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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상훈 Oct 04. 2021

내가 시도했던 사업들 - 3

10대부터 도전했던 기록들




6. 오로라플래너(Aurora Planner)

군대에 들어가고 나서 저는 어떻게 해서든 공부를 해야 한다는 강박에 쌓여있었습니다. 왜냐면 세상이 너무나도 두려웠기 때문입니다.


'제대를 하고 나면 나를 뽑아줄 곳이 있을까? 학점도 형편없고, 무엇 하나 이룬 것도 없는데 누가 날 뽑아줄까.'


그래서 어떻게 해서든 군대에서 공부를 하기 시작했고,  지금 와서 보면 부질없어 보이는 것들도 배워보려고 무척이나 애썼습니다. 잘 이해되지도 않는 자바스크립트 책을 택배로 부탁해서 읽고 또 읽고, 노트에 코드를 옮겨 적으면서 배웠습니다. 당연히 컴퓨터 앞에서 코드를 쓰면서 해야 하는 것들인데 저한테 그런 환경은 주어지지 않았죠. 자대에 가서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컴퓨터는 무척이나 오래됐고, 신형 브라우저도 깔려있지 않았고, 보안 때문인지 접속이 불가능한 사이트도 많았습니다.


게다가 하루에 1시간 정도가 최대로 쓸 수 있는 환경에서 공부를 하고, 무언가를 만들어낸다는 게 쉽지 않았습니다. 다행히 주말이면 다들 아침에 점호만 하고 10~11시까지 취침을 하는 경우가 많아서 주말 오전 시간에는 컴퓨터를 조금 오래 할 수 있었습니다. 저는 이렇게 어려운 환경에서 개발할 수 있는 게 무엇일까 생각해보던 중 확장 프로그램이라는 걸 알게 됩니다.


확장 프로그램은 컴퓨터 인터넷 브라우저에 설치해서 쓰는 프로그램으로 대부분의 일반 사용자 분들은 거의 사용하지 않습니다. 확장 프로그램도 앱 스토어가 있고,  많은 프로그램이 올라와있지만 정작 사람들이 많이 쓰지 않기 때문에 저는 차후에 확장 프로그램이 할 수 있는 일들에 대해서 상상해보게 됐습니다.


확장 프로그램은 군대라는 특수한 환경에서 만들기도 쉬웠는데, 특성상 많은 코드가 꼭 들어갈 필요가 없고, 크롬 브라우저만 있으면 개발이 가능한 수준이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군대에서도 내가 원하는 앱을 만들 수 있다는 가능성을 발견해 그때부터 미친 듯이 개발을 하기 시작했고, 그때 쓴 글이 바로 아래 글입니다.



그때부터 휴가를 나가면 프로그래밍을 하고, 함께 작업할 사람들을 모집하기 시작했습니다. 디자이너인 친구에게 팀을 모으는 것과 디자인을 부탁하고, 저는 군대건 군대 밖이건 계속 프로그래밍을 해서 제품을 만들었습니다. 그러고 나서 만든 게 아주 간단한 일정 관리 확장 프로그램인 '오로라 플래너'입니다.


'오로라 플래너'는 이름도 예쁘지만 제가 군대에서 만들었다는 점 때문에 사람들에게 많은 관심을 받게 됐습니다. 저는 오로라 플래너를 브런치, 생활코딩, 그리고 PGR21 등에 올려 소개했는데 약 1200명 정도의 사용자가 바로 들어와서 사용을 해주셨고, 많은 분들이 이 프로젝트에 관심을 보여주셨습니다. 그러던 중 저는 이게 단순히 일정관리 프로그램을 만들기보다는 더 멋진 걸 만들 수도 있겠다는 확신을 얻었습니다. 그게 바로 에어데스크입니다.


7. 에어데스크

에어데스크는 브라우저 안에서 데스크톱처럼 동작하는 인터페이스를 구축한 앱입니다. 데스크톱 OS의 UI는 사람들이 가장 오랫동안 사용한 시스템 인터페이스이며, 가장 친숙한 UI입니다. 그런데 이와 같은 디자인을 웹에서 사용하는 경우는 거의 없었습니다. 그런 이유에서 저는 데스크톱 UI를 웹에서 구현하고, 이를 장기적으로 발전시킬 계획을 수립한 후에 개발을 진행하게 됩니다.


에어데스크로의 변경은 생각보다 어렵지 않았지만 기존 사용자들에게는 많은 불편을 주었습니다. 에어데스크 초기 업데이트 때는 디자인 변경이 많았고, 기능 추가가 워낙 많아서 사용자분들이 떠나는 일이 많았습니다. 더군다나 제가 실수로 버그가 있는 버전을 올리기라도 하면 확장 프로그램 특성상 버그를 즉각 수정하는 게 무척이나 어려웠습니다. 이러한 잔실수, 군대라는 제한된 환경, 커뮤니케이션의 어려움 등은 개발을 힘들게 만드는 요소가 됐습니다.


