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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상훈 Oct 04. 2021

내가 시도했던 사업들 - 2

10대부터 도전했던 기록들




4. 월스트리트 - 블록딜

대학교를 졸업하고 저는 대학원에 바로 진학하지 못했습니다. 엄밀히 말하면 공부에 대한 자신감이 없었기도 했고, 대학원 석 박통학과정을 하게 될 경우 인생의 방향이 크게 정해지기 때문에 두려움도 있었습니다. 거기에 더해 저를 오라고 하는 곳도 없었죠. 대학교 학점이 낮았으니 말입니다.


그래서 대학원이 어떤 곳인지 알고 싶은 마음에 졸업한 상태지만 인턴을 지원했고, 교수님의 허락을 받아 인턴 연구원으로 경험을 쌓게 됐습니다. 당연히 인턴 연구원으로만 지내면 생활을 할 수 없었기에 고향에서 파트타임으로 학원 강사일도 같이 했습니다. 그렇게 반년 정도 지난 시점에서 저는 앞으로 어떤 걸 할지 결정해야 하는 순간이 왔는데 이때 제 마음에 들었던 생각은 하나뿐이었습니다.


'연구실에서 지내는 건 4시간은 재밌지만 그 이상은 즐겁지 않다. 반면 내가 사업을 준비하고, 내 아이템을 만들어갈 때는 24시간이 즐거웠다.'


그날부터 저는 고향으로 돌아와서 프로그래밍을 독학하기 시작했고,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생계를 유지하게 됩니다. 제 브런치 첫 번째 글이 그때 기록된 것입니다.

저는 무엇을 만들까 고민하던 중에 모바일 게임을 만들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간단한 인디게임 수준이라면 비교적 적은 시간을 써서 만들 수 있고, 또한 제가 군대에 가더라도 이미 등록된 앱이면 수익을 지속적으로 창출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이런 이유에서 모바일 앱은 좋은 선택지였지만 제가 만든 앱은 그렇지 못했습니다.


곧 군대에 가야 하는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너무 큰 규모의 앱을 구상했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어처구니없는 일이지만 당시에는 금방 해낼 것이라고 오판을 했습니다. 서비스 유지비용이나 리스크도 너무 많은 앱이었습니다. '월스트리트 - 블록딜'이라는 게임은 주식시장을 가상으로 만든 게임인데, 당연하게도 사람들이 거래를 발생할 때마다 어딘가에 기록해야 했고, 실시간으로 일어나는 수많은 이벤트들도 서버 비용을 발생시켰고, 혹시라도 문제가 생기게 된다면 밤이고 낮이고 저는 고쳐야 하는 상황이었죠.


반년 동안 밤낮으로 만든 앱은 출시 직후 서비스를 종료하게 됐습니다. 사람들에게 홍보하는 것도 문제였지만, 가장 큰 문제는 사용자가 늘어남에 따라 발생하는 엄청난 비용이 더 큰 문제였습니다. 결국은 여러 현실의 문제를 마주하고 개발을 포기하게 됐는데, 제가 생각할 때 이때가 제 인생에서 가장 힘들고 비참한 순간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당시 저는 억지로 졸업한 대학교 생활은 실패한 상태였고, 반년 동안 공들인 서비스는 처참하게 실패했습니다. 늦은 나이에 군대에 들어가야 하는 상황이었고, 그리고 더 큰 두려움은 군대 제대 후 '누가 나를 뽑아줄까'라는 두려움이 들었습니다.


5. 900stage

저는 어린 시절부터 혼자서 해결하지 못하는 상황에 마주한 적이 많았던 것 같습니다. 그때마다 한참 동안 홀로 고민하면서 괴로워하곤 했었고, 많이 울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얼마 울고 나면 작은 방에서 나 혼자만 슬퍼하고 있을 뿐 세상은 하나도 바뀐 게 없고, 내 상황도 아무것도 바뀌지 않는다는 사실을 자각하곤 했습니다. 그리고 괴로움에서 벗어나는 유일한 길은 현실을 바꾸는 방법밖에 없다는 것도 배웠습니다.


