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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상훈 Aug 02. 2022

성공한 사람

나의 등을 맡길 수 있는 이들과 함께

동물들은 상처를 입으면 깊은 굴로 들어가 자가 치유를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아무래도 살아남기 위해서는 자신의 약점을 노출하는 것보단 동굴과 같은 안전한 곳으로 들어가 느리지만 천천히 회복하는 게 생존에 도움이 될 것입니다.



사람도 비슷하다고 합니다. 자신의 상처를 공유할 사람이 없는 이들은 문제를 마주하고, 고통스러운 상황에 놓였을 때 깊은 굴로 들어갑니다. 아무하고 소통하지 않고, 연락을 끊고, 상처가 다 치유될 때까지 골방에 갇혀있게 됩니다.



제 친구 중에서도 여러 가지 삶의 무게를 견디지 못하고, 사람들과 연락을 끊고 살아가거나, 상처가 있음에도 있지 않은 척하며 살아가는 친구들이 많이 있습니다. 특히 20대 중후반, 아무것도 이룬 것도 없고, 가진 것도 없던 시절에 더욱 그랬습니다.



친구들이 굴 속에 들어가 있을 때 저는 기다렸고, 시간이 지나고 나서 그들이 굴 밖으로 나왔을 때도 여전히 친구였습니다. 그랬기 때문에 이제는 상처를 입어도 굴 속으로 들어가기보단 서로 이야기하고, 도움을 주고, 응원해주는 사이가 될 수 있었습니다.



저 역시 굴 속에 오랫동안 있었습니다. 제 경우엔 초등학교, 중학교 시절이 그랬었는데, 혼자서 해결하기 힘든 수많은 문제들을 혼자 곱씹고, 곱씹으며 답을 찾아다닌 것 같습니다. 어린 시절 제가 굴 속에서 있던 날 굴 밖으로 나온 계기가 있었는데, 그건 아무리 내가 슬퍼하며 울고, 고통스러워하고, 괴로워해도 세상이 하나도 바뀌지 않았다는 걸 깨달았을 때입니다.  세상이 전혀 바뀌지 않았습니다. 3시간을 울던 10시간을 울던 세상은 전혀 바뀌지 않았습니다.



그때부터 굴 속에서 상처를 치유하겠다는 마음은 사라진 것 같습니다. 상처가 나면 나는 대로, 흉터가 있으면 있는 그대로, 문제가 있으면 해결될 때까지. 그러다 보니 많은 사람들과 분쟁을 겪고, 싸우고, 온갖 것으로 시시비비를 가렸지만 부끄럽지 않습니다. 더 이상 굴 속에 혼자 갇혀 치유를 기다리지도 않고, 지나고 나면 부끄러운 일로 누군가와 싸우지도 않았기 때문입니다.



저는 인생은 내 등을 맡길 수 있는 사람들을 얻어가는 여정이라 생각합니다. 저는 아무도 믿지 못하고 상처받을 때마다 숨어버리며 사는 삶을 살고 싶지 않습니다. '나의 부족한 점과 상처를 알고 있는 이들이 많아져도 좋다.' , '약점을 알고 있는 이들이 많아져도 좋다.', '나의 모자란 점을 아는 사람들이 많아도 좋다.'라고 생각합니다. 어차피 나는 완벽하지 않고, 나는 부족한 사람이고, 약점을 감추며 살고 싶지도 않습니다.



내 약점을 세상 모두가 안다 해도 아무렇지 않을 만큼 강한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내 등을 맡길 수 있는 이들이 제 삶에 많아지길 소원하고 있습니다. 누군가의 등을 보호해줄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나를 믿고, 약점을 알려준 이들을 배신하는게 아닌 방패가 되어주고 싶습니다.


그것이 진짜 성공일 겁니다. 나의 부족함을 알고도 나를 지켜주는 이들이 있는 사람. 내 사람들의 약점을 알만큼 사람들이 믿어주는 사람. 큰 방패처럼 사랑하는 이들을 지킬 수 있는 사람. 내 뒤에 나를 지켜주는 이들이 수없이 많을 때, 세상 모두가 나를 공격할 때도 나를 지켜주는 이들이 있다면, 그때 '나는 성공한 인생을 살았노라.'라고 말할 수 있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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