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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상훈 Dec 12. 2022

CBDC 시대의 시중은행의 역할

스테이블 코인과 담보부 채권의 발전

우리는 CBDC(Central Bank Digital Currency, 중앙은행 디지털 화폐)에 대한 전 세계적인 논의와 준비가 이뤄지고 있는 시대를 살고 있습니다. 러시아, 중국, 미국, 한국, 싱가포르, 영국... 사실상 모든 국가가 준비한다고 봐도 될 정도로 많은 국가에서 공개적으로 진행하고 있으며 이 변화로 인해 가져올 금융 시장의 여파에 대해 각 금융 주체들은 전략을 구상하고 있습니다.


제 이전 글에서 SWIFT 대체, 화폐의 감시 및 추적, 기축 통화의 환율 변동 대응 측면에서 다루었고, 이번 글에서는 시중 은행은 어떤 역할을 하게 될 것인가에 대해 다뤄보고자 합니다.


시중은행의 역할

시중은행이 가질 수 있는 포지션을 짧게 잘 소개한 기사를 소개합니다. 이 기사에서는 CBDC는 중앙은행에서 발행하고, 시중 은행은 유통과 환수의 역할을 할 것으로 은행의 중개기능 약화가 크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저는 이 부분이 시중 은행에서 발행될 수 있는 스테이블 코인 및 토큰 형태의 투자 상품으로 진보할 가능성이 있다고 봅니다.




준비금 기반 스테이블 코인

모든 은행에는 지급 준비금이 있습니다. 이를 비율로 표현한 것은 지급 준비율(이하 지준율)이라고 하는데 예를 들어 돈을 100억을 예금으로 받아온 은행이 있다면 지준율이 10%라면 10억을 제외한 90억은 대출 등으로 사용할 수 있는 것입니다.


은행에서 10억의 준비금이 있다고 가정했을 때 준비금에 대한 스테이블 코인을 판매하거나 예금 상품으로써 스테이블 코인을 발생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스테이블 코인을 구매하고 이를 스테이킹(Staking)하여 예치하면 일정 기간이 지난 후 보상을 받는 시스템입니다. 이는 은행의 저축 이자와 매우 유사한 개념입니다.


그렇다면 이런 의문을 가지시는 분들도 있을 겁니다.


"CBDC가 은행에 존재하고, CBDC는 현금과 동일하게 사용될 수 있는데 왜 스테이블 코인이 필요한가?"


스테이블 코인 발생의 가치는 스테이블 코인을 발행하면 CBDC를 사용하지 않고도 은행이 보유한 현금 자산을 늘리는 것처럼 동작시킬 수 있습니다. 현금(CBDC)을 지급하는 것은 동일한데 이 과정에서 CBDC를 예치하여 묶어 두는 것보다 스테이블 코인을 묶어두게 되면 스테이킹 기간 동안 CBDC의 유동성이 확보될 수 있습니다. 은행이 가진 유동성 증가는 대출, 펀드, 증권 판매 등을 통한 형태로 다양하게 수익성 창출이 될 수 있습니다.


두 번째 가치는 스테이블 코인을 순수하게 예적금 상품 형태로 두는 것이 아니라 여러 기업과의 협업을 통해 할인 혜택 등을 두는 중간 화폐로 만들어 수익성 구조를 만들 수 있습니다. 이는 우리가 스타벅스에서 현금이나 카드 결제로 구매할 수도 있지만 스타벅스 앱에 돈을 충전해서 쓰는 것과 유사합니다. 스타벅스 앱에 돈을 충전해두면 사이렌 오더와 같은 편리함이 생깁니다. 스타벅스 입장에서는 하나의 은행처럼 사용자의 예금을 받아서 운용할 수 있는 상황이 된 것이고요. 당연하게도 스타벅스는 전 세계 스타벅스 앱 예치금을 통해 여러 부가가치를 만들어내고 있습니다.


이러한 이유에서 스테이블 코인은 CBDC를 은행 밖으로 보내지 않고도 여러 기업과의 콜라보 형태로 수익 구조를 만들 수 있고, 또한 이 과정에서 사용자들은 CBDC를 그대로 사용하는 것보다 은행에서 발행한 스테이블 코인을 사용하는 것이 큰 혜택을 볼 수 있게 될 겁니다.




기업의 시중 은행화

앞선 스타벅스의 예시처럼 인기있는 프렌차이즈 업체를 포함해 어떠한 대기업도 시중 은행처럼 고객의 예치금을 두는 시스템과 이를 스테이블 코인 또는 무한 발행 가능한 토큰 형태로 구현하여 증권 상품을 취급할 수 있습니다. 이 과정에서 증권이 포함하고 있는 상품의 정의도 확대될 것이며 동시에 이로인한 법적 분쟁도 많아질 것입니다. 스타벅스는 이 분야의 선두주자라 할 수 있는데 고객 예치금이 조단위를 넘는 것은 물론이고 NFT 형태로 멤버쉽 서비스도 시작했습니다.

