타인이 바꾸는 게 아니다. 바뀌는 걸 선택한 인간은 바뀐다. 그것이 악인이건 의인이건, 승리하는 삶이건 패배하는 삶이건. 인간은 삶을 택할 힘이 있고 결국은 자신을 증명한다.


나는 세상이 나를  무시해주길 바라고 있다. 나를 하찮게 보고 너가 하는 일은 결코 성공하지 못할거라고 말하는 이들이 많기를 바란다. 그러면 나는 그들의 말이 완전히 틀렸음을 증명할 것이다. 그들이 내가 가진 간절함과 힘이 얼마나 큰지 느끼게 만들어줄 것이다. 그런 후에 나는 그들을 무시하지 않을 것이다. 그들을 존중하며 그들에고마움을 표현하고 싶다. 나는  몇마디에 박살나는 인간이 아니기에 힘을 줘서 고맙다 말하고 싶다. 그들의 삶을 응원해주고 싶다.


타인의 평가가 곧 자신이다 생각하는 이들이 있다. 타인의 평가 한 마디에 감정이 이리저리 흔들리며 견디지 못한다. 나는 그렇게 살 생각이 없다. 세상 사람들이 나를 악인이라 평하던 위인이라 평하던 상관이 없다. 결국 사람은 시간이 지나며 자신을 증명하고, 누구의 말이 맞았는지 곧 알려질 것이다. 숨을 필요가 없다. 미인은 집안에 있어도 사람들이 만나려 하는 것처럼, 자신이 가진 힘은 타인의 무책임한 말 몇 마디로 바뀔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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