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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상훈 Jun 21. 2022

그다음 회사를 만든다면

남들이 웃는 오래된 목표

주말 내내 급한 일로 S사의 인증시스템을 만들어야 했다. 휴가가 끝나고 직원들과 그간 어떤 일이 있었는지 논의도 못하고 바로 작업에 들어갔다. 너무도 촉박한 일정이라 마치 물속에 잠수한 것처럼 하루를 보냈지만  마무리되어 늦은 저녁 무얼 할까 고민했다.


4명이서 스타트업으로 일하던 양재동, 양재 시민의 숲으로 향했다. 거의 2-3년 만에 온 양재동은 여전히 평화로웠다. 길거리엔 산책하는 분들, 조깅하는 분들,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는 가족과 연인들. 넓은 곳에는 배드민턴을 치고, 스케이드 보드를 연습하는 일상이 있었다.


양재에 살던 시절에 나는 늦은 밤이면 이곳을 한참 걸었다. 시원한 강물이 흐르고, 평온한 사람들 속에서 나는 스타트업을 하면서도 사이드 프로젝트로 꿈을 꾸었고, 대박을 내겠다는 마음가짐으로 살아왔었다. 인터뷰를 하는 상상을 하고, 내가 만들어낸 제품이 세상에 어떤 가치를 줄 것인지 상상하며 길거리를 걸었다.


시간이 한참이나 지나서야 사업에는 상상이나 제품의 가치뿐만 아니라 상업성과 수익모델, 비용 등 온갖 요소가 들어가야 하고, 동시에 마케팅과 홍보, 고객을 유치하는 일의 중요함도 알게 됐다. 스타트업의 꿈은 많이 꺾이면서도 동시에 비즈니스 세상의 게임 규칙을 깨달았던 것 같다.


그러나 나는 여전히 꿈을 꾸고 있다. 만약 우리 회사가 커져서 다음 회사를 만들게 된다면 나는 수직농장을 만들고 싶고, 지구뿐만 아니라 달에 수직농장을 올리고 싶다. 달은 우주입자와 방사능으로 인해 토양이 농업에 적합하지 않다. 우주 식민지화를 위해서 고도로 발달된 수직농장을 건설할  있다면 장기간 우주에서 거주하며 다행성 종족으로   있을 것이다.


물론  꿈을 이야기하면 사람들은 재밌어하거나 웃기도 한다. 그런데  꿈이 나에겐 오래된 꿈이다.  훗날 달에 가서 평화롭게 낮잠을 자보고 싶고, 달에서 지구를 바라보고 싶다. 무한한 평원 같은 달에 수많은 건축물이 지하와 지상으로 올라가고, 유용한 자원들을 지구로 보내는 상상을 해보곤 한다. 달뿐 아니라 대한민국의 여러 지역에 거대하고 아름다운 수직농장을 지어 생명력이 넘치는 건물로 도심 곳곳에 올리고 싶다.


비록 지금은 사람들 눈에 재밌어 보이는 내 목표가 어느날 이뤄질 수 있다면 더 재밌을 것 같다. 조금 더 발전해서 뛰어난 사람들과 뛰어나고 건강한 식물을 만들어내는 건물을 올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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