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8. 14
나는 정치인을 좋아하지 않는다. 정치인들은 열심히 일하는 듯 하지만 정작 국가가 반드시 해결해야 할 문제들에 대해서는 표가 무서워 말도 꺼내지 못하는 겁쟁이들이다. 한국은 수 년째 저출산, 변동하는 부동산 가격, 수천조원에 이르는 가계부채, 그리고 해답 없는 국민연금까지 온갖 해결하지 못한 문제들이 펼쳐져있다. 인터넷 뉴스 기사를 봐도 중요한 국가 사안에 대해 발바닥에 땀나도록 뛰는 국회의원은 단 한 번도 찾을 수 없다. 그럼 어떤 의원들을 찾을 수 있을까? 사람들이 관심을 가지는 온갖 사건 사고들에 잘잘못 추궁하는 일에 나팔수로 나와 정의의 목소리인 것처럼 떠들기 바쁘다.
나는 이런 이유에서 정치에 대해 아무런 기대도 가지지 않고 있고, 그들이 주창하는 정의나 평등, 자유와 같은 이념은 선동 구호에 불과하다고 믿는다. 그들은 단순한 이익집단일 뿐이다. 이익집단으로 자신의 이익과 자신에게 표를 준 사람들의 이익을 대변할 뿐이다. 국가의 존망을 결정할 중대한 사안에 대해서는 말하지 못한다. 그들의 이익도 아니고, 자신들을 지지하는 이들의 삶에 즉각적으로 혜택이 돌아가지 않는다면 4년 남짓한 시간 동안 살아남기 위해 발버둥 치는 한 명의 고위공직자 중 한 명일 뿐이라는 점이다.
요즘은 한 술 더 떠서 아예 정치는 하지 않고 미디어에서만 정치를 떠드는 정치 논객들이 돈을 쓸어 담는다. 재주는 곰이 부리고 돈은 되놈이 번다. 그들은 온갖 사안에 대해 지지자들의 나팔수 역할만 하면 된다. 슈퍼챗으로 들어오는 돈은 그들의 소송 비용이나 벌금을 상회하고도 남는다. 플랫폼 알고리즘에 따라 지지자들은 자신들이 선택한 콘텐츠를 더 자주 보게 될 것이고, 그것이 그들의 세상이 되고, 정치 논객들의 말 한마디가 곧 자신의 신념이 되어 앵무새처럼 떠들고 다닌다.
아예 정치에 무관심한 사람들도 충분히 이해된다. 본질적인 문제 해결을 하지도 못하는 겁쟁이 국회의원들과 돈 몇 푼 쥐기 위해서 언제나 반대 세력을 비난하는걸 인생의 사명으로 삼고 사는 사람이나. 그들의 위선자스러운 행보가 토악질이 나오지만 충분히 그럴 수 있다 생각한다. 자본주의는 무섭게도 자본을 통해 사람들의 행동을 강제할 수 있고, 그것이 설령 잘못된 일이어도 돈을 쥐어주며 계속 시키게 할 수 있다.
정당을 지지하는 것은 언제나 타협을 의미한다. 털어서 문제가 나오지 않는 정당은 대한민국 역사에 한 곳도 없었다. 그러나 정당 지지자들의 광신은 때로는 자신들의 정당에 대해서까지 무차별적인 옹호를 하게 하고, 인지 부조화가 온 사람처럼 자신의 정당의 과오마저도 감싸기 바쁘다. 정신 차리길 원한다. 정당을 지지하는 것과 나 자신은 다른 개체다. 내가 지지하는 정당이 한 온갖 비리를 품어준다면 상대방 정당의 비리를 품어주지 못할 이유가 없는 셈이다. 이 단순한 역지사지를 하지 못하는 이들이 군중의 일정 비율 이상 언제나 존재하기 때문에 이들을 이용해 먹고사는 이들도 언제나 일정 비율 존재한다.
