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자주 생각해보는 우화가 있다.
악마가 한 소년에게 이런 제안을 했다.
“무엇이든 상상하는 대로 이뤄지게 해 줄게.”
소년은 좋아하는 소녀가 있었기에 악마의 제안을 받고 싶었다.
“제가 상상하는 모든 게 이뤄진다는 건가요? 아무 조건 없이?”
악마는 흔쾌히 답했다.
“응. 네가 수락한다고만 하면 상상하는 어떤 것이든 이뤄질 거야.”
소년은 악마의 말을 수락했고 바로 짝사랑하는 소녀를 상상하며 행복한 미래를 꿈꿨다.
악마의 말대로 소년은 소녀와 사랑하게 됐고, 그가 상상하는 대로 모든 일이 이뤄졌다.
하루는 소년이 소녀와 만남을 기다리던 중 소녀가 다른 남자와 즐겁게 이야기하는 모습을 보았다.
소년은 그가 누구인지 소녀에게 물어봤지만 제대로 대답하지 못했다.
소년은 그녀가 다른 남자를 좋아하게 된 것이 아닌가 의심했고, 그 상상은 실현되어 그녀는 소년을 떠나가게 됐다.
소년은 원하는 모든 것을 상상으로 얻는다는 것을 알았지만 그가 의심하고 불안해했던 상상까지도 일어난다는 것이 두려웠다.
어느 시점에선가 그는 자신이 상상으로 누군가를 무심코 죽이진 않을까, 안 좋은 일을 만들진 않을까 괴로워했다. 언제나 좋은 것만 생각하고, 의심하지 않고, 부정적인 생각을 하지 않는 것은 불가능했다.
그의 찰나의 상상으로 가족과 친구가 다치기도 했고, 죽기도 했고, 사고를 당하고, 배신을 하기도 했다. 그는 원하는 모든 것을 이룰 수 있었지만 결국 모두를 위해 자신의 목숨을 끊어야 했다.
나는 이 이야기를 20대 초반에 듣고 나서 내가 소년이 된 게 아닌가 싶을 정도로 고민을 많이 했었다. 왜냐면 그의 삶처럼 내가 의심하고, 누군가를 미워할 때면 그 미움은 현실이 되어 관계를 끊게 만들고, 상상이 이뤄져 버렸기 때문이다. 긍정적인 상상도 이뤄졌고, 부정적인 상상도 이뤄졌다. 악마와 계약한 적은 없지만 말이다.
자신의 삶을 만드는 게 자신이 해온 생각들의 결과물이 아닐까 종종 생각한다. 자기 자신을 멋진 근육을 가진 인내심 있는 사람으로 보는 이들은 힘들더라도 헬스를 멈추지 않는 것처럼, 무언가가 이뤄지는 것 이면엔 사람 안의 생각이 엔진처럼 작동하는 것 같다.
그래서일까 나는 요즘 누군가를 미워하는 마음이 들 때나 최악의 상황을 대비할 때 감정에 선을 지키려 애쓰고 있다. 강렬한 감정과 결부된 생각만큼 사람을 강하게 이끄는 것은 없는 것 같다. 좋은 방향으로 감정과 생각이 향할 때 언제나 좋은 일들이 이뤄졌었다.
소년은 생각을 통제하려 했으나 통제하지 못했다. 소년이 악마를 이기기 위해서는 그가 좋은 생각을 하는 자신의 모습을 생각하면 됐었다. 어떤 상황이던 자신의 힘으로 긍정적으로 변화시킬 수 있다는 모습을 생각했다면 생각이 실체가 되어 어떤 상황에도 부정의 소원이 이뤄지는 일은 없었을 것이다.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 주변 사람들을 사랑하고, 자신에게 좋은 기대를 품고 사는 삶을 살면 분명 좋은 일이 가득할 것이다. 소년의 힘처럼 사람들에겐 상상을 현실로 만들 힘이 있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