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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상훈 Jul 13. 2022

간절한 바람

7년간의 여정을 돌이켜보며

아무도 없는 조용한 밤과 그 많은 새벽을 보내며 나는 인생의 답을 찾고 싶었다. 주머니가 텅 비어 있을 때가 참 길었다. 2,000원 들어있는 교통카드 하나 챙기고, 1호선과 2호선을 2시간 넘게 타고 집에 온다. 집과 멀리 떨어진 종착역까지 밖에 오지 않는 버스를 타고 3시간. 궁상 맞은 내 삶 과거에 선명하게 머물러 있다.


이제는 숨을 쉬는 것 같다. 오랫동안 물속에 빠진 사람처럼 산 것 같았다. 발목에 무거운 추를 달고 수영하는 사람처럼. 나는 물 밖에 평온한 이들이 부러웠다. 그들이 웃고 떠드는 평화로운 삶을 동경했고, 아무런 걱정 없어 보이는 미소가 부러웠다.


4년의 시간을 견디자는 마음. 그리고 2년을 더 견디자는 마음. 그 누가 알아줄까. 스마트폰에 남은 3명의 친구들. 텅 빈 메시지 창을 보며 나는 내가 정한 길을 견디며 나아갔다.


새벽부터 시작한 나의 하루는 오후 5시면 지친 정신을 가다듬고, 동네를 걸었다. 조용했다. 사람이 없는 것처럼. 9시간을 일하고, 화장실도 가지 않고 코드를 썼다. 수십 장의 노트를 고민과 사색으로 채우며, 어떻게든 돈을 벌어보겠다는 간절함으로. 그 간절함으로 앞으로 앞으로.


나에게 남은 조금의 시간을 가지고, 더 많은 추억을 만들고 싶다. 사막의 오아시스 같은 순간. 나는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과 더 많은 기억을 만들고 싶다. 긴 밤과 새벽을 채웠던 상상 속의 순간들로. 남은 시간을 채우고 싶다.


항해를 하는 것과 같다. 동료를 모으고, 함께 나아간다. 끝까지 나아갈 것이다. 나는 내가 택한 이들을 버릴 생각이 없고, 나를 믿어준 이들을 실망시키고 싶지 않다. 내가 의지할 곳이 없었을 때 외로웠던 것을 내가 택한 이들은 그 외로움을 겪지 않았으면 좋겠다. 생채기가 나면서 배웠던 지식들과 새벽에 눈을 감지 못하며 찾아다닌 답을 나누어 주고 싶다. 그것이 나의 행복이다.


긴 시간이 지났을 때 모두가 잊힐 것이고, 아는 이들도 기억하는 이들도 함께 낮과 밤의 청춘을 보낸 사람들도 모두 과거를 잊겠지만. 나는 내 인생의 의미를 잃고 싶지 않다. 옳다고 믿는 일을 한다. 세상에 가치를 주는 삶을 산다. 가치를 더 많이 주어 세상과 내 주변에. 그리고 더 많은 이들에게 좋은 것들을 가져다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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