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나의 여정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한상훈 Aug 21. 2023

8월 20일

2023. 8. 20

오늘은 비교적 늦은 아침으로 시작했다. 9시쯤 눈을 뜨고 물 한 잔 마신 후 어제의 작업을 이어서 진행했다. 여전히 디자인을 잡아야 할 부분이 남았기에 작업에 들어갔다.


한 시간쯤 작업하다 보니 언제나처럼 컨설팅 그룹의 파트너 분이 연락을 주셨다. 휴가 겸 간 곳에서 사업지 탐방 중이시라면서 거대한 냉동 창고를 보여주셨다. 더불어 냉동 창고 사업성에 대한 보고서도 함께 보내주셨다. 일요일 오전에 휴가 차원에서 냉동 창고를 답사하는 분은 아마 전국적으로 많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그분의 이런 모습이 참 좋고 존경스럽다. 간단히 채팅방에서 대화를 하면서 나는 작업을 좀 더 이어갔다.


점심쯤 돼서 친구들에게 초전도체에 대한 뉴스를 공유하고, 언제나처럼 이석배 님을 찬양하는 이야기를 했다. 점심을 밖에 나갈까 했지만 안성탕면에 참치 캔을 하나 뜯어먹었다. 쿠팡에서 1개의 천 원 꼴로 할인하는 캔을 어제 샀기 때문이다.


식사를 하고 나니 조금 피곤했다. 하지만 잠을 잘 정도는 아니라 잠깐 일을 더 하다 오후 1시쯤 잠을 참지 못하고 자버렸다.


에어컨도 안 키고 덥게 잤기에 오후 2시에 한 번 깨고, 오후 3시에 완전히 깼다. 그런데 무척이나 현실적이고 기분 좋은 꿈을 꿨다.


꿈에선 어머니가 내 컴퓨터로 영상을 편집하고 계셨다. 그리고 편집이 끝나자 나를 데리고 동네 앞 사거리까지 같이 갔다. 마치 어린 시절에 어머니 따라 옆집 가듯 말이다. 사거리에 있는 어떤 낡은 집에 갔는데 특별한 것은 없었다.


꿈에서 어머니와 산책을 마치고 나는 고향인 평택의 평택역 주변으로 향했다. 거기엔 내가 세팅한 사무실이 길가에 보였고, 그중 한 곳을 지나던 중에 예전에 썸을 탔던 여자를 만났다. 나는 그녀와 아무런 연인 관계의 기억이 없지만 꿈속에서는 아주 오래된 연인이 다시 만난 것 같이 서로 반가워했다. 눈빛이 애틋해서 내가 이 사람과 결혼이라도 했었던 걸까 혼란스러울 정도였다.


그녀는 새로운 회사에 인턴으로 이제 2달 정도 근무했다면서 자신이 만들고 있는 것들을 신나게 보여주었다. 그중엔 인공지능을 이용한 서비스가 있었는데, 손으로 그린 것을 바탕으로 감정을 이모티콘이나 움직이는 캐릭터, 사운드 등을 자동완성 시켜주는 제품이었다. 그녀는 이것이 삼성 갤럭시에 들어갈 것이라 했다.


그녀는 나를 안고 얼굴 곳곳에 키스를 하더니 나는 꿈에서 깨어났다. 너무도 선명한 꿈에 녹음기를 켜서 꿈에서 있었던 일을 두서없이 떠들어 기록해 두었다.


썸을 탔던 그녀를 내가 많이 좋아했었나 싶기도 했고, 꿈에서 본 갤럭시 신규 기능도 머지않은 미래엔 나올 것 같아서 신기했다.


더위에 조금 땀이 난 채로 잠에서 깨서는 에어컨을 최대로 켜고 누워 인스타그램으로 꿈에서 본 그녀를 찾아보았다. 그녀는 언제나처럼 잘 지내는 것 같았다. 하지만 서로 연락을 끊은 지 벌써 2년도 넘었기에 나는 큰 감정의 동요는 없었다.


잠에서 깨어나고 2시간 가까이 유튜브, 쿠팡플레이, 넷플릭스를 왔다 갔다 했다. 저녁을 먹기 전 어머니와 잠깐 통화해 꿈 이야기를 했다. 어머니는 신기한 꿈도 많이 꾸시고, 태몽도 자주 꾸시기에 나는 어머니와 꿈 이야기를 종종 한다. 오늘도 어머니가 컴퓨터도 잘하고, 같이 산책을 갔다니 좋은 꿈이라며 좋아하셨다.


저녁을 먹고 나니 오후 7시가 됐다. 더 쉬고 싶기도 하고 일을 하고 싶기도 했다. 일을 한 시간쯤 하고 나니 상당히 졸려졌다. 잠깐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글을 보다 보니 오늘 LCK 결승전에 대한 이야기를 했다. 나는 보통 일할 때 뭔가를 들으면서 안 하려고 했지만 몇 년 만에 LCK 소식은 궁금했다. 방송을 켜두고 작업을 하다 보니 어느덧 새벽 2시 반을 향했다.


저녁에 LCK를 들으며 일한 7시간 반 동안은 개발만 했는데 상당히 집중이 잘됐다. 일의 난이도도 적당히 어려웠고, 나름 기대한 것보단 많이 만들었다.


새로운 서비스를 며칠 전부터 만들고 있는데 여러 생각이 교차한다. 서비스의 재미부터 가치, 편의성, 이미 훌륭한 경쟁 서비스에서 배울 점들을 적절히 벤치마크 하는 것 등. 처음엔 내 생각을 주변에 알렸는데 어차피 그들이 이 프로젝트에 참여할게 아니니 참여하는 시점까지는 홀로 전속력으로 일하면 될 것 같다.


마음 같아선 한 주 정도 안에 프로토타입을 완성해 론칭하고, 차주부터 간단하게라도 이 서비스를 즐기는 사람이 생겼으면 좋겠다. 이번엔 한국이 아닌 영미권 국가 대상이니 브런치에 홍보할 일도 없을 것 같다.


어쩌다 보니 오늘도 한 12시간을 일한 것 같다. 내 경우엔 딱 이 정도해야 꾸준히 할 수 있다. 14시간부터는 다음날 눈이 피로하다. 마라톤 같은 이 게임의 끝에 시원한 물과 같은 행복이 가득하길 꿈꾸고 있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 8월 19일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