'월스트리트 블록딜'을 실패하긴 했지만 그 과정에서 저는 많은 실력 향상이 있었습니다. 모바일 앱과 서버, 데이터베이스, 그리고 비용에 대한 부분들. 또한 서비스를 기획하고 제작할 때 너무 크게 만들어서는 안 된다는 것, 구조가 잘못 설계된 앱은 완성하기도 전부터 실패한 것이라는 점. 제품을 만드는 것뿐 아니라 홍보도 중요하다는 점 등을 배웠습니다.


이런 점을 몸으로 배우고 나니 이후에는 작은 사이즈로 빠르게 만들 수 있는 서비스가 무엇이 있을까 생각해보게 됐습니다. 또한 내 처절한 상황에서 홍보를 할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인지 고민해보게 됐습니다. 제가 브런치에 글을 적극적으로 올리게 된 계기도 이 시점부터라 볼 수 있습니다. 저는 홍보, 마케팅에 쓸 돈이 없는 사람이었기 때문에 개인 브랜딩으로 승부를 걸 수밖에 없었고, 이를 위한 플랫폼은 브런치 밖에 없었습니다.


지금은 많이 삭제했지만 당시 공부하면서 배운 것들을 적극적으로 브런치에 올리고, 또한 외국의 콘텐츠 플랫폼인 미디엄에도 올리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면서 만든 5번째 제품은 900stage입니다.


900stage는 콘텐츠 플랫폼 웹사이트입니다. 브런치와 유사한 에디팅 도구를 제공하고, 콘텐츠를 등록할 수 있는데, 한 가지 큰 차이점이 있다면 유튜브와 같이 조회수에 따라 수익을 줄 수 있는 구조를 염두에 두고 만들었다는 점입니다. 그러한 이유에서 유튜브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그리드 레이아웃을 사용하고, 사람들이 콘텐츠를 올리기 쉽게 만들고, 큰 사이즈의 이미지도 호환할 수 있도록 제작했습니다.


이때 저는 워드프레스를 사용해서 만들었는데, 개발 기간 단축을 위해서 템플릿을 사고 싶었습니다. 아직도 기억에 남는데 당시 템플릿 가격은 79달러 정도였습니다. 하지만 저는 수중에 10만 원도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그날 저는 오후 5시쯤 밖에 나가 걷다 들어오곤 했는데 어머니가 돈이 필요하지 않냐고 물어보셨습니다. 그래서 저는 제가 만들 콘텐츠 플랫폼의 템플릿 구매가 필요한데 8~9만 원 정도 필요하다고 말씀을 드렸습니다. 어머니는 제 설명을 이해하기 힘드셨겠지만 돈을 주셨고, 저는 그때 돈을 받으면서 이 돈은 100배로 갚지 않으면 안 되는 돈이라 생각하며 받았습니다.


템플릿을 구매해서 900stage를 제작하기 시작했으나 또 다른 난관에 부딪쳤습니다. 바로 이미지 처리에 대한 부분이었습니다. 이미지를 최적화해서 올리지 않으니 로딩 속도가 너무나도 느려졌고, 이를 개선하는 과정이 굉장히 복잡했습니다. 저에겐 군대에 갈 때까지 고작 3개월 남짓 남았을 시점이었으니 말이죠. 디자인은 개선하고 개발을 해도 답을 못 찾던 그때 저는 한 투자자에게 연락을 받았습니다.


자신을 싱가포르의 투자사에서 일하고 있다고 소개한 그는 제가 만드는 플랫폼에 관심을 보였습니다. 저는 제품의 완성도도 낮고, 해결되지 않은 문제들이 산재해있다고 이야기를 했지만 그는 그런 점들은 괜찮다면서 큰 투자를 제안했습니다. 하지만 저는 이 투자를 제안받던 시기가 군 복무까지 6주 정도 남긴 시점이었고, 대표가 군대에 들어가야 하는 회사에 투자할 사람은 아무도 없었습니다. 결과적으로 군대에 가기 전 만들고자 했던 비즈니스 모델은 한 개도 완성하지 못하고 저는 군 복무를 시작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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