그러던 중 저는 같이 프로젝트를 진행하던 친구와 의사 결정권을 이유로 논쟁을 벌이게 됩니다. 당시 저는 3개월 가까이 생활관에 머물 수도 없는 상황에 놓였는데 이 기간 동안 친구와 앞으로 이 프로젝트의 결정권이나 방향에 대해서 한 명의 리더가 필요하다고 이야기를 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친구는 프로젝트를 떠나게 되고, 친구와 함께 작업해주던 다른 디자이너님도 떠나게 됐습니다. 외부에서 팀원 관리 및 프로젝트 관리를 해주던 친구가 떠나고 나니 저는 홀로 남아 이 프로젝트를 이끌어야 했고, 결과적으로 혼자서 에어데스크를 만들게 됐습니다.


에어데스크를 전역하는 날까지 꾸준히 만들고 사용자도 꽤 늘렸지만 이 소프트웨어는 근본적으로 프리웨어, 즉 무료 소프트웨어였습니다. 저도 운영하는데 들어가는 비용이 없었고, 사용자도 무료로 사용할 수 있는 구조였습니다. 전역을 하고 나서 이제 이 프로그램으로 수익을 만들기 위해서 저는 돈을 내고 쓸만한 기능들을 고민했고, 이를 위한 정식 사이트를 만들어야 했습니다.


하지만 저는 아직까지 확장 프로그램만 만들어봤을 뿐 결제 시스템이 들어간 자체 홈페이지를 구축해본 경험은 전혀 없었기에 이 과정이 쉽지만은 않았습니다. 특히나 외국인도 구매가 가능하도록 해야 했기 때문에 4개월 정도가 걸려 홈페이지 디자인, 기획, 개발을 모두 마무리하고, 확장 프로그램과 연동하고, 그리고 한국의 PG사 중 하나이자 당시 신생 기업이었던 페이플과 계약을 맺어 결제 시스템을 만들었습니다.


하지만 결제 시스템을 만들고, 홈페이지를 만들어도 정작 구매가 빈번하게 생기지 않았습니다. 이전부터 에어데스크를 정말 좋아하던 몇 분 정도(0.1%)의 사용자 분들만 구매를 해주셨을 뿐 저희 제품에 돈을 쓸만한 가치는 없다고 하시는 분들이 많았습니다. 비통한 일이지만 그게 사실이었기 때문에 저는 꾸준히 프리미엄 기능과 무료 기능을 추가했습니다. 하루에 12시간 넘게 일을 하면서도 돈 한 푼 버는 게 힘들었고, 기존엔 운영 비용이 들어가지 않았지만 이제는 서버 비용이 들어갔기에 월마다 몇 만 원씩 빠지는 것도 부담이었습니다.


저는 군대를 제대하고서도 1년 넘게 이 프로젝트를 이끌어가면서 사람도 구해보려고 하고, 돈이 될만한 기능도 개발을 하고, 아무리 시도를 해봤지만 결과적으로는 실패였습니다. 이때가 마치 사막을 건너는 것 같은 기분이었습니다.


'이 기능만 개발하면 하루에 1명(5천 원) 정도는 사줄 거야.'


그렇게 몇 주에 걸쳐 기능을 개발해도 사용자는 도리어 줄어있고, 평가는 떨어지곤 했습니다. 그럼 또 이를 악 물고 새로운 기능, 기존 기능을 개선하는 일을 반복합니다.


'이번엔 정말로 이것만 해내면 한 주에 1명은 사줄 거야.'


하지만 변화는 없었고, 계속해서 바닥을 향해 나아갔습니다. 브런치에 에어데스크의 신규 기능을 적어보기도 하고, 미디엄에도 글을 올리고, 홈페이지를 개선하고, 프로그램을 개선하고, 속도를 빠르게 하고, 버그를 고쳐도 아무런 해답을 찾을 수 없었습니다.


그렇게 반년의 시간이 흐르고 저는 정신적으로 육체적으로 지칠 대로 지쳐있었습니다. 그때 4년 넘게 만난 여자 친구와도 이별을 하게 되고, 수중에 돈도 없고, 도리어 돈을 계속해서 잃어버리는 그런 상황에 놓여있었습니다.


하지만 이대로 끝낼 수는 없다. 시작을 했으면 끝을 보자라고 결심해서 아직까지 아무도 시도하지 않은 확장 프로그램과 모바일 앱을 연동하는 것을 준비했습니다. 4~5개월 간의 모바일 앱 디자인 및 개발, 그리고 차후 개발까지 모두 끝내고 났을 때 저는 깨달았습니다.


'내 현재 상황으로는 모바일 앱 개발도 불가능하고, 시간도 너무 오래 걸린다. 회사에서 실력을 쌓아야겠다.'


에어데스크 개발 2년 정도의 시간이 흐르고 나서 저는 이 프로젝트를 중단하고, 회사를 찾기 시작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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