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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나의 여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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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상훈 Aug 31. 2022

8월 31일

2022. 8. 31

나는 유튜버, 트위치 스트리머들이 무시받던 시절부터 항상 그들이 존경스러웠고, 한 편으로는 부러웠었다. 그들은 게임을 즐기는 것 같아 보였고, 수천 명의 시청자들을 즐겁게 해 줬고, 돈을 많이 벌었다.


하지만 내가 그들을 부러워했던 진짜 이유는 따로 있었는데 그들 대부분이 오랜 시간 무명으로 사랑받지 못하던 이들이었다는 점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모든 성공에는 어려움이 따른다는 것을 알지만 그 실체가 얼마나 깊은지 가늠하지 못한다. 나도 하루에 14시간씩 컴퓨터 앞에서 게임하며, 혼자 말하며, 낮과 밤이 바뀌는 삶이 어떤 것인지 가늠하지 못한다. 의사가 되기 위해 얼마나 많은 밤을 스탠드 불빛 아래에서 보내야 하는지, 정의를 지키기 위해 판검사, 변호사가 되기까지 얼마나 많은 사건을 읽고 또 읽어야 하는지 전혀 알지 못한다.


내가 그들의 삶을 전혀 모르는 것처럼 사람들도 내 삶에 대해 전혀 모른다는 사실을 받아들여야 한다. 내가 아무리 많은 희생을 해도, 사람들은 모른다. 내가 아무리 많은 수고를 해도, 사람들은 모른다. 수많은 아버지가 가족들에게 무시받는 걸 보면 가까이 있다고 해서 수고와 고생을 아는 건 아닌 게 분명하다. 만약 당신이 아버지의 처진 어깨에 관심을 가졌다면 그가 한 수고와 땀방울도 함께 보였을 것이고, 헤진 양말과 낡은 서류 가방이 보일 것이다.


그래서 나는 누군가의 삶 이면에 있는 것을 보려고 애쓰며 산다. 작고 사소한 것이 바뀌면 언제나 그것을 물어보는 편인데 그것이 그 사람의 내면을 비추지 않을까 싶기 때문이다. 마치 아버지의 낡은 가방이 새것으로 바뀌었다면 자녀가 어버이날 선물로 바꿔준 건 아닐까 하며 말을 붙여보는 것이다. 그에게는 분명 그게 힘이 될 테니까.


사람에 따라서는 관심을 부담스러워하거나 대화 자체를 싫어하는 것 같다 느껴지면 나는 최대한 하지 않으려 노력한다. 그것이 배려지만 사람의 마음은 이러한 배려마저도 나쁘게 생각할 수도 있다는 걸 새삼 느낀다. 어떠한 행동을 해도 미움받을 상황은 존재한다니, 세상은 재밌는 곳이다.


사람의 마음은 자신이 원하는 방향으로 판단하고 볼 수밖에 없다. 그게 좋은 시선이든 나쁜 시선이든. 만약 나쁜 시선으로 나를 보는 이들은 오랜 시간 함께 가기는 힘들 것이다. 내가 무엇을 하던 나쁘게 보일 테니 말이다. 반면 나를 좋게 봐준다면 그 여정은 오래될 것이고, 좋은 것 같다.


언제나 선명한 생각이 있다. 인생엔 기회가 넘쳐나기에 꼭 마음이 맞지 않는 이들과 오랫동안 인내하며 관계할 필요는 없다. 그것이 조직이던 회사던 동아리던. 서로가 서로에게 힘이 되어줄 때 나는 그 관계가 좋으리라 생각한다.


나는 여러 고민이 든다. 이 시대와 이 시대의 사람들에 대해. 내가 한 배려들은 기억되지 않는 게 마음이 아프고, 그것이 무의미하게 흘러져 갈 것이라면 나는 왜 애써 배려했는가 생각해보게 된다. 누군가 요구하지 않은 걸을 나는 왜 베풀었고, 그걸 위해 왜 나는 늦은 밤과 새벽에 눈 못 붙이며 일을 하는가 생각했다. 알아주지 않을 배려를 위하여.


그러나 나는 누군가에게 내 진심을 보이지 않고 살고 싶진 않다. 시간이 흘렀을 때 그 누구에게도 마음의 짐을 지고 살아가고 싶지 않다. 그것을 세상이 알아주지 않겠지만 나와 나를 보고 있는 신이 안다. 쓴 마음을 바구니에 담아 한 주먹 움켜쥐는 것 같은 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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