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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상훈 May 08. 2022

창업 7년 차의 주말

이곳은 어떤 여정을 거치고 도착한 곳일까

온갖 생각이 드는 주말입니다.


오늘도 해야 할 일이 많이 남아있고, 이번 연도도 여름휴가는 떠날 일이 없을 것입니다. 아마도 오늘도 밤 11시, 12시쯤이 되어야 집에 들어갈 것 같습니다. 그런데 글을 조금 적으며 생각을 덜어내고 싶습니다.


제가 처음 창업을 시작할 때만 해도 아무것도 가진  없이 작은 컴퓨터  대로 시작했습니다. 통장엔 100 원도 없었고, 모바일 게임을 만들어   벌어보자 하며 시작했던 일입니다.


하지만 아무도 나를 도와줄  없었던 날이 많았고, 사업에 들어가는 돈을 구하다 구하다 구하지 못했을 , 예순이 넘으신 부모님께 5 , 10  빌려가며 일을 했습니다. 6년간  돈이 없을 정도로 모든 것을 쏟아부었습니다.


 그대로  것이 없었습니다.


한 달에 180만 원을 벌면서 모은 돈으로 새로운 프로젝트를 시도했습니다. 같이 일하던 친구의 실수로 하루에 40만 원이 날아간 날도 있었습니다. 10년 지기 친구와 척을 진 적도 있었고, 힘들게 모은 동료들이 떠난 일들도 있었습니다.



일 년, 51번의 주말이 있습니다.

매주 주말이 오면 고통스러웠습니다.


평일은 모두가 일을 하기에,

행복해 보이는 사람들이 별로 없었기에,

고통이 덜했습니다.


하지만 5년, 6년이 지나도 주말에 쉼 없이 일을 하며 하루를 마쳐야 한다는 사실이 고통이었습니다.


아니 더 큰 고통은 이렇게 열심히 살아왔고, 앞으로 나아가고 있음에도, 나는 사람들에게서 멀어지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아무에게도 연락이 오지 않는 주말이 몇 주고 이어졌습니다.


'나는 무엇을 위해 사는 것일까.'


그저 좋은 회사를 만들어, 즐겁게 일하며, 내가 꿈꾸는 좋은 일을 해보고 싶었는데. 그 꿈을 위한 값이 생각보다 컸습니다.


저는 24살 이후의 모든 시간들이 창업을 해 좋은 회사를 만든다는 값으로 들어갔습니다. 20중반과 후반, 그리고 서른을 넘긴 지금까지도 마찬가지입니다.


꿈의 값은 크고, 정말 많은걸 지불하고 나서야 꿈꾸던 현실에 조금이나마 손 끝으로 닿을 수 있게 됐습니다.



저는 알고 있습니다.

모든 사업은 리스크 있습니다.

어떤 사업도 영원히 잘될 수 없습니다.

그렇기에 7년이 걸린 지금의 사업도 여전히 여린 식물을 가꾸듯 돌보고 있습니다.


아무도 없는 늦은 밤이 될 때까지 회사를 돌봅니다.

조금이라도 탈이 나진 않을까.

직원들끼리 갈등이 생기진 않을까.

고객사에서 돈을 제때 주지 못하면 어떻게 될까.



사람들에겐  리스크가 보이지 않을 것입니다.

젊은 나이에 운 좋게 성공한 사람으로 보일 수도 있고,

공허한 가슴을 채우기 위해서 살아보려 애쓰는 한 인간으로 보일지도 모릅니다.



세상이 어떻게 나를 생각할지 정할 수 없기에,

저는 제 자신을 제대로 보려고 노력합니다.


과거의 나와 미래의 나에게 부끄럽지 않은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제가 사랑하는 부모님과 가족들, 그리고 소중한 직원들에게 자랑스러운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더 많은 뛰어난 분들과 더 멋진 일들을 해보고 싶습니다. 나와 일했던 분들이 "즐거운 시간이었다."라고 말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24살.

두 뼘도 안 되는 모니터를 보며,

식탁 의자를 가져와 프로그래밍을 공부하면서,

부모님께 성공하겠다고 말하던 날들이 있었습니다.


이제 1억이 넘는 차도 몰고,

20명이 넘는 회사도 만들었으니,

인생의 목적지를 정하지 않았지만,

어쩌면 이미 목적지에 도착해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어쩌면 7  제가 꿈꾸던 모습에 도달한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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