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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상훈 Jun 11. 2022

마지막 꿈

20살의 목표를 모두 이루고 나서

피아노 곡을 들으며 쓴 글입니다.


사진은 며칠 전 찍은 삼청동 한국빌딩 앞이다. 이곳은 인사동과 삼청동, 안국역 사이의 장소다. 나는 이곳을 무척이나 좋아한다. 한양대에서 보내던 대학시절에도 지하철을 타고 종종 갔다. 서울에 들릴 일이 있을 때는 항상 찾아갔었고, 이후에도 여러 생각이 정리되지 않을 때, 아무 계획 없이 걷고 싶을 때 찾는 특별한 곳이다.


이곳을 처음 가본 것은 아주 어린 시절이다. 둘째 누나와 함께 미술관 구경을 종종 갔었는데, 삼청동에 많은 갤러리들을 그때 본 것 같다. 갤러리에 걸려있는 사진들, 그림들, 조각들과 밖의 공간과는 분리되는 조용함. 그리고 어쩌면 시간이 멈춘 것처럼 느껴지는 삼청동의 풍경들은 어린 시절부터 동경하던 서울의 아름다움이었고, 삼청동을 가장 머물고 싶은 장소로 만들게 했다.


나에게 가장 특별하고 휴식이 되는 이곳을 대학시절에 올 때는 도피처처럼 오곤 했다. 학교에서 공부하기 싫던 날, 남들 다 노는 주말에 아무것도 할 게 없을 때 이곳을 찾았다. 그러다 광화문 교보문고로 걸어가 책을 실컷 보고선 다시 집으로 돌아오곤 했다.


아쉽게도 한양대와 광화문은 꽤 거리가 있다. 지하철로 올 때도 갈아타야 하고, 중간에 꽤 걷기도 해야 한다. 그래서 언제나 광화문을 지나 삼청동을 한 바퀴 걷고서 집에 오면 행복감은 사라지고, 피하고 싶던 일상 속으로 돌아올 수밖에 없었다.


시간이 지나 다시 들린 삼청동과 인사동의 풍경은 여전히 시원했고, 푸른 나무가 있었고, 많은 사람들이 평온한 휴일을 즐기며 산책하고 있었다. 많은 갤러리가 있었고, 아름다운 예술품들이 창 밖을 향해 진열되어있었다.



길거리를 걸으며, 아름다운 그림을 보면서 나는 이곳에서 언젠가 살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다시금 했다. 10년 전의 꿈이기도 하고, 어쩌면 지금 나에게 남은 선명한 마지막 꿈인 것 같다.


나는 사업가로 살면서, 회사를 운영해야 하는 사람이지만, 그것이 내 본질이라 생각하지 않는다. 다른 모든 사람들보다 우월하지도 않고, 열등하지도 않고. 오직 사람답게 사는 삶에 대해 갈망을 가지고 있다. 일만 하는 삶도 인간답지 않고, 놀기만 하는 삶도 인간답지 않다. 젊은 시절 땀 흘려 살면서 동시에 세상의 아름다움을 경험하고, 마주하는 게 짧은 지구에서의 시간을 채울 유일한 방법이라 생각한다.


나무가 많은 산책로를 걸으며 시원한 바람을 쐬고 싶다. 뜨거운 여름날엔 바다 모래를 밟아보고, 햇볕에도 피부가 타서 거뭇거뭇 해지고. 친구와 그리고 동료와 떠들썩하게 웃고 떠들기도 하고, 때로는 갈등으로 얼굴을 붉혀도 화해하는 하는 모습들이 너무도 평범해 보이지만 결국 사람을 완성하는 소중한 순간들이라 생각한다.


좋은 날과 나쁜 날 그 모두를 지나 내가 원하는 곳에, 어느 날 정착해보고 싶다. 과정이 힘들지라도 목적지에 반드시 도달할 것이라 아는 사람은 견디기만 하면 된다. 산을 오르고 오르다 보면 정상에 도달하는 것처럼 나는 좋은 날과 나쁜 날을 지나 내가 원하는 곳에서 가장 인간적인 시간을 보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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