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12. 15
나는 상대적으로 모든 평가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전교 1등을 하는 친구가 전교 1등을 또 하는 것과 전교 꼴찌를 하는 친구가 전교 1등이 된 것은 다르다고 여긴다.
이 마인드 때문에 나는 살면서 자격지심과 열등감에서 자유로워졌다. 나보다 뛰어난 환경에서 앞서간 친구들이 부럽지 않았다. 그들이 앞서간 이유는 그저 출발선이 앞에 있었고, 그들이 달려 나가는 걸 도와줄 아군도 많았다.
이 사실은 나를 열등감에서 자유롭게 해 줬지만 동시에 겸손한 자세도 준 것 같다. 나 역시 누군가에겐 출발선이 아득히 앞에 있는 사람이라는 걸 인정해야 했다. 인생을 3루에서 출발하는 놈이나 2루에서 출발하는 놈이나 다 앞서간 건 앞서간 것이다.
나는 그런 의미에서 한국에서 태어났다는 것만으로도 큰 축복받은 삶이고, 기회가 있는 삶이라 생각했다. 사다리 걷어차기가 심해졌다고는 하지만 분명 이 나라는 전 세계를 기준으로 축복받고 선택받은 나라다. 마음만 먹으면 무엇이든 온라인으로 대부분의 정보를 아주 값싸게 얻을 수 있고, 배울 수 있다.
그런 축복을 받은 곳에서 태어나 내가 원하는 일을 실패해 볼 수 있었다는 것은 큰 축복이라 생각한다. 지금이야 나는 여러 사회적 지위도 얻었고, 회사 대표, 그룹의 이사, 작가, 강사, 개발자, 해커 등 여러 직책과 직업도 얻었지만 내가 실패가 허용되지 않는 곳에서 살아왔다면 아마 이루는 것은 참 힘들었을 것이다.
나는 최근에 새로운 국적을 준비하고 있다. 유럽의 한 국가의 국적을 얻고, 그곳에 별장도 살 준비를 하고 있다. 이중국적을 얻는 것이나 유럽에 별장을 갖게 되리라곤 깊게 생각해 본 적은 없는데 참 재밌는 일이다.
부모님을 모시고 내년 여름이나 겨울에 별장에 갈 수 있다는 걸 생각하면 웃음이 나오기도 한다. 아직 가보진 않았지만 대서양이 보이는 붉은 지붕의 별장은 참 아름다울 것 같다.
언제나 똑같은 생각이다. 나에게 주어진 시간 동안 내가 받은 수많은 기회와 좋은 환경, 좋은 부모님과 가족들의 지원을 잘 살려 선한 일들을 많이 하고 싶다. 가능하다면 한국보다 더 기회가 부족한 나라를 많이 가보고 싶다. 가진 건 별로 없을지라도 배우고자 하는 눈과 귀가 있는 사람들이 있는 곳에 가고 싶다.
사람들이 무시하고, 하대하는 나라와 국민들을 데리고 세상의 많은 곳을 누빌 수 있는 회사로 키워보고 싶다. 성경 구절이 생각난다. 지극히 작은 자가 큰 자가 되리라는 말씀처럼 지극히 작은 자들을 통해 크고 아름다운 일을 만들어볼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