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1. 28
체호프의 총이라는 말이 있다. 무라카미 하루키의 소설 "1Q84"에서도 다뤄졌던 말이다.
"소설에서 총이 나왔다면, 그 총은 반드시 발사돼야 한다."
쓰이지 않을 소재를 등장시키는 소설은 줄 낭비를 한 것과 같다. 소설 내의 분위기를 살리는 오브제로서 작동하지 않는다면 불필요한 서술이 된다.
마찬가지로 삶에서 총이 나왔다면 그 총은 쓰여야 한다. 내가 총에 관한 기술이 있다면 그 기술은 총을 어떤 식으로든 활용할 때 빛을 발할 것이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신들의 삶이라는 이야기에서 나타난 수많은 오브제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한다. 서사를 이끌어가지 못하고 소중한 자신의 경험을 1회용으로 사용한다.
운명적인 인연이 될 수 있는 사람들을 멀리하고, 삶을 바꿀 사건들을 경시한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대학교 전공과 무관하게 사는 것도 비슷하다. 소설에 총이 등장했으나 총이 절대 쓰이지 않고 끝나는 허무맹랑한 소설처럼 말이다.
필연적인 삶이란 자신의 삶에 조각들이 하나하나 합쳐져 하나의 큰 이야기를 완성해 가면서 필연이라 느끼는 삶이다. 스티브 잡스는 이를 점에 비유했다. 인생은 점을 찍으며 나아가고, 점을 찍을 당시에는 점의 가치를 알지 못한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 점과 점을 잇는 사건이 발생하거나 스스로 점과 점을 이어 가치 있는 일을 한다. 그것이 스티브 잡스가 스탠퍼드 연설에서 말한 "Connecting the dots"의 의미다.
점을 찍지 않는 삶은 의미 있는 순간들이 없는 삶이다.
점을 잇지 않는 삶은 파편화된 이야기가 있는 삶이다.
자신의 삶의 점, 오브제, 인연, 행운.
하나하나 돌아보면 수많은 기회가 분명 작년, 재작년을 너머 계속해서 있었을 것이다. 행운이 얼마나 많이 찾아오는지, 얼마나 많은 좋은 인연이 있었는지는 지나고 나서 후회해도 소용이 없다. 나는 그들이 과거를 추적해 봤으면 좋겠다. 자신이 버린 인연들 중 멋진 삶을 살며 나아가는 이들이 얼마나 많았는지. 자신이 버린 기회가 얼마나 값진 가치를 만들며 나아가고 있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