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려움도 비교도 없다
극도의 스트레스 상황에서 사람의 강인함이 나타납니다.
가장 쉬운 해결책은 도망입니다. 스트레스의 근원에서 도망치는건 쉽습니다. 게임을 하거나, 잠을 청하거나, 술을 마시거나, 굳이 할 필요가 없는 일을 하며 문제의 본질에서 멀어지면 됩니다.
잠깐의 일탈은 사람의 에너지를 회복시켜주겠지만 그것이 습관이 되면 쉬운 문제도 해결하지 못합니다.
제가 생각하는 강인함은 이것입니다.
두려움을 안 느끼고, 스트레스에 무덤덤한 게 아닙니다. 두려움을 느끼고, 스트레스를 느끼고, 도망치고 싶은 과제가 눈앞에 있을 때 그 문제에서 도망치지 않는 것.
문제의 크기가 감당하기 힘들어 눈물을 흘릴지도 모릅니다. 좌절하고, 누군가의 위로 없이는 일어서지 못할지도 모릅니다. 그럼에도 계속해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답을 찾는 과정. 눈물을 흘리며 씨를 뿌리는 농부와 같은 이들이, 강인한 사람. 용감한 사람이라 생각합니다.
저는 사업을 하며 어떤 시점에선가 강인함을 얻은 것 같습니다. 홀로 사업을 하면서 일반적인 개발자들이 겪을 수 없는 문제들을 마주해야 했습니다. 버그를 해결하고, 성능을 개선해야했습니다. 새벽 2시에 일어나 4시에 자고, 다시 8시에 일어나 밤 10시까지 일하고. 그 누구의 도움 없이 홀로 모든 문제를 겪고 해결했습니다.
디자이너도 아니지만 디자인을 하고, 데스옵스도 몰랐지만 서버를 고치고, 사업도 모르고 비용을 예측하고, 투자를 유치하고, 기업 소개 자료를 만들고, 세금 문제를 해결하고. 한 사람이 일생을 살며 마주하지 않아도 될 수 많은 문제를 마주하며 피하지 않고 살았습니다. 그러나 도망치지 않고 답을 찾아왔습니다.
그래서 저는 개발자면서 사업가이고, AWS를 이해하고 있고, UI 디자인을 알고, 기업의 자금 유치와 투자 시장의 방법을 알고, 사업체의 세금과 국가에서 어떤 방식으로 기업을 지원하는지, 어디서부터 법무적인 해결책이 필요하고 어디서부터 특허의 영역으로 보호해야 하는지, 10년이 안 되는 시간 안에 배울 수 있었습니다. 결과적으로 두려움을 마주하는 법을 배웠다 생각합니다.
산적한 현실의 문제들을 마주하는 순간은 언제나 두렵습니다. 문제는 공포의 대상이지만 그것을 해쳐나가고 나면 문제는 곧 나의 보호막이 됩니다. 나의 전문성이 됩니다. 실력이 됩니다. 뒤따르는 경쟁자들이 나를 따라잡기 힘들게 만드는 장애물이 됩니다. 나를 지켜주는 성벽이 됩니다.
저는 자신이 생겼습니다. 그 어떤 개발자가 저보다 개발을 잘할지 몰라도 저보다 사업을 잘 아는 개발자는 적을 겁니다. 그 어떤 디자이너가 저보다 디자인을 잘할지 몰라도 저보다 오랫동안 하나의 제품을 디자인하며 여러 권의 노트를 꽉 채울 만큼 레이아웃을 그리고 그것을 실제로 만들어보진 않았을 겁니다.
그 어떤 사업가가 저보다 성공적으로 사업을 이끌고 엄청난 매출을 만들었을지라도, 제가 놓인 상황에서 똑같이 시작했다면 그가 저보다 잘했을지는 모르는 일입니다. 그러므로 저는 실력에 대한 두려움 없고, 저를 우월한 누군가와 비교하지 않습니다. 현실의 마주한 공포에서 벗어나지 않고 싸워 이기며 살아가는게 내 삶의 방식입니다.
나를 막는 문제는 필연적인 미래를 이끌어냅니다.
문제는 나를 좌절시켜 내가 가고 싶은 길을 포기하게 하는 필연으로 이끌지 모릅니다.
반면 내가 문제를 이겨낸다면 반드시 더 강해지고, 세상을 배우고, 내가 그동안 보지 못한 세계로 날 이끌어줄 겁니다.
필연적인 좌절이나 필연적인 성장이냐.
두 가지 중 하나를 택하며 사람은 살아갑니다. 선택으로 인해 우리는 필연적으로 정해진 미래를 향해 나아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