나는 종종 브런치에 정치나 사회에 대한 이야기를 적을 때마다 말도 안 되는 논리를 가져와 토론이라며 하는 사람들을 자주 봐왔다. 나는 그들이 인터넷에서 댓글로 싸우기보다는 자신들의 블로그나 소셜 네트워크에서 의견을 명명백백하게 펼치길 원하지만 대부분 그들은 자신의 주장을 하나의 글에 단단하게 적어내지 못한다. 실로 안타까운 일이다. 마음은 있어도 능력이 없으니 남이 쓴 글을 퍼와 자신의 글처럼 전달하거나, 이마저도 힘들면 링크를 퍼와 "알아서 확인해라."라는 식으로 행동하곤 한다.
그래서 나는 정치에 대한 공격이 그들에게 있어선 개인적 공격으로 느껴진다고 느꼈다. A당을 지지하는 사람이 A당이 공격받으면 마치 자신이 공격받은 것처럼 분노하고 예민한 것이다. 나는 그들의 분노가 A당을 공격하는 사람이 아닌 제대로 된 법안 하나 입법 시키지 못하고, 정론 싸움만 하는 국회의원들에게 향한다면 이 나라가 제대로 나아가기라 생각하지만 그들은 결코 그럴 수 없다. 그들은 정치에 대해 사안에 대해 이해할 수 있지 않고, 누군가의 의견에 찬동하여 상대편을 적으로 만들어야만, 적폐로 만들어야만, 대한민국에서 없어져야만 하는 존재로 만들어야만 한다.
분노의 방향이 잘못됐으니 그들의 분노가 실없다. 나는 종종 대한민국의 흑막에 대한 이야기나 언론 조작에 대한 이야기를 공개적으로 하곤 해왔다. 사람들은 자신들이 언론 조작에 속아 바보처럼 따라갔다는 것을 인정하고 싶어 하지 않는다. 정말 해결해야 할 문제가 무엇인지를 모르고 눈에 보이는 사안들에 대해서만 사회적 담론이 이뤄지기에 나는 이 나라가 희망이 없다 생각한다.
나이가 많다고 해서, 좋은 회사에 다닌다고 해서 지혜가 있는 것은 아니다. 시스템이 엉망이면 사람들은 극단적인 선택을 하고, 눈에 보이는 빠른 결과를 원하고, 누군가 한 명 골라 시원하게 욕먹는 꼴을 보길 원한다.
일을 잘하는 사람을 대하는 것도 그렇다. 특정 당에서 일을 잘한다고 알려져 인기를 끌기 시작하면 필연적으로 반대 당에서는 그 사람을 향한 공격이 거칠게 들어온다. 실제로 그가 일을 잘하고 있어도 일을 못하는 것이라 홍보하기 시작하고, 그러면 그 사람은 일을 잘하고 있어도 오랫동안 잘하기 힘든 상황에 놓인다. 나는 이러한 정치 구조가 인재들이 정치를 버리는 이유라 생각한다. 즉 일도 잘하고, 상대방의 비난과 비방에 자신을 방어할 수 있어야 하고, 동시에 자신의 당에서 보호도 받아야 하며, 가족 친지 모두가 조금의 구설수에 휘말리는 일도 해선 안된다.
당론으로 싸우는 것은 유명한 사람들의 사돈의 팔촌까지 호적을 파서 매장 시키기에 이른다. 연좌제를 어디까지 인정할 것인가. 자식까지 일까. 아니면 사촌? 장인어른, 장모님? 아니면 육촌까지?
세상이 엉망인데 시대를 살아가는 한 사람으로 마음에 화가 없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 그러나 화의 방향을 잘 설정해야 한다. 현명하다는 것이 꼭 성공한다는 것과는 거리가 있다. 지혜롭다는 것이 꼭 돈을 잘 버는 것도 아니다. 무엇에 분노해야 할지 잘 알지 못하면 세상은 나의 감정을 가지고 돈놀이를 한다. 지금도 누군가는 누군가를 열받게 만들 뉴스를 만들어 그것으로 돈을 벌고 있다. 사람들이 분노할 일들을 만들어 돈을 벌고, 그 값은 보는 이들의 시간과 관심을 통해 지불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