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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상훈 Mar 09. 2023

P2P와 블록체인

더 나은 세상을 위한 기술자들의 신념

한국에서는 과거 P2P의 대표 주자로 프루나라는 프로그램이 있었다. 2000년대 초반에 많이 쓰였는데 당시 P2P는 저작권 문제와 불법 다운로드, 검열되지 않은 온갖 바이러스성 프로그램의 온상이기도 했다. 그러나 기술의 측면으로 보자면 P2P는 당시 전 세계적인 트렌드라 할 수 있다. 


냅스터, 카자, 라임와이어, 파이릿 베이 등의 P2P 서비스가 전 세계를 휩쓸고 있었다. 사람들이 P2P 서비스에 열광했던 이유는 무엇일까? 바로 무료라는 점이다. 음악을 듣거나 영상을 다운로드하으려면 당시 한국에서는 적게는 천 원, 많게는 몇천 원의 비용을 지불해야 했고, 그 과정마저 편리한 결제 솔루션이 없었기에 쉽지 않았다. 또한 사기적 방법으로 온라인 결제를 가장한 스캠 사이트들도 있었으니 사람들의 불신이 있던 시절이었다.


P2P 서비스는 종종 바이러스도 있고, 엉뚱한 자료가 있고, 다운로드도 쉽지 않은 경우가 많았지만 결과적으로 사람들이 찾고자 하는 콘텐츠를 제공해 주었고, 그것이 무료였기 때문에 사람들은 P2P를 사용했다. 


이렇게 문제점이 많았던 P2P 시장은 무료 플랫폼의 등장으로 무너지기 시작했다. P2P 시장의 큰 수요는 포르노였는데, 포르노만 해도 포르노허브를 비롯한 여러 웹사이트에서 무료로 서비스를 제공하기 시작하면서 엄청난 사용자가 이동하게 됐다. 영상이나 음악 플랫폼도 마찬가지다. 아주 저렴한 비용을 받아 프리미엄 서비스를 제공하거나 P2P에서 경험할 수 없는 압도적 편리함을 주는 시점에서 P2P는 경쟁력을 상실하기 시작했다.


P2P는 비용을 혁신적으로 줄일 수 있기 때문에 성장했고, 반대로 비용 측면에서 플랫폼들이 등장함에 따라 경쟁력을 잃었으나 이 개념은 10년이 지나지 않아 비트코인이라는 블록체인으로 거듭났다. 비트코인에 컴퓨팅 파워를 제공하고, 연산을 제공하고 보상을 받는 시스템은 P2P의 근간인 Peer가 제공하는 자료를 바탕으로 Peer에게 더 많은 보상이 주어진다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 


이러한 P2P의 정신과 블록체인은 매우 유사해서 결과적으로 큰 비용을 지불할 수 없는 모든 프로젝트에 성장동력으로 쓰일 수 있고, 이를 애플리케이션화 한 것이 이더리움이라 할 수 있다. 이더리움은 D-app이라고 하는 형태로 탈중앙화된 애플리케이션을 개발할 수 있고, 개발자가 발행한 규칙에 따라 애플리케이션 동작에 참여하는 사람들에게 보상을 주는 시스템을 구축할 수 있다. 이더리움은 P2P 세계관의 연장선에 있는 것이다.



어떤 이들은 P2P 기술이나 블록체인이 어쩌면 한철 장사처럼 스쳐 지나갈 것이라 생각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블록체인의 기술적 배경에는 비용을 절약하고, 사람들 서로가 시스템의 제공자이자 서비스를 받는 존재가 되어 상부상조하는 구조를 만들어 감에 있다. 이것이 아직까지 문제가 됐던 것은 그 과정에서 음악 저작권자의 권리를 침해했고, 소프트웨어를 무단으로 배포하거나, 스캠 코인과 같이 온갖 부도덕한 방법으로 빠른 돈을 얻는 데 사용되었기 때문이다.


나는 좋은 블록체인 시스템은 곧 오리라는 믿음을 가지고 있는데, 가령 코로나 백신 증명 애플리케이션 COOV 앱을 만든 블록체인랩스와 같은 기업이 그것을 증명한다고 본다. 그분들의 영상을 봤는데 어마어마한 손실을 감당하고 코로나 시국을 해결하면서 동시에 사용자의 정보가 노출되지 않는 블록체인 시스템을 만들었다. 이러한 기술은 사람들의 백신 정보를 노출 없이 안전하게 보장하는 것뿐만 아니라 더 좋은 사업과 상품에 쓰이게 될 것이다.


결과적으로 이러한 믿음에 근거하여 블록체인 개발자들은 시스템의 제공자가 보상을 가져가는 구조를 원하고, 중앙 권력이 아닌 개개인에게 주어지는 권력을 원하고, 감춰진 진실이 아닌 모든 기록이 선명하게 공개된 세상을 원한다. 이러한 신념을 가진 개발자들이 모여 더 저렴하고 혁신을 이끌어낼 제품들을 가져오리라 믿고 있다.


P2P는 자체로 잘못된 것이 없다. 블록체인도 마찬가지다. 좋은 칼을 어떻게 사용하느냐에 따라 달랐지만 과도기의 시기를 거치고 있다 생각한다. 피해자들을 만들어낼지, 아니면 좋은 미래를 만들어낼지는 미래를 살아가는 우리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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