NFT 보상 프로그램이라는 것은 NFT를 소유한 사람들에게 일정한 기준에 따라 보상 토큰을 주는 것을 뜻하는데, 쉽게는 적립형 포인트로도 볼 수 있습니다. 그러나 큰 차이점이 있다면 이 토큰이 규모가 커져 거래소에 상장된다면 투자 상품이 될 것이고, 이것이 스테이블 코인처럼 특정 재화의 가치와 페그된다면 현물 가치에 준하는 담보로 작동하게 됩니다. 즉 기업은 은행이자 증권사가 되고, 여기서 파생된 수많은 상품들이 시장에 쏟아져 나올 것입니다.




증권형 블록체인 상품

기업과는 별개로 대부분의 은행사는 자체 코인을 발행하여 이를 자신들의 온라인 뱅킹과 신용카드에 탑재할 것입니다. 예를 들면 신한OO 코인, 하나OO 코인처럼 시중 은행에서 발행한 코인이 원화의 가치를 보장하면서 동시에 혜택을 제공하는 형태입니다. 그리고 조금 더 발전하면 증권 상품이 만들어질 여지가 생깁니다. 여기서부터는 법과 규제에 따라 만들어질 수도 있고 만들어지지 않을 수도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앞서 스테이블 코인을 은행에서 발행했을 때에는 은행이 보유한 CBDC 및 현금의 지급 준비금에 분명 영향을 받을 것이고, 이를 국가에서 강제할 것입니다. 이유는 은행이 지준율 이상으로 과도하게 스테이블 코인을 발행하면 외부적인 신용 문제 또는 경제 위기가 왔을 때 뱅크런에 매우 취약한 상태가 됩니다. 국가에서 스테이블 코인을 열어주어 증권형 상품처럼 관리하게 할지는 미지수지만 가능하다고 하면 이 부분에 대해 국가 기관에서 총금액에 대한 감시가 이뤄질 것입니다.


한국에선 어려울 것 같지만 시중은행의 힘이 센 국가라면 시중 은행은 스테이블 코인을 넘어 토큰을 발행하거나 여러 실물 상품들과 엮어 파생 상품을 만들 것이 분명합니다. 마치 부동산을 담보로 돈을 빌려주고, 이 과정에서 신용이 낮은 사람들도 돈을 빌릴 수 있게 해 주어 생긴 리먼 사태처럼 시중 은행에서 발행한 스테이블 코인을 담보로 하는 파생상품이나 심지어는 파생상품을 담보로 만든 파생상품도 나올 수 있습니다.


파산한 리먼 브라더스

수많은 부채담보부증권(CDO)이 위험한 탑처럼 쌓여 무너진 게 리먼 사태였던 것을 기억해본다면 이러한 일은 여러 국가에서 강력하게 규제하는 방향으로 발전하겠지만 그 과정에서 파생상품이나 펀드가 나올 여지는 충분해 보입니다.


이러한 증권형 블록체인 상품의 가능성은 법적인 규제의 모서리에 있다 보니 항상 논란의 중심이 되고, 또한 제대로 관리되지 않은 담보 채권은 제2의 FTX 사태를 만들 수 있으니 주의해야 하지만 반대로 이를 잘 설계한다면 훌륭한 증권 상품이 될 수도 있을 것입니다. 이 과정에서 대중들의 판단과 은행들의 판단, 그리고 정처인들이 법의 테두리를 정하느냐에 따라 도덕적 해이가 될 것인지 아니면 미래를 바꿀 만큼 좋은 선순환 구조를 만들지 정해질 것입니다.




변화할 시중은행의 역할

한 가지 선명한 미래는 시중은행의 진보가 필연적으로 필요한 시대가 됐습니다. 아직까지 금융권은 오래되고 낙후된 시스템을 바꾸는데 소극적으로 일관하거나 아니면 제대로 관리되지 않은 수많은 앱들을 출시하며 사용자들을 분노케 했습니다. 이제 CBDC의 시대가 온다면 시중은행은 금융 상품만을 다루는 기업이 아닌 블록체인 기업이 되어 이 분야에 전문가가 되어야 살아남을 수 있을 겁니다. 또한 이 과정에서 생기고 사라질 수많은 지갑들과 대권을 다툴 메인넷 후보들, 호환성 규칙들, 국가 간 거래의 기준 등을 고려해 시스템을 업그레이드하는 기업이 살아남고 부를 잡게 될 것입니다.


CBDC는 중앙은행과 국가에 큰 권력을 부여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이를 바탕으로 건전한 스테이블 코인 시장이 연착륙한다면 사람들이 두려워하는 국가의 사생활 침해에 대한 부분도 많은 부분 보완될 여지가 있다고 보입니다. 또한 이 과정에서 혜택을 보는 것은 더 많은 혜택을 국민에게 나누어주는 은행과 기업이 될 것도 선명합니다. 어떤 은행이 이 분야에서 선두로 치고 나가게 될지 아니면 황제가 정해지지 않은 시장에서 새로운 신성이 나타날지 기대되는 시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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