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8. 22
오늘도 새벽 4시쯤 잠에 들었다. 침대에서 1시간 정도 뒤척인 시간이 아까웠다.
아침은 어느 때보다 조용했다. 특별히 연락이 오지도 않았다. 커피를 한 잔 타서 마시고 어제 하던 작업을 이어서 진행했다. 한 시간쯤 지났을까 반가운 연락이 왔다. 몇 주전 연락했던 J 대표가 일정을 마치고 서울에서 미팅을 할 수 있다는 내용이었다. 그와 논의한 프로젝트는 홀드 상태였기에 논의를 진행할 수는 없었고, 간단히 안부를 물었다. 언제나처럼 밝은 목소리라 나까지 기분이 좋아졌다.
전화를 마치고 다시 작업을 진행했다. 토너먼트 시스템을 고치는 중이었는데 개발은 크게 어렵지 않았다. 다만 내가 생각한 대로 구현되지 않는 부분이 하나 있었는데, Nested Array에서의 값을 increment 함수를 사용해 비동기로 올려주는 부분이었다. 개발 시작할 때 고려했었어야 했기도 했지만 비용을 고려해 하나의 문서에 포함한 것이 문제일까 고민됐다.
상용 서비스를 제작할 때는 현실적인 고민을 해야 한다. 그중에서도 데이터를 얼마나 자주 조회할 것인가? 조회될 때 불필요한 페이로드를 함께 불러오지 않는지 확인해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사용량 증가에 따라 비용도 불필요 페이로드의 비율만큼 증가하는 셈이다. 기름기를 쫙 뺀 담백한 고기처럼 서비스의 기름기를 빼내야 한다.
내가 만드는 서비스에서 기름기라고 할만한 부분은 언제나처럼 미디어 콘텐츠다. 미디어 콘텐츠를 최적화해서 보여주면서 동시에 서비스 품질이 낮아 보이면 안 된다. 비용과 경험을 맞추는 것이다.
작업을 하다 보니 오후 2시가 지나갔다. 어제 전달받은 디자인 피드백 파일을 확인했다. 간단하게 소통하고 늦은 점심을 먹으러 나갔다. 서울엔 거센 소나기가 내렸다. 슬리퍼를 신고 가까운 KFC로 바지가 반쯤 젖어 도착했다. 좋아하는 메뉴를 먹고 천천히 돌아오는데 그 사이 비는 거의 그쳤다. 소나기다웠다.
집에 돌아와 다시 일하기 시작했다. 일과 짧은 식사의 반복으로 하루를 채웠다. 저녁 8시까지 신 사업 개발을 진행하고, 저녁 8시부터는 2시간 동안 계약된 작업을 빠르게 끝냈다. 오후엔 컨설팅 그룹의 파트너분에게서 내일 행사 참여를 리마인드 겸 보내주셨다. 나에겐 시간이 부족했기에 취소했다. 하루에 14-16시간 정도를 완전히 사용해야 다음 달까지 내가 원하는 일정을 딱 맞출 것 같다.
밤 10시가 돼서야 저녁으로 라면을 끓여 먹었다. 20분 정도 라면에 김치, 밥을 말아먹고 다시 자정을 넘겨 오전 0시 40분까지 채널 시스템 개발을 했다.
개발을 하면서 이상하리만치 힙 메모리 사용량이 늘어 컴퓨터가 느려지는 현상이 잦아졌다. 수년간 잘 쓰던 아이맥을 업그레이드해야 할 시기가 찾아온 걸까 싶기도 하고, 내가 최근에 바뀐 설정 값이 무언가 문제를 일으킨 건가 싶기도 하다.
오전 1시쯤 개발을 마무리하고 쉬려는데 저녁에 돌려둔 빨래를 잊고 있다는 걸 깨달았다. 느지막이 빨래를 널고 세상에 대해서 고민을 해봤다. 화장실에서 본 유튜브 영상들에선 부동산 위기에 대한 여러 논쟁을 봤기에 그것이 기억에 남았다. 나는 대한민국은 망했다는 생각을 다시 한번 반추해 봐도 확실히 망했다는 생각을 했다.
눈뜨고 일하기 시작해 어느덧 새벽 2시가 됐다. 새로 준비하는 사업에 모든 시간을 쏟고 있기에 무척 즐겁다. 어쩌면 게임보다 낫다. 오늘 정도로만 꾸준히 작업한다면 월말쯤 오픈을 기대할 수 있을 것 같다. 책도 써야 하는데 중요한 걸 먼저 해야지. 책은 언제든 쓸 수 있지만 이 사업은 놓치고 싶지 않다. 빌게이츠가 두려워하던 창고에서 탄생할 거대 공룡 기업을 꼭 만들어내고 싶다.