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나의 여정

8월 13일

2023. 8. 13

by 한상훈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컴퓨터를 켜고 일을 시작했다. 어제 충분히 게으르게 보냈기에 몸은 에너지가 가득했다. 짧게 해야 할 일의 순서를 노트에 적고, 꿈을 기록해 두었다. 꿈에 점점 더 많은 연예인들과 유명인을 만나고 있다. 오늘은 유해진 씨가 운동 대회에 가야 한다며 차를 끌고 데리러 왔다. 당연히 나는 운동선수도 아니고 유해진 씨도 사적으로 모른다.

완충 상태로 일을 하는 건 무척이나 즐겁다. 어제는 코로나의 후유증 때문인지 손가락 하나 움직이기 싫었고, 밥 챙겨 먹는 것도 괴로웠다. 그러나 오늘에서야 90퍼센트 정도 회복되니 나라는 기계가 다시 정상작동하기 시작했다.


일도 하고, 밥도 빠르게 챙겨 먹고, 서버 코드를 재시작해야 할 때는 청소기를 돌리고, 빨래를 하고, 딥스를 하고, 그 어느 때보다 에너지 넘치는 하루였다.


오늘 해결하고 싶은 가장 큰 벽도 해결했다. 사실 이 벽은 오랫동안 내가 주저하고 미뤘던 벽이기도 하다. 구조가 복잡하고, 리펙터링 방향에 따라 코드를 크게 덜어내고 다시 짜야할 수도 있었다. 그러나 다행스럽게도 코드를 유지하며 테이블의 컬럼을 변경해 주는 선에서 많은 해결이 가능했다. 또한 이전 개발자가 주석을 적재적소에 남겨두어서 코드 분석에 유리했다.


머릿속에 아무런 잡다한 것도 없이 일만 하다 보니 오후 6시를 향해갔다. 오후 6시쯤 되자 어제 논의 중이었던 의료 시스템 논의에 대해 A사 대표인 J 씨가 답변해 주었다. J 씨는 나이가 여든에 가까운 분이지만 신사답고, 열정적인 사람이다. 그러나 이번 사업건에서 한국 쪽 자금이 들어오는 것을 내심 원하는 상황이었고, 나는 이에 대해 구체적인 설명으로 답신을 보냈다.


답신을 보내고 얼마 지나지 않아 자신의 파트너들과 마지막 결정이 될 것 같다며 한 달 정도 충분히 고민해 봐도 되겠냐는 질문을 했다. 나는 한 달이면 충분할 것이라 답변하고, 현지에 나가있는 K대표님을 통해 추가적인 논의를 이끌어달라 부탁했다.


의료 시스템 사업은 벌써 한 달 반 이상 논의 중인 대형 프로젝트이다. 예산은 최초 1년간 약 20억에서 10억 정도는 마케팅 비용이 더 붙을 것을 예상하고 있다. 나는 내 임금으로 연봉 5억 원을 제안했고, 첫 6개월 간은 다른 사업건으로 바쁘니 30% 시간만을 쓰는 조건으로 1.67억을 제안했다. 개발 용역비는 별도로 말이다.


사업을 하다 보니 여러 좋은 제안을 많이 받고, 특히 시장 상황에 따라 CTO 포지션의 가격은 천정부지로 오르곤 한다. 풀타임 1년에 5억이면 딱히 큰 금액은 아니다. 내 경우에도 내 사업이 아닌 다른 사람의 사업에 임원으로 일하는데 수익이 사업에 집중할 때만큼 나오지 않는다면 할 명분이 없다.


논의를 마치고 다시 일을 했다. 중간에 내가 데려가려는 몇 사람에게 연락했으나 연락이 되지 않았다. 나는 친구의 일자리 만들어주려 주말에도 일하고 있는데, 팔자 좋게 어디서 놀고 있겠거니 싶었다.


저녁에 일을 마칠 때쯤 컨설팅 그룹에서 한 블록체인을 체크해 달라는 요청을 받았다. 조금 심심하던 터라 찾아보니 역시나 헛소리로 가득한 블록체인 업체였다. 매번 느끼지만 블록체인 한다는 사람들 중 95% 정도는 사기꾼이라 봐도 무방하다. 나는 어떤 부분이 틀렸는지 간단히 전달했다. 큰 손 투자자들은 언제나 괜찮은 코인을 찾아다니지만 그런 코인은 대한민국에 없다. 너무 중요해 다시 말하고 싶다. 대한민국에 그런 코인은 없다. 한국을 제외하고 하나 있다면 A사나 N사 정도가 있다. 기술에 근본을 두지 않은 코인들에 말도 안 되는 헛소리로 위키에 자신들이 문서 작성해서 올리는 대한민국에서는 코인에 대한 기대는 포기하는